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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할게 없어서...진짜 뭘 해도 시간이 도무지 안가서 뭐 할까 하다가
PX업무는 내 부사수한테 다 맡겨놓고 나는 PX근처 뒷산에서 두더지 잡고 놀았음.
PX바로 앞에 산이 하나 있었는데 예전에 그 땅에서 땅이 꿈틀거리는걸 봤거든. 그러니까 거기가 두더지 집이었던거야.
그래서 잡아야지 하고 다음날 부대작업하는 삽 갖고와서 그 땅 부근을 존나 파기 시작했음. 근데 땅굴이 생각보다 깊게, 많이
연결되어 있는지 내 생각보다 쉽게 안잡히더라고. 한 2시간을 내리 땅만 팠더니 점심먹고 다시와서 땅 파볼라니까 ㄹㅇ 산모양이
바뀌어있더라 가끔씩 지나가는 간부들도 너 PX안보고 거기서 뭐하냐 물어보고ㅋㅋ 그냥 PX관리관이 환경정리 시켰다고 대충
둘러댐..다시 두더지와의 배틀이 시작되었음. 내가 흙을 펄때마다 뭔가 꿈틀거리는게 보였기 때문에 부근에 있는건 분명했음
근데 땅을 파면 다른 구멍으로 도망가버리기 때문에 잡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 그리고 혹여나 삽집을 하다가 두더지가
다치거나 죽을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럼 두더지를 기절시키자라는 생각으로 방법을 선회함. 흙 퍼는 소리 일부러
들려주고 도망경로에서 흙이 옴싹달싹하면 이 때다싶어 삽머리로 존나 쌔게 내려침ㅋㅋㅋㅋ
흙이 쿠션역할을 했기 때문에 내 생각대로 기절만 했더라. 죽지않고. 장갑을 끼고 그대로 손으로 움켜쥐었음.
처음에는 기절해있었기 때문에 가만히 있다가 이 놈이 정신을 차리고 내 손아귀를 아둥바둥 나가려고 몸부림을침ㅋㅋㅋㅋ
이 때 처음알았어 두더지가 온몸이 근육덩어리인걸. 진짜 힘이 줜나 쌔더라고. 그래서 이걸 어디다 키울까 하다가
PX창고에 두고 PX안에 진열해놓는 과자들 집어넣는 큰 박스에 흙이랑 나뭇잎같은거 줏어다가 보금자리 마련해줬는데 내가
생각이 짧았지...다음날 보니까 아니나다를까 상자는 가볍게 뚫고 탈출했더라고. 결국 찾진 못했음ㅋㅋㅋ
말년이어서 가능했던 두더지잡이였는데..딱 이 맘때 날씨여서 생각나서 적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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