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 장


숲속의 작은 공터에 특이한 옷을 입은 소녀와 작고 복슬복슬하게 생긴 강아지가 앉아있었다. 가운데에는 장작불이 평화롭게 타오르고있었고, 소녀는 무릎을 꿇고 다소곳한 자세로 앉아서, 강아지는 상당히 편해보이는 자세로 앉아서 이야기하고있었다.

"마리님 왜 그렇게 불편한 자세로 있으세요?"

"아니에요 전 이게 편해요."

"응? 갑자기 왠 답지않은 존댓말을?"

"..."

"그냥 편하게 앉으라니까요!!"

"싫어요!!"

"도대체 이유가 뭐에요!?"

"..."

듀란은 답답했다. 오히려 자신이 성녀를 지켜야되는건데 어째 입장이 난처하게 되버렸으니...

'이유가 뭐지?'

"설마... 아까 사람 몇 명 죽인것 때문에 쫄았어요?"

"..."

"저기... 제가 누구누구 죽이는지 못봤죠?"

"잠깐 보다가 고개 돌렸는데요."

"음... 그럼 설명을 해줄게요. 대신 좀 편하게 앉아있어요."

"그...그럴까요? 안그래도 다리가 좀 저리는데..."

"으... 그 답지않은 존댓말도 좀 그만하구요."

"에헤... 그..그럴까?"

금새 풀어져버리는 마리. 그 후로 듀란에게 들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마리가 본 어두운 기운은 빛의 구를 흡수한 후로부터 생긴 성녀의 능력중 하나인데, 마족들을 알아볼 수 있는 수단중 하나였다. 그리고 듀란은 어두운 기운을 품은 자들을 죽인 것이다. 불과 1800년전에 벌어졌던 신마전쟁에서, 마신에게 패한 신은 대부분의 힘을 잃게되었다. 하지만 원천적으로 신은 죽지 않기 때문에 마신도 그쯤에서 전쟁을 그만두게되었고, 인간계에 마계의 씨앗을 뿌리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마계에서 올라온 마족들은 힘이 배이상 약해지게되지만, 인간계에서 나고 자란 마족들은 마계의 마족보다는 약간 약하지만 적어도 인간계에서의 패널티가 사라진다. 그걸로 인간계를 정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인간계 지배에는 몇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우선 마신은 인간계에 직접 손을 댈 수 없었고,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기본적으로 상당히 약하지만, 그중에서도 가끔씩 매우 강력한, 거의 드래곤에 견줄 수 있을만한 존재가 나왔기 때문에 잠시도 방심할 수 없었다. 또한 세계의 조화가 깨질때를 대비해 뿌려둔 신의 잔재들, 즉 드래곤들도 걸림돌중 하나였다. 하지만 위의 두 문제는 의외로 간단히 해결되었다. 마신은 씨앗을 뿌리는 것 대신에, 인간에게 씨앗을 심어두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덕분에 왠만한 왕국의 왕 정도 되는자들은 이미 씨앗이 심어져 마신의 종이되었고, 한 국가의 수많은 병력을 당해낼 수 있는 용사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첫 번째 문제는 가볍게 해결, 두 번째 문제였던 드래곤들도 나이가 어린 드래곤을 위주로 씨앗을 심어두었다가 한꺼번에 폭주시키는 방법을 사용해서 잠시간 발을 묶을 수 있었다. 드래곤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에 마족들을 대거 이주시켜 인간계에 정착하고난 후 마룡들과 연합해 드래곤을 없애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문제가 있었으니, 이제 조용해졌다고 생각한 신이 인간계를 염려해 자신의 힘을 담은 성녀를 지상에 내려보낸 것이다. 게다가 신의 힘 덕분에 18세 생일까지는 성녀에게 손을 댈 수 없게되었다. 성녀는 좋은 가정을 만나 걱정없이 자라게 할 계획이었으나, 문제가생겼다. 지상에 내려놓은지 겨우 1년만에 마신이 특단의 조취를 취한 것이다. 표면상 성녀라고 해도 아기일뿐, 혼자선 자랄 수 없음을 이용해 주변의 인물을 모두 제거해나가며 아직 아기인 성녀를 철저히 고립시켰다.
이에 신도 결정을 내리게되었다. 성녀를 다른 차원으로 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신의 힘이 상당량 약화되게되지만（다른 차원은 신의 힘이 닿지 않으므로） 어쩔 수 없는 조취였다. 다른 차원에는 그 차원을 관리하는 신이 있었고, 차원간 교류는 금지되어있기 때문에 몰래 넣는 수밖에 없었는데, 덕분에 성녀를 보호할 인원등은 전혀 보낼 수 없이 1살인 성녀를 혼자 보내기로한다. 그리고 돌아올 성녀를 위해 던젼을 만들고 그곳에 자신의 힘을 일부 두어 나중을 기약하기로 한다. 신의 이런 계획을 눈치챈 마신은 성녀를 제거할 인원을 보내기로한다. 그 역시 한명밖에 보낼 수 없었기에 마족을 한명 보내놓았지만, 성녀에게는 손을 댈 수도 없었고, 보내놓은 마족은 새로운 차원에 적응하지 못하고 성녀를 찾는 과정에서 살인을 저질르게되었다. 덕분에 그 차원의 신의 의심을 사게되고. 결국 성녀를 직접적으로 죽이는건 무리라고 판단. 성녀를 자살로 몰아가게하기위한 방식을 사용해 결국 성공한다. 이에 듀란은 성녀가 죽었을것으로 판단, 잠시 관리를 소홀히 했으나 우연히도 자신을 호출하는 마리와 만나게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문인 것은 어떻게 빌딩에서 떨어졌는데 이곳으로 소환됬느냐와 이미 자각하고있어야 당연한 사명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있다는 것이다. 간단히 신에게 직접 들으면 되겠지만, 신은 힘을 회복하기위해 봉인상태에 머무르고 있으므로 마리가 스스로 알아낼때까지 기다려야하게된 것이다.

"한마디로 내가 자각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

"네."

"그럼 신은 언제깨어나는데?"

"신은이라뇨..... 힘을 회복하고 깨어나려면 2000년정도?"

"후우... 모르겠다

장작타는소리가 은은하게 울려퍼지자 마리는 졸음이... 쏟아져야하는데 배가 고파서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으... 여관에 다 두고왔어... 게다가 며칠이 지난거야? 그리고 넌 어딨었어?"

"저는 그때 사라지고나서 조용히 돌아가려고했는데... 누가 지켜보는것같아서 불길한 예감에
마리님 뒤를 졸졸 쫓아다녔지요."

"응? 난 아무 기척도 못느꼈는데?"

"당연하죠! 전 발견되지 않는다구요."

"나 계속 지켜보고있었어?"

"예."

"옷 갈아입는것도 전부?"

마리가 무엇을 묻고자 하는지 몰라 꼬박꼬박 대답하던 듀란은 순간적으로 불길한 예감에 입을 딱 다물었다.

"..."

"봤어 안봤어?"

"아...안봤어요."

"정말?"

"네...아마도."

"다행이다~"

듀란이 뒤에 중얼거린 말을 듣지 못했는지 마리는 활짝 웃으며 안도했다. 그리고 듀란은 그 모습을 식은땀을 흘리며 바라보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