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렸군요... 캬루짱..."

정신을 차려보니 눈 앞에 있는 것은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체, 자신에게 기대다시피 안고 있는 페코린느. 그리고 공격마법이 활성화 된 체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지팡이.

"페코린느! 괜찮아?! 기다려 바로 회복마법을.."

"저보다는 유우키씨를 먼저..."

페코린느 뒤에서 좀 떨어진 곳에 쓰러져있는 유우키. 그런 유우키를 지혈하고 있는 듯한 콧코로. 캬루는 유우키들에게 달려간다.

"코로스케 이제 괜찮아. 지금 회복마법을.."

유우키에게 치료마법을 시전하기 전, 패닉에 빠졌을 콧코로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콧코로의 어깨에 손을 올린 순간, 통나무처럼 힘없이 옆으로 쓰러지는 콧코로. 철퍽 소리와 함께 캬루의 얼굴에 튀는 피. 캬루는 그제서야 바닥의 피웅덩이를 발견한다.
유우키에 비하면 경상이였지만 주인을 지혈하기 위해 자신의 부상을 무시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목숨을 받쳐 주인을 구하려던 심정이었을지라.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유우키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

"아...안돼... 나...나는....."

유우키와 콧코로의 몸에 치료마법을 남발하는 캬루. 그러나 그들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그때 뒤에서 나타난 패동.
캬루를 칭찬하며 '성공작' 취급을 한다. 절망은 분노가 되고 캬루는 패동을 향해 반기를 든다.

"그림 버스ㅌ.."

각오가 무색하게도 패동의 손짓 한 번에 캬루의 지팡이는 날아가 버린다. 평소 패동이 자신을 벌할 때 받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살기를 담은 공격. 공포와 무력감에 캬루는 무의식적으로 패동에게서 도망간다. 그런 캬루를 흥미롭게 보면서 천천히 따라가는 패동.

캬루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무릎을 꿇은 채 바닥에 꽂아놓은 칼에 기대어 있는 페코린느. 캬루는 페코린느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잡고 밀치다시피 흔들기 시작한다. 일단 도망이라도 쳐서 살아남아야한다. 그 사이 그녀들의 코앞까지 다가온 패동. 괜한 기대를 걸었다는 듯한 시큰둥한 표정으로 마법을 준비한다.

정신을 차린 페코린느. 울먹거린 채 자신을 깨우려고 하는 캬루와 자신들을 향해 마법을 조준하고 있는 패동을 번갈아 본다.

"캬루짱."

마지막 남은 힘으로 캬루를 밀치는 페코린느. 그리고 발사되는 패동의 마법. 간발의 차이로 마법을 피한 캬루가 본 것은 자신을 향해 웃고있는 페코린느가 패동의 마법에 갈려나가는 것.

"아...아.."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패동. 캬루를 끝낼 마법을 준비하면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그런 패동을 향해 도게자를 박는 캬루

"죄송합니다 폐하! 부디 자비를!"

급변한 캬루의 태도가 마음에 드는지 피식 웃고는 캬루의 지팡이를 던져서 돌려주는 패동.

"정리하고 와. 얼굴도 좀 씻고."

떠나는 패동과 한참 후 망연자실하게 일어난 캬루. 페코린느가 있던 자리에는 그녀의 파편과 검만이 있었다.
바닥에 박혀있는 페코린느의 검을 보는 캬루.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검에 캬루의 얼굴이 빛혀진다.
캬루의 얼굴은 피로 얼룩져 있었지만 캬루의 피는 묻어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