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아버지는 국가유공자셨다.
초등학교도 못 나가신 채, 연필 대신 총을 드셨다.
내가 어릴 적, 한글과 한자를 배우시려고 글자 연습을 하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나에게는 늘 “공부 열심히 해라” 하셨다.
할아버진 공부가 하고 싶으셨단다.
눈이 안 보이실 때까지 일만 하시다가,
정작 눈이 안 보이신 후에야 엉엉 우셨다.
“일도 해야 하고, 공부도 못했다”고.


막걸리 한 잔, 담배 한 개비에 행복해하셨고
그걸 할머니가 아시면 혼나셨다.
그러면 꼭 두 분이 싸우셨다.
그 장면이 많이 기억난다.


나라를 많이 사랑하셨다.
하지만 본인이 참전용사라는 얘기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으셨다.
그게 너무 속상하다.
자랑이 아니라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셨던 걸까.


삼양라면을 좋아하셨다.
할머니 몰래 끓여주신 삼양라면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나는 세상 제일 귀한 손녀였다.
어렸을 적 계속 안고 다니느라 바닥에 날 놓은 적이 없었다 한다.


어제, 정신이 없으신 와중에도 갑자기 돌아가신 할머니를 찾으셨다.
지갑을 달라고 하셨고,
지갑에 있는 현금 16,000원을 꺼내
내 이름을 부르시며 주셨다.
“밥 곪지 말고 다녀. 라면이랑 빵 사먹어.”
그리고 나는 그날에서야
할아버지가 6.25 참전용사셨다는 걸 알았다.

단 한 번도 말씀하신 적 없었으니까.


우리 할아버지는 한평생 고생만 하셨다.
소년이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계속 일하시고, 가족을 위해 사셨다.
그래서 자랑하고 싶었다.

오늘 새벽, 긴 여정을 마치셨다.
이제야 조금 편히 쉬시려나 보다.

우리 할아버지는 국가유공자셨다고.
못난 손녀는 잘 몰랐지만
진짜 진짜 열심히, 성실히 사신 분이라고.
많은 분들이 알아주시고,
할아버지가 좋은 곳 가시길 빌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영원히 이 돈은 쓰지 못할 것 같다







아..그냥 전부 꿈이였음 좋겠다 진짜 난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