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에 로마간다고 말한 아저씨야.

난 올해 마흔이고（학번은05, 군번은 06, 늙은이다옹!）
비향기표를 예약하고 회사에서 인수인계하다보니
벌써 출국날이 다가오고있네.

출발지는 이탈리아 북쪽 끝 ‘아오스타’
도착지는 로마 바티칸
교통수단은 내 무릎이랑 발바닥
기간은 대충 35일. 하루에 20~25km 걷는 셈이지

‘비아 프란치제나’라는 순례길이 있는데
중세 수도사들이 하느님 만나러 걷던 길이래
나는 나 자신이랑 좀 덜 싸우러 가는 거고

한 달 동안 나름 준비했다:
• 배낭 무게 줄인다고 팬티 두 장만 넣었고
• 산티아고 때 신었던 신발 고치다가 3만 원 나감 （감성값 포함）
• 목베개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 고민이 더 무거워서 결국 삼
• 고프로는 안 찍어도 챙겼고, 충전은 꼭 한다는 주의
• 트래블월렛 충전하다가 잔고 보고 한숨 3연타

사실 이거, 5월 7일부터 글 쓰면서 슬슬 준비하던 거였어
그땐 “아 이런 거 해보면 멋있겠다” 이랬는데
지금은 진짜 짐 싸고, 이틀 뒤면 출국함

혹시 이 길 걸어본 사람 있으면 팁 좀 줘
아니면 그냥 응원이라도 해줘
내가 겁 많아서 자꾸 마음이 왔다갔다하거든

그리고 나처럼 어디든 훌쩍 가고 싶은 사람 있으면
진짜 한 번쯤은 미친 척하고 어딘가 걸어봐도 괜찮을지도 몰라

돈도 없고 직장도 없지만
이유 있는 무직은 아름답다
（제발 그렇게 믿게 해줘）

중간중간 이 길에서 본 거, 느낀 거
웃대에 가끔 올릴게.
어차피 데이터는 무제한이니까 :）

Buen Camino. La vita è bella.
걷다 보면 뭐라도 보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