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니 어제 퇴근하고와서 치맥하고 있는데,
초등학교 졸업한지 24년만에 6학년 담임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오늘 반장, 부반장이 결혼한다고 호텔 뷔페에서 저녁 사주고,
꽃다발도 받고 집에 왔는데 식사 중에 내 이름이 나왔었단다.
20살 반창회 때 방명록에 남겨놨던 내 번호가 기억나 연락해보셨단다.

요즘 어떻게 사냐,
학교 다닐때 개구쟁이였는데 이제 철은 좀 들었냐,
친구들이랑 연락은 하냐,
뭐 그런 사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6학년 때 반장, 부반장이랑 몇몇 애들은 아직도 본인을 찾아온다는데,
그 때마다 내 이름이 나와서 궁금하셨다는데,
20년 넘게 잊고 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에는 촌지, 체벌은 물론 교권이 막강했다.
돈을 준 부모의 자녀는 수업시간에 발표를 몰아주거나,
없던 상장을 만들어 반 친구들 앞에서 수여하거나,
학급위원 임명 등 칭찬세례로 아이의 기를 살려줬다.
반면, 돈을 안 준 놈의 새끼는 조례, 종례시간마다 교단에 올라가,
말도 안되는 이유로 뺨을 맞고 마대자루로 엉덩이를 맞아야했다.
그리고 그런 애들을 모아 교내 청소를 시켰다.

우리 부모님도 그 사람에게 돈을 갖다바쳤지만,
액수가 좀 부족했는지 ,
맞지는 않았지만 애들앞에서 인격모독과 조롱을 당했었다.

우리집도 돈이 많았으면 저 사람한테 돈을 더 주고
학교 좀 편하게 다니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런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면서,
손에 땀이나고 소름이 끼쳤다.

지금 선생님 찾아가는 애들 다 돈 많이 드린 잘 사는 집 애들이네요.
저는 돈 별로 안 갖다줘서 애들 앞에서 면박주고 조롱거리 만들으셨잖아요.
그나마 저희 부모님께 몇 푼 받으셔서 그런지 때리진 않으셔서 감사했습니다.
기억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제 초등학교 앨범에는 선생님 얼굴만 없어요.
저는 선생님 잊는데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앞으로 연락 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끊겠습니다.

하고 번호 차단했다.

맥주 한캔 먹고 잘라했는데 밤 늦도록 잠이 안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