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하자면, 스님 훈련소 이야기임. 절집엔 자자（自恣）라는 제도가 있음. 그게 뭐냐면, 대중（많이 모인 승려）에게 잘못을 고하고 스스로를 참회하는 거임. 그걸 저녁 점호 때, 아랫기수·윗기수 스님들이 다 둘러앉아 있는 데서 하는 거지. 여기서 별일 없으면 다들 자러 감. 그럼, 잘못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느냐? 말로 '전 잘못 없습니다ㅗ' 하는 게 아님. 다들 자야 하는데 시간 끌 순 없으니, 잘못이 없으면 말하는 대신 두 손바닥 붙이고 허리를 굽힘. （합장+반배）.

◎ 수행하는 사람이 무슨 잘못을 많이도 저지르겠냐마는, 용 가는 데 구름 간다고, 속세에서 어려운 일이 절간이라고 쉬워지지는 않음. 우리도 화합이 너무 어렵잖아? 하루는 스님끼리 치고받고 싸워서 다른 스님들이 뜯어말린 다음 화해까지 시켜버림. 근데 예전에도 그런 싸움이 있어서 중대장（우두머리스님이라는뜻）은 이미 실망할 대로 실망한 상태. 다 있는 자리에서 해당 기수가 도내에서 가장 화합이 안 되는 아수라（항상 제석천과 싸움을 벌이는 싸우기를 좋아하는 귀신）기수라고 산중 암자까지 소문 다 났습니다, 수료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아래 기수 보기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하면서 뭐라고 했었던 거임;

◎ 근데 이걸 당사자들이 자자（自恣）시간에 말하면? 큰일 나는 거지. （염불 외다가 두 소절 건너 뛰면 3천 배 해야 하는 세계관） 그러면 나머지는 함구한다? 이것도 말이 안 되는 일임. 그래서 어떻게 됐냐? 기수 전체가 '아무 일도 없었다!' 해버리기로 묵약（말 없는 가운데 뜻이 서로 맞음）이 됐음. 치고받고 싸운 거 안 들키려고 참회 시간 전부터 연화한（연합하여 화목함）분위기를 연출하고, 참회 시간엔 침묵 속에서 합장한 채로 허리 숙였다 펴면서 스님들의 몸이 물결처럼 너울지고 있었음. 그런데! 세속에서도 사람 일곱이 모여 입구 하나 막는 일도 쩔쩔매는데, 말이 쉽지, 70인 입（口）막기가 되겠음? 결국 기수에서 가장 나이 많은 스님이 벌떡 일어나선 이랏샤이마세（오전에 두 스님이 싸웠다고 울먹거리면서, '한 살이라도 더 많은 제가 뜯어말리지 못한 죄, 참회합니다.'）라고 해버렸다는 거임~

+강원에서 수행했는데, 한번은 소향이 애국가 부른 것처럼 염불 욀 때 첫 음을 높게 잡아서 아무도 따라 할 수 없게 되니까 주지 스님이 그거 보고 "요즘 강원에서는 염불 연습을 하지 않습니까?" 했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