제 3 장

"뭐라구!? 그, 그게 사실인가!"

오늘도 평소와 같이 국정을 처리하고있던 케인 크레바츠 3세는 충격적인 보고를 들었다.

"예... 성국 아토리아에서 공식적으로 성녀를 찾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런......"

현재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을 자랑하고있는 성국 아토리아는 교황이 통치하는 종교적인 국가였다. 하지만 굉장히 수상한 국가중 하나였다. 그 종교라는게 무엇인지는 아무것도 밝혀진게 없지만, 그 국가에 들어간 사람들은 다시 나오질 않는다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아토리아는 매우 폐쇠적이면서도 또한 매우 개방적인 국가여서, 오는사람 안막고 가는사람이 없는, 비밀에 쌓인 국가였다. 그리고 그곳의 주민들은 대부분 광신도들이어서 전쟁이 일어나면 목숨을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무서운 국가이기도 했다. 자신의 몸 어느부분이 날아가도 싸울 수 있을때까지 싸운다. 심지어 사지가 날아가도 이빨로 물어뜯는 알 수 없는 끈질긴 군대까지... 어떻게 그 정도의 광신도를 만들 수 있는지가 궁금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건, 아토리아는 공식적으로 성녀를 찾을 수 있는 명분을 가졌다는 것이다. 우선 성녀를 손에 넣으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으로는 군대를 사용할 때 주민의 저항을 훨씬 덜 받는다는것이며, 가장 두려운 국가인 아토리아에게는 하나의 인질이 될 수도 있고, 전쟁 억제력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의미로 성녀는 꼭 손에 넣어야만했다. 하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성녀를 찾으려 해도, 아토리아처럼 공식적으론 찾을 수 없다. 만약에 수색을 시작하는 순간, 아토리아는 '당연히' 자신들이 모셔야할 성녀를 수색하는 나라를 적으로 규정하게되는 것이다.
물론 케인이 이정도의 상황을 예측 못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썩을데로 썩은 교황이 성녀찾기에 벌써부터 개입할거라고는 생각을 못한 것이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찾고있지?"

"우선 대륙의 유명한 헌터들을 모집해 성녀를 찾아오게하고있습니다. 목격만으로도 1미스릴, 찾아오면 100미스릴을 준다더군요."

"으음... 하긴 왠만한 평민들에겐 1미스릴이면 평생을 놀고먹을수 있는 돈이니... 섀도우 헌터들은 움직이고있는가?"

"아닙니다. 그들은 수색이랑은 조금 거리가 머니까요..."

"알겠네, 그만 물러가게."

...

"우와~! 사람 진~~~짜 많다..."

여기는 로마즈 왕국과 그란트 왕국의 국경, 왠지 로마즈 왕국에 더 머무르기도 좀 불안했던 마리는 그란트 왕국으로 넘어가기로 결심했다. 지금 그란트 왕국은 거의 로마즈 왕국의 속국정도의 상태이기 때문에 국경을 넘어가는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로마즈 왕국에서 국경을 넘기를 권장하고있는 추세였다. 주민을 대거 이주시켜 그곳의 문화를 로마즈 왕국처럼 만들겠다는 속셈인것같았지만, 정확한건 몰랐다.

"그런데... 어두운 기운을 풍기는사람이 굉장히 많네?"

긴 줄 이곳저곳에서 상당히 많은사람들이 기운을 풍기는걸 본 마리가 중얼거렸다.

"그러게요... 어느새 이렇게 퍼진거지..."

"전부 죽여야되는거 아냐?"

"으... 이런데서 살인이 나면 곤란하다구요, 무엇보다! 죽인다는걸 그렇게 쉽게 말해도 되는거에요?"

"죽이지 않으면 어떻게 해?"

하얀 강아지 모습인 듀란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게 성녀가 할 일이죠!"

"!!"

그 말을 들은 마리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듀란을 바라본다.

'응? 뭔가 생각났나?'

"개도 표정을 지을수가있구나..."

"..."

결국 포기하는 듀란이었다.

한참을 기다리던 마리.

"아악!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음... 오히려 주민을 이주시키는 로마즈일텐데 어째서 검문이 이렇게 긴걸까요?"

"그러게... 에휴..."

그 후로도 줄은 더디게 들어갔고, 거의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뛰쳐나가기 직전, 드디어 차례가 돌아왔다. 검문소에는 이상하게 병사들이 많이 주둔하고있었고, 그중 한명이 다가와 말을걸었다.

"이름은?"

"마리."

"국적은?"

"...!"

생각해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로..로마즈요."

"나이."

'아마 던젼에서 1년정도 지낸것같으니...'

"18"

그 밖에 여러 가지를 물어보는데 이상하게 눈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뭐 잘못된거라도...?"

