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 꽃이 피었습니다. 빈소에 있는 할머니의 영정을 보며 저도 모르게 나온 말입니다.
수많은 꽃들 사이에 계신 할머니는 정말 누구보다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저희 삼촌이 그 말을 듣더니 그래 네 말이 맞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할매꽃이 피었다며 웃으셨습니다.
호상입니다. 어디 편찮으시거나 그런 병사가 아닌 말 그대로 노환으로 가신 자연사 그것도 백수를 눈앞에 둔 연세셨으니 얼마나 호상입니까.

제 지인들도 저를 위로하면서 이렇게 편하게, 곱게 가시는 경우가 흔치 않다며 호상이라며 위로를 해주었습니다.
하늘도 맑아 할머니가 하늘길도 정말 또렷하게 보이는 좋은 날이였습니다. 게다가 단풍까지 남아있으니 가시는길이 정말 이쁩니다.
잔병 없이 장수하셨고 날도 좋으니 네 호상입니다 호상이 맞습니다.

하지만 호상이 아닙니다. 제 욕심이지만 저는 할머니가 좀 더 오래 사셨으면 했습니다. 저에게는 호상은 없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미리 들었지만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호상이 아닌것 같습니다.

할머니를 근 십년동안 모시고 살면서 정말 많은 추억이 있었고 할머니에 대한 섭섭한 그런것도 많았습니다.
근데 그걸 다 풀기 전에 너무 빨리 가셨습니다. 휠체어를 몰며 다음에는 집 근처 말고 어디 설악산이나 그런곳으로 단풍을 보러가자
그러니까 밥도 많이 먹고 건강하라며 말했었는데 그 약속은 이제 영원히 지켜지지 않습니다.

염을하고 화장을 하는데 어른들이 너무 서글프게 울기에 도저히 울수가 없었습니다. 영정을 들고 가는데도 울수가 없습니다.
달려가서 울고 싶은데 자리를 잘 지켜야 해서 그냥 가만히 서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직 저는 호상이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 모든게 끝나고 방에 들어와 혼자 웁니다. 이제 저는 호상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