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 동안 눈팅만 했지 거의 웃대에 1년만에 글을 올리는 것 같네요. 그때 응원과 격려도 많이 받았었는데...

저는 지방대학 진학 후 우울증과 대인공포증으로 몇년간 집안에서 시간을 허비한 히키코모리였습니다. 30대가 코앞까지 다가오자 부랴부랴 학원행정직으로 취업했으나 워낙 사람과 면대면한 경험이 없어 결국 며칠 못버티고 퇴사를 던지고 나왔었구요.

그 후엔 또 닥치는대로 경력 안보는 곳에 몇번 입사 지원했고 최저임금이었지만 운좋게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거래처와 납품을 관리하는 영업팀에서 일했구요. 저도 제가 전화 응대하면서 빠르게 납품 관리하는 일을 해낼 수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습니다.

솔직히 거의 6개월? 혹은 그 이상까지 실수도 많이해서 혼나고 회의실로 불려가서 욕먹고 그랬네요.
그래도 거의 잠자고 밥먹고 매일 같은 일만하면 적응이 된다고 어찌저찌 해낼 수는 있더군요.

횡설수설하던 고객응대도 계속 하던 멘트는 이제 자연스럽게 나오고, 처음에는 동료들과 대화하는 것도 어색해 피했지만 이제는 남들 눈을 보고 얘기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남들에겐 별것 아닐지 몰라도 저에겐 1년 전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었습니다.

밑으로 후배들도 들어오고 동료들과도 나름 친해졌고 의외로 제가 거래처나 고객들과 연락하는 걸 그닥 어려워하지 않는 타입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클레임을 하도 듣다보니까 나중에는 그러려니하더라구요...ㅎㅎ
사실 임원직들보다 거래처분들이나 고객분들이 더 배려심있고 친절한 편이었습니다...ㅋㅋ

여튼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고 중간에 퇴사하겠다고 던진 적도 있었지만 어찌저찌 1년을 버텼네요. 별거 아닌 1년이었지만 저에겐 정말 인생의 구원이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사람이 진저리치게 싫고 힘들기도 했고 일은 뜻대로 안되고 싸우거나 혼나서 질질 짜기도 했지만 정말 많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구요.

잘못 살지는 않았는지 동료분들로부터 퇴사 전에 선물도 받고 이대로만 하면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도 받았습니다.
다음주부터는 새로운 이직처로 바로 출근할 예정이기도 하구요ㅎㅎㅎ

지금까지 힘들 때마다 웃대를 보며 근심 걱정을 잊어보기도 하고 위안이나 인생팁을 얻고는 했습니다. 과장 보태면 사실 거의 제2의 부모님이나 친구 비슷했던 것 같네요.

주절주절 말이 많았지만 사실 혹시 과거의 저처럼 힘든 분들이 있으면 작은 도움이라도 될까 글을 남겨봤습니다. 지금도 말을 더듬거리는 습관이 있지만 이런 저도 딱 1년만에 이정도로 변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변화를 느낀 건 1년도 아니고 한 7~8개월차쯤이었습니다. 주변에서도 변했다고 했구요ㅎㅎㅎ

다시 한번 살아보고자 하는 마음은 미래에 대한 희망에서, 그리고 현재에 대한 감사에서 나온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리고 지금 겪는 모든 힘듦도 결국 나에겐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준다는 것도 깨달았구요.
（제가 첫직장에서 사회성 쿠사리 먹고 울면서 도망치듯 퇴사하고 다른 직장에 갔을때 거기가 힘들어도 첫직장보다는 낫지 않나 라는 생각으로 버텼거든요ㅎㅎㅎ）

쓸데없는 잡설이 길었네요.
아무튼 웃대분들 항상 감사하고 사... 사는 동안 많이 버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