"그 눈 색은 원래 그런색입니까?"

뜨끔

"당연한걸 왜 물어보세요?"

"잠깐 옆에 저 건물로 가십시오."

다른 병사들이 다가와 건물로 안내한다.

'으...... 뭐야...'

굉장히 깔끔하게 생긴 건물이었지만 내부에는 별다른 물건은 없고 그냥 책상에 의자 몇 개뿐이다.

"왜 이리로 데려온거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1분도 기다리지 않아, 바깥에서 로브를 쓴 노인이 헐레벌떡 뛰어들어오더니 눈을 유심히 바라본다. 로브가 던젼의 책에서 묘사한 모양이랑 비슷한걸 보니 아마 저게 말로만듣던 마법사 로브인것같다.

'그럼 이사람은 마법사...?'

"예 그렇습니다."

노인이 인자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또 버릇나왔나보네...'

"그건 당신의 원래 눈 색이 아니군요."

"예? 맞는데요?"

"그럼 당신의 눈 색은 무슨색입니까?"

'헉!! 그러고보니 듀란한테 안들었다. 으으... 이곳에는 거울이 너무 적어...'

"까...까만색?"

얼떨결에 말해놓고도 불안하다.

"미안하지만 붉은색이군요."

"헉!"

"디스펠"

마법사가 뭐라고 읊조리자 자신의 뒤에서 바라보던 병사들의 입에서 나지막히 놀란듯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아마 이분이 성녀가 맞는것같습니다."

"에엣!? 무슨근거로!"

"지금 당신의 눈 색이 황금색이지않습니까? 황금색 눈은 전 대륙을 통털어도 1명 보기가 힘들답니다 성녀님."

'으으... 바보듀란... 무슨색으로 바꿨는지는 가르쳐줘야할거아냐.'

괜히 듀란을 원망하는 마리였다. 조용히 마리 뒤에 앉아있던 듀란은 슬슬 사태가 안좋게 돌아가자 조용히 건물바깥으로 나갔다. 작은 강아지가 나가는것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성녀는 어느 시대에 나타나던지간에 정치적으로 이용될 요소가 다분했고, 그에 대비해서 항상 수호자가 따라다녔다. 듀란은 여태껏 3대, 4대, 마리까지 3명의 성녀를 보좌했었고, 이런 상황은 한두번 겪는일이 아니라 나름대로 대비책이 있었다.

"후우... 그래서 나한테 바라는게 뭐에요?"

"저희 왕궁까지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

지금 마법사는 매우 들뜬상태였다. 성녀만 찾아내 데려올 수 있다면 왕궁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들어갈수있게되고, 금지된 마법서들이 있는곳에도 들어갈수 있는 특권을 약속받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3서클의 마법사였던 그로서는 황금같은 기회였다. 하지만 너무 들뜬나머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역대 성녀들에게는 항상 그녀들을 보좌하고 보호하는 가디언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응?'

마법사는 순간적으로 성녀의 표정을 살피고는 이상함을 느꼈다.

'왜 저렇게 놀란표정이지?'

게다가 시선은 자신의 뒤를 향하고있었다. 무심코 뒤를 돌아본 마법사는 그대로 목이 떨어지는 최후를 맞아야만했다. 순식간에 자신의 눈앞에서 네명이 죽는 것을 본 마리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누, 누, 누, 누구세요?"

자신의 눈앞에 있는 눈처럼 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미청년에게 던진 질문. 자세히 보니 그가 들고있는 칼은 자신이 던젼에서 가지고 나왔던 칼중 하나였다.

"나가요, 마리님."

'저 말투는 듀란이지만... 목소리는 아닌데...'

"저 듀란이에요. 어서 나가죠."

"거짓말... 앗!"

마리가 믿는 눈치가 아니자 듀란은 바로 마리를 안아들고 천장에 손을 뻗었다.

"소멸하라."

그러자 천장이 일그러지는 듯이 동그랗게 말아들더니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뛸게요. 가방 꼭 잡아요!"

"응?"

그상태에서 듀란이 땅을 차고올라 약 10m정도를 뛰어올랐다. 공중에서 무심코 밑을 보니 수많은 병사가 죽어있는 것이 보였다.

"..."

척

"후우... 드디어 탈출했다."

"..."

"저기... 마리님?"

듀란이 마리를 흔들었지만 그 상태 그대로 대답하지않았다.

'뭐...뭐가 잘못됬나?'

"일어나봐요!"

뺨을 톡톡 쳐도 반응이 없다.

"응? 이상하네?"

혹시나 하는마음에 밀어보니 그대로 쓰러진다.

"눈 뜬채로 기절했군..."

허탈함에 기운이 빠진 듀란은 다시 마리를 안아들고 날 듯이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