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딸을 사랑하는 만게인들이라면, 도주마 전략 정도는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출발부터 선두에 위치한 뒤, 스테미너를 최대한 쥐어짜 선두에 버텨서 이기는 전략이다. 말이 해당전략에 적합하다는 가정하에 가장 승률이 높은 전략이라고 한다.

（참고로 한,일에서만 도주 전략 카테고리를 따로 두고, 국제적으론 도주도 걍 선행에 묶임）

대표 말딸로는 1화부터 초장에 패드립을 박아버린 인성갑 사일런스 스즈카가 있다.

그런데, 도주마라하면 팬 수가 '살아있었다면 if' 의 수 만큼 많다는 사일런스 스즈카보다도 인지도가 높은 말딸이 있는데

바로 오늘 밤까지가 생일인 트윈 터보 센세가 되시겠다.

경마는 스피드도 중요하지만, 달리기로 비교하자면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경주에 가깝다.

마라톤 뛸 때, 제일 앞에서 출발한 사람이 우승하는게 아닌 듯이

말이 선두에 위치 하는건 제일 빨라서 앞에 서 있다고 하기보단, 도주라는 전략을 펼치기 위해 해당 포지션을 잡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사일런스 스즈카는 남들보다 더 빠른 속력을 통해, 초반에 거리 이득을 본 뒤, 남은 스테미너로 선두를 굳히는 전략을

미호노 부르봉은 선두에 자리잡아 마군사（말 무리에 갇혀서 못나오는거）를 피하고, 

후방의 말들을 교란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도주를 선택했다.

（메지로 맥퀸 같은 경우는 말 자체가 인자강이라 정말로 달리다보니 앞에 있는 경우가 잦아서, 의도적으로 도주 전략을 펼쳤다고 보긴 어려움）

하지만 트윈 터보 이 새낀 달랐다.

무엇을 하든,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아이였다.

남은 체력으로 굳히기 이딴거 귤까라 그러고 2000m를 달리는 내내 최선을 다해, 풀악셀을 밟기로 했다.

그래서 터보의 경기를 보면, 언제나 지혼자서 거의 트랙 반 이상을 앞서서 파닥파닥거리며 내달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초반만 보면 다른 말들과 엄청난 거리 차이가 나기에, 모르는 사람 입장에선 이길거 같지만...

결국 후반에 지혼자 퍼져서 뒤에서 1-2등 하는게 주된 일상이였다. 

현실은 너무나도 냉혹했다.

애초에 혈통,노력,재능충들만 모아, 그 안에서도 거르고 거른 말딸들도 뛰다가 순식간에, 고기가 되는 곳이 경마의 세계다.

이러한 세계에서 G2 우승도 못한 똥말의 날빌 따위가 먹힐 리 없는게 당연했다.

하지만 트윈 터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터보는 끝까지 뒤도 안 바라보고 내달리는 미친 도주만을 고집했다. 그리고 항상 침몰했다.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본 얼마 안되는 터보의 팬들이

'내가 산 마권은 상관 없으니, 끝까지 달려!'라는 현수막까지 내걸며 

응원하고 있는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되곤 했다.

이러한 그녀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일까?

무슨 일이 있어도 굳건히, 노빠꾸 도주 전략을 펼치던 트윈 터보는 컬트적 인기를 끌기 시작했으며

결국 일본 경마의 올스타전이라 불리는 아리마 경기까지 참여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터보가 계속 도주 전략을 고집한 건, 겁도 많고 하니 걍 제일 꼴려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터보의 정신나간 노빠꾸 대도주 전략자체는 경기에 있어서 상당한 재미요소가 되었다.

로망 전략인 것도 있지만, 터보가 처음부터 말도 안되게 튀어나가는 모습 때문에 후방에 위치한 말들이 

선두에 위치한 트윈 터보에게 말려, 페이스가 죄다 꼬여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첫 아리마 경기에선,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메지로 맥퀸이 터보의 황당한 대도주 전략에 맞추려다 페이스 배분에 실패하여, 2착을 하게 되고 

마주에게까지 버림받던 14번 인기마 다이유우사쿠는 우승해서 일본 경마상 최대 레이팅 배율인137.9 배라는 기록을 경신하게됐다.

트윈 터보는 단순한 로망충이 아닌, 경마에서 경직된 순위 변동을 풀어준 바론, 자기장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후에 트윈 터보는 G2 우승도 못한 똥말딸임에도 불구하고,

아리마 기념에 출주한 것도 모자라, 잠시나마 1번 인기마까지 되고, 팬들의 후원을 통해 자식까지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20세기 명마 100 투표 안에 당당히 이름까지 올리며, 

아직까지도 사일런스 스즈카를 제치고, 최고의 도주마라고 불리고 있다.

우리도 한번 쯤은 이런 그녀를 떠올리며, 가슴 속에 품어왔던 로망을 쫓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