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남친하고 헤어져서 귀한 주말에 할 일이 없어져
잉여롭게 뒹굴거리며 웃대하다가 이 썰을 보고 생각 난
몇 년 전 나의 소개팅 이야기.

때는 어느 겨울
남사친이 하는 학원에 놀러 갔었는데,
그 남사친이 “정말 좋은 형이 있는데, 이 형이 왜 여자친구가 없는지 모르겠어. 치킨집 하는 형인데 사람 진짜 좋아. 의리도 있고 술도 잘 사주고” 라고 했어

다들 알지 ?
정말 좋은 사람인데 왜 애인이 없는지 모르겠다. 는 소개팅을 덥썩 물면 그 이유를 내가 알게 된다는 거.

아직은 연애 생각 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말로 에둘러 거절했고
친구는 그 뒤로 2~3번 정도 더 권유했지만 거절.
그런데 마지막 거절 때는 내가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한 말을 오해했는지 ..
“이 형 집에 돈도 진짜 많아!! 치킨집하는 그 건물이 그 형 부모님꺼야 !! 게다가 외아들이야“ 라며 재력까지 귀띔 주었지만 역시 거절했어.
그 거절에는 친구의 사람보는 눈을 못 믿었기 때문도 있었는데.

며칠 뒤 친구한테 톡이와서
모월 모일 모시까지 사당 **스시집으로 가면 된다며.
거절했잖아 !!!?? 하니까
에이~ 한 번만 만나봐! 진짜 좋은 형이야 내가 보증해 !!!!
이 형이랑 만나면 없던 여유도 생긴다니까 !! 라고 밀어붙였고.

이미 잡은 약속을 뭘 어쩌겠냐 싶어서
유난히 추웠던 그 날 .. 나는 오돌오돌 떨면서 사당으로 향했지.
스시집은 좌식 테이블이었고
그 형은 약속시간으로부터 20분 쯤 지나 등장했어.

아~~~~ 이 집이 제가 좋아하는 집이에요
가성비도 좋고 ~~~ 술은 좀 하세요 ? 로 대화를 시작하길래
나는 본래 술이 없어서 못 마시는 사람이지만
못 한다고 하고 스시를 주문했어.
그는 소주를 반주삼아 마셔야겠다며 소주 추가.

그는 아빠다리를 하고 양 손을 번갈아 자기 발을 주무르며 이야기를 이어갔어.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요약하자면

나는 진짜 전 여친을 이해 할 수가 없다.
1층은 내 가게고
2층은 부모님이 산다. 3층에 내가 산다.
이렇게 준비가 다 되어있고, 걔가 요구하는 조건을 다 들어줬는데 그 3층에 사는게 싫다고 헤어지자고 했다.
결혼준비가 보통일이냐… 그걸 하다가 중간에 그렇게 갑자기.
우리가 몇 년을 만났는데, 그게 말이 되냐? 00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
그게 두 달 전 일이다. 아직도 생각만 하면 화가난다.
나는 지금 만나면 바로 결혼 준비 할 생각이다.
근데 여기 스시 맛있는데 왜 안 먹냐 [그 사람이 자꾸 발을 만진 손으로 스시를 먹어서 이미 입맛이 떨어진 상태]
00씨도 한 번 먹어봐라. 스시는 손으로 먹어야된다.

라고 하면서 그 손으로 스시를 집어서 내 입에 들이댔어…
그 때는 그 자리에서 증발해버리고 싶었지만
친구의 얼굴도 있고… 꾹 참고
괜찮습니다. 제가 먹을게요. 하고 두어점 집어먹고 자리를 정리하고 내가 계산하고 나왔어.
그 형은 소주를 2병인가 드셨는데
좀 취한 것 같았어.

너무 춥네요. 많이 드신 것 같은데 들어가보세요. 하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내 팔을 잡는거야

아~~~ 이럴 때는 술 한잔 하면 따뜻해져요 !!
우리 2차가요 !!! 하길래

정말 괜찮습니다. 저는 술을 못 해요. 하니

에이~~~ 진짜 설마 한 잔도 못할까. 딱 500한 잔만 마셔요.
그럼 따뜻해진다니까 ?? 라면서 내 팔을 잡고 안 놓는거야.

10분이 넘게 그 자리에서 입 씨름을 하다가
그럼 저 담배 한 대 피울 동안만 옆에 있어줘요.
나 담배는 피워야겠어. 그건 되죠 ? 그럼 놔줄게.
라고해서

울고 싶은 심정으로
피우세요…. 하고 담배를 끄자마자 인사하고 부리나케 귀가했어.
돌아서는데 자꾸 언제 또 만날 시간 되냐고 묻는데 그냥 거의 뛰어서 지하철로 향했었어.
“전화해요!!!” 라고 뒤에 대고 소리 친 건 덤.
그리고 친구한테 전화해서 다시는 그런 사람 나한테 갖다붙일 생각하지말고
나한테 소개팅 시켜줄 생각도 하지마라. 화를 냈지만
친구는 끝까지
어.. 그 형 진짜 좋은 형인데… 설마 .. 하며 믿지 않았지.


그게 끝이면 좋았겠지만
얼마 뒤 다른 친구에게 연락이 왔어.
쉐프인 친구인데 자기 동료 쉐프 중에 너무 괜찮은 친구가 있는데 소개팅 할래 ? 이래서
정말 싫어! 나 소개팅 안해! 정말 안할거야! 라고 단호하게 거절했지.


친구는 ”얘 진짜 사람 괜찮아…“ 했지만
난 노노노!! 를 고수했어.
친구는 ”아깝다.. 알겠어..“ 하고 대화가 끝났지.

그런데 2주 뒤 쯤 ?
모르는 사람에게 카톡이 왔더라고

이건 너무 어이가 없어서 멘트도 기억이 나 ㅋㅋㅋㅋㅋㅋㅋ



- 안녕 00야 ?

누구세요 ?

- 나 &&인데 ~~ **이 한테 못 들었어 ?

죄송하지만 전 거절했는데요

- 아 ~~ 왜 그래 ~~ 근데 내가 왜 지금 너한테 연락한지 알아 ?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이한테 니 번호를 받았는데, 카톡에 진짜 못생긴 빵 같은 여자애가 뜨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 난 그게 넌 줄 알고 연락 안했는데, 오늘 **이가 니 번호가 그게 아니�L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웃기지 않아 ? 너무웃�푄빱빱빱빱빱빱빱� 그래서 다시 저장했더니 니 얼굴 뜨길래 지금 연락했엌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

그건 제 알 바 아니고, 저는 소개팅 거절했어요. 그리고 정말 매너 없으시네요. 왜 반말하세요 ?

- 기분 나빠 ? 미안해 ㅋㅋㅋㅋㅋ 근데 우리 동갑이라던데 ? 시간 언제 돼 ?

（차단）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어…
왜 그들은 꼭 좋은 사람이고 의리있음으로 소개되는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