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니면서 음악하는 （드럼치는） 아재야

저녁에 밴드 촬영이 잡혀 있었어

솔직히 큰 기대는 안했어. 우리가 밴드쪽, 상대가 우리를 찍으러 와주시는 쪽

그쪽이 우리 라이브를 촬영하고 대신 그쪽 채널에 영상을 올리는 방식

개인연습 1시간, 밴드연습 3시간을 먼저 끝내고 기다렸지 （공연 준비 중이거든）

연습 너무 많이 해서 좀 지쳐서 괜찮을까, 잘 찍을수 있을까 걱정하며 기다렸어

늦길래 뭐 금요일 저녁이니까. 그러면서 기다렸는데

세상에. 천안에서 우리땜에 서울까지 찍으러 올라와 주신거야. 생각도 못했어

정말 열정 하나만으로 하시는 거지

게다가 촬영팀 대표님이 과거에 밴드맨이셨다네?

심지어 내가 옛날에 （드럼） 멤버로 오디션 봤던 팀이 있는데, 그 팀에서 베이스를 치신 분이네?

나이도 비슷하고 밴드맨으로서 열정도 많고

촬영 장비와 조명도 많이 준비해 오셔서

어떻게 하면 잘 찍을수 있을지 30분~1시간 가까이 계속 고민하시는 거야

나는 그 동안에 더 좋은 연주를 하기 위해 메트로놈 （박자 맞추기） 들으면서 계속 손 풀고 연습하고 있고

이게, 서로 진심인 사람들끼리는 알아보잖아

아 쟤 진짜 잘하려고 고민 노력 중이잖아,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 하는거

그러고 본 촬영 시작. 딱 한곡만 잘 뽑으면 되는 촬영이야. 3분짜리 영상

시범 take 부터 해서. 조명과 더 좋은 샷을 위해 이리저리 계속 고민하시고

우리는 1 take 로 한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연주 노래해야 하니까 계속 노력하고

그러다 4번째 take 에서 일단 완곡이 나왔어. 서로 만족하는.

그럼 그거면 되잖아. 이쯤에서부터는 서로 삘이 붙어서

멤버별로 솔로샷 찍고, 클로즈업 샷 따로 찍고, 드럼 베이스 섹션 맞추는 샷 따로 찍고

강조할 만한 포인트 있는 샷들도 전부 추가로 따로 찍기 시작했어

결국 서로 생각했던 시간도 훌쩍 넘겼고

촬영은 만족스럽게 끝났고

서로 너무 고맙다

당신들의 열정에 반했다. 아니다 우리가 반했다 너무 고맙다

영상 빨리 만들겠다. 고맙다 우리는 녹음한거 믹싱해서 좋은 라이브 음원으로 만들어서 보내겠다.

또 만나자. 또 촬영하자. 장소도 너무 좋다. 다른 기회로 부탁할 일로 연락하겠다

여기까지 하고 나는 약속이 있어서 급하게 나가면서

너무 고마워서 그쪽 대표님과 팀장님한테 예정하지도 않은 거마비라도 송금해 드리고

천안에서 오셨는데 톨게이트비라도 해야할 거 아냐. 서로 무급으로 하겠다고 시작한 거지만

그리고 약속 가서 술을 한잔하고 집에 돌아와서 자는데

사람이 흥분이 잘 가시지 않는지 새벽 2시반에 깨서 잠이 안와서

웃대에 들어와서 글을 쓰고 있어

사람이 사람에게 기분 좋은 영향력을 주고 받고

서로가 서로 덕분에 신나서 더 노력하는

즐거운 경험이었어

잠이 안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