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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합격했다고 글 쓸 때는 앞으로 좋은 일만 생길 줄 알았는데, 막상 일해보니 워라밸 따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고 야근에 주말 출근까지 하면서 하루하루 피폐해지고, 건강은 더 나빠지고, 일하면 일할수록 업무는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고, 일은 제대로 안 풀려서 스트레스만 쌓이고, 현장에서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오는 변수들에, 민원에, 매일같이 업무 때문에 혼나기만 하니 일할 의욕도 떨어지고, 인생을 살아야 할 의욕이나 살아야 할 이유까지 상실해버린 느낌이 들어 그냥 때려쳤습니다.

'지금 당장은 괴롭고 힘들어도 하루하루 버티다보면 언젠간 좋은 일이 생기겠지', '다 나중에 성숙해지기 위해 거치는 단계다', '다들 그만두고 싶어도 그렇게 견디면서 사는거다' 이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스스로를 희망고문하고 가스라이팅하면서 버티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고, 더 이상 이렇게 버텨도 스스로에게 희망도 이득도 없는 것 같아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사실 임용된 지 1달도 안 돼서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는데 어떻게 이 상태로 1년 반 넘게 버티면서 다녔나 싶네요. 공무원 하면서 얻은 거라곤 정신병과 스트레스, 자살충동뿐입니다. 먼저 그만두는 동기들을 보면서 솔직히 부럽다는 생각을 늘 했었는데 결국 제가 그만두게 되어버렸네요. 남들은 공무원을 그만둔다고 하니 미쳤다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전 살고 싶어서 그만뒀어요. 이러다 진짜 30살 되기 전에 자살할 것 같아서.

차라리 어린 나이에 합격해서 빨리 그만두는 게 잘 됐다고 생각해요. 찍먹해보고 이건 아니다 싶으면 재빨리 그만두고 다른 길을 알아보는 게 남은 인생에도 이롭다고 봅니다.

요즘 공무원의 인기도 떨어지고, 공시 경쟁률도 예전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오늘도 누군가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밤을 새서 준비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무원은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합격 못해도 문제지만, 합격해도 그 이후가 더 문제에요. 하지만 이런 걸 직접 임용받고 일해보기 전까지는 알 방법이 없으니 어쩌겠나요. 누군가가 공무원은 이래서 안 좋다고 말을 해줘도 이미 공무원이라는 목표에 꽂혀버린 사람에게 그 말이 먹힐 리도 없고.

물론 저도 합격하지 못했더라면 아직도 공무원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계속 준비중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직사회의 실상을 겪어보고 공무원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렸으니,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해요. 이젠 공직사회에 대해서 환멸이 납니다. 쳐다보기도 싫어요. 이렇게 하루하루 자살충동 느끼려고 공무원 준비했나 이런 생각만 들고. 결국은 누칼협이라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지만.

남들은 사고만 안 치면 정년까지 확실히 보장되는 안정된 직장이라고 하는데, 제가 그 때까지 살아있으리라는 보장도 없잖아요. 솔직히 그 나이까지 살 생각도 없고.

철밥통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사람 말려 죽이는 철밥통 따위 차라리 없는 게 나아서 걷어차고 나옵니다. 일해보니 돈이 중요한 게 아니더라구요. 내가 죽을 것 같은데 돈이 무슨 소용인가요.

그동안 일 때문에 소홀했던 스스로에게도 신경쓰고 돌보면서 살렵니다.

p. s. 지자체마다 케바케지만, 지방직（특히 소규모 군）은 업무 분위기가 ㅈ소하고 다를 바 없습니다. 윗분들 마인드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