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카를 데리고 각자 작은 화분 하나씩 챙기고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한적한 흙땅에 간다.

선생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표정의 하루카.
흙땅에 가서 하루카에게 제안한다.

"마음에 드는 잡초 하나를 화분에 담아오지 않을래?"

하루카는 아직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치이지만
선생이 명령을 내렸으니 후다닥 잡초를 찾으러 간다.
그리고 나도 잡초를 찾기 시작한다.

잡초 하나를 화분에 담고 있으니 하루카가 화분을 들고왔다.
최대한 상태가 멀쩡하고 커다란 잡초를 가져왔다며
혹여나 잡초가 선생이 원하던 것이 아닐까봐 불안해한다.

그런 하루카를 쓰다듬으며 멋진 잡초라고 칭찬해준다.
안심한듯 보이며 배시시 웃는 하루카.
하루카를 데리고 다시 학원으로 돌아간다.

하루카와 나. 단 둘만 알 수 있는 방 하나를 구해서
하루카와 같이 방을 열심히 청소한다.
그리고 자리를 잘 잡아 햇볕이 드는 곳에 화분 두개를 놔둔다.

오늘부터 둘이서 화분을 가꿀거라고 말한다.
당황한 듯 보이는 하루카.

"선생님이 잡초를..? 어째서... 설마 나를 위해서...?"

굳이 자신 때문에 귀찮은 일 하지 않아도 된다며 안절부절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라고 하루카를 안정시킨다.
가라앉히는 하루카. 살짝 기뻐보이는 표정이 보인다.

그뒤로 매일같이 일과가 끝나면 하루카와 만나서
둘만의 방으로 가 잡초를 가꾼다.
잡초도 이를 아는지 시들지 않고 잘 자라주었다.

어느 날, 잡초를 가꾸던 도중 하루카는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잡초를 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세요...?"
말이 끝나고 이내 굳이 대답할 필요 없다며 다시 불안해한다.

잡초를 보며 떠오르는 것.
그 질문에 초라하다고 답변한다.
당황한듯해 보이는 하루카. 표정이 살짝 슬퍼진다.
이내 추가적으로 답변한다.
화려하지도 않고, 특별한 점도 없다.
이젠 거의 울먹이려는 하루카. 본인은 억지로 참고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그 점이 좋아."

덜덜 떨다가 한 순간 떨림을 멈추는 하루카.

"잡초는 화려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지만, 생명력은 엄청 강해. 우리가 가꾸는 저 잡초도 시들지 않고 건강히 잘 있잖아?"

하루카는 화분을 쳐다본다.
확실히 나의 잡초와 하루카의 잡초는 둘 다 시들지 않고 자라왔다.

"보기엔 보잘 것 없어 보이더라도. 화려하지 않아 인기가 없어도. 잡초는 시들지 않고 계속 살아가. 자신의 그런 점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언제나 굴하지 않고 살아있어."

하루카는 날 쳐다보기 시작한다.
그런 하루카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눈을 마주치고 말을 잇는다.

"그런 잡초를 보면 하루카, 네가 떠올라."
"비록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언제나 의기소침하며,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럼에도 너는 항상 나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 그 어떤 힘든 일이 생겨도, 나를 위해서 포기하지 않았어. 마치 우리를 위해서 버티고 더욱 자라왔던 저 잡초들처럼 말이야."

하루카는 다시 울먹인다. 하지만 이번엔 슬픈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하루카.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애써 울음을 참고 끄덕이는 하루카.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난 네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 난 네가 자랑스러워. 그러니 하루카, 더 이상 내 앞에서는 자책하지 말아줘."

살짝 움찔하는 하루카.

"자신은 쓸모없다며 어떻게든 나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도, 자신은 피해만 끼칠거라며 나에게 하려던 말을 멈추는 것도,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거라며 불안해 하는 모습도."
"나에게만큼은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

잠시 고민하는 듯 보이더니 곧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하루카를 폼에 꼬옥 안아주고 귓가에 속삭인다.

사랑해. 하루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