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히나를 이해하지 못 하거나, 상황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것 같아 씁니다.

일본과 100% 일치하지는 않을테지만 한국을 기준으로, 제 경험을 토대로 설명합니다.



이 글은 히나가 '호다카에게 3년간 연락하지 못 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히나는 소녀가장입니다.

여고생 소녀가장도 아닌, 여중생 소녀가장이요.



그게 뭐 큰 차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네. 큰 차이입니다. 너무 심하게 큰 차이요.

고등학생 소년, 소녀 가장들은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어도 짧으면 1년, 길어봐야 3년이면 성인이 됩니다.



그리고 고등학생들은 대부분 육체적으로 성숙해있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는 것, 그리고 일하는 데까지의 과정이 어려울 뿐.

일단 일할 곳을 구하기만 한다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작중 시점에서 히나는 한국 나이로 중3, 16살입니다.



히나의 가장 안타까운 점은 작중 시점에서 중3, 16살인 것이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작년 시점으로 돌아가면 중2, 15살이었을 것이고.

15살 시점에서도 히나네 집안은 아버지가 없는 홀어머니 가정, 그리고 어머니가 입원을 한 상태였으니.

추측컨데 히나는 중1, 14살부터 가장 노릇을 해야 했다는 점 입니다.



가장 노릇을 중1, 14살부터 해야했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홀어머니 가정은 보통 어머니가 바깥 일을 하며 가장 노릇을 맡고, 가장 큰 첫째 아이가 집 안에서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히나네 가정 사정을 정확히 알 수 없기에, 아버지가 언제부터 안 계셨던건지는 모르지만 한가지는 확실하죠.



아버지가 히나네 집에 없었던 순간부터 히나는 나기의 어머니 노릇을 해야했습니다.

그 시점이 최소로 잡아도 13살, 초등학교 6학년일테고요.









그런데 제 생각으로는 그보다 오래 되었을 것 같네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년 밖에 안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히나는 너무 잘 적응했거든요.

호다카가 처음 히나 집에 찾아왔을 때 보여준 집안 모습으로는 집안일에 있어서 군더더기 한 점 없습니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어머니가 맡아야하는 역할을 100% 수행해낸다는 것인데, 이거는 고작해봐야 3, 4년으론 택도 없어요.

초보 엄마들, 대학생들 자취생활. 그렇게들 고생하는 이유가 뭔데요?



저는 그 정도 수준까지 가려면 적어도 5년으로 봅니다.

그럼 9살, 초등학교 2학년이네요.







뭐, 이건 추측이라 그냥 13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로 가정을 하는게 낫겠네요.







히나의 생활력을 보면 아버지 없는 생활에 적응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머니가 가장 노릇을 하는 동안, 어머니의 역할을 100% 수행해내잖아요.



그런데 작중 시점으로부터 1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부터 상황이 바뀝니다.



히나에게 주어진 역할이 어머니의 역할로 끝이 아니라, 아버지의 역할이 추가가 됩니다.

아버지+어머니의 역할을 히나 혼자 해내야 하는거예요.







사실 중학생 가장이라는건 원래 성립이 불가능해요.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애들이 가장 노릇을 한다는 거, 절대 불가능합니다.



고등학생 가장이야 어떻게 어영부영 1년, 2년 버티고나면 성인 되서 빚 진거 청산할 수 있다지만 중학생은 불가능합니다.

고1과 중3, 1년밖에 차이 안 나는데? 하시겠지만 달라요.



고1이 어떻게든 2년 버텨내면 고3 입니다.

그 쯤 되면 주변에서 최소한의 지원은 들어와요. 중요한 순간인 고3이고, 곧 성인이 되니까.

딱 1년도 안 되는 시간 지나 어른이 되면 해결할 수 있으니까.



근데 중3은 어떻게든 2년 버텨내도 고2 입니다.

사회적, 재정적 파탄 한계 2년 다 지나도 고2 예요. 성인 되기까지 2년 남았어요.

아무도 이런 애들한텐 제대로 된 지원 안 해줍니다.



흔히 쟤들 불쌍한 애들이다 하는건 위에 고등학생 가장들 같이 해결 방법이 보이는 애들한테 사람들이 불쌍하다 하는거예요.

중학생 가장들이요? 해결 방법 없어요. 방법이 없는 애들한텐 사람들 동정도 안 줍니다.

그냥 원래 저렇게 살 애들이었다, 하고 말죠.



아무튼, 주변으로부터 아무런 지원 못 받고 1년 파탄난 상태로 지나면 몸도 정신도 가정도 제 형태 못 갖춥니다.

그 상태로 고3 보내고나면 인생 나락 꼬라박히는거 한순간이죠.



그게 중학생 가장입니다.

그래서 중학생 가장이라는거는 원래 있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히나는 중학생입니다. 중학생 소녀 가장이예요. 불가능한걸 해내야합니다.

안 그러면 하나 남은 가족인 동생과도 헤어져야 하거든요. 그래서 반드시 성공해내야 해요.



불가능한건데.







고등학생은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힘들지만, 중학생은 사실상 간단한 아르바이트도 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히나는 나이를 속이고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봐서 맥도날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죠.



그런데 맥도날드 아르바이트를 시작해도 문제예요.

동생이 아직 어리거든요.



히나가 고등학생, 나기가 중학생. 이랬다면 상황은 굉장히 좋았을 겁니다.

여전히 문제야 있었겠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는 수준까지 몰릴 일은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현실은 동생이 초등학생입니다.



이러면 히나가 맡고 있던 어머니의 역할을 동생에게 나눌 수가 없어요.

히나 혼자서 온전히 아버지, 어머니. 성인 2명 몫을 해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건 학교 다니면서는 할 수 없는 일이죠.

아직 의무교육을 받아야 하는 나이인데, 학교를 안 나가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중학생 아이들이 부모를 잃으면 답 없어지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도 이거구요.

뭐 지원 아무리 해도, 현실적으로 미래가 아예 없습니다. 나쁜게 아니라 그냥 없어요.



교육을 못 받는데 미래는 무슨. 다른 일이고 뭐고 못 해요. 그냥 그대로 인생 끝나는 겁니다.







참, 그렇다고 해서 학교를 관두면 당장 일을 하는 데에 지장이 가지 않느냐?

아니요, 그렇게 까지 해도 당장 일 하는데에 지장이 갑니다.



왜 일까요?







별 건 아닙니다. 이미 위에서 언급도 했어요.

아버지와 어머니. 성인 2인분의 몫을 중학생이 해내야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루는 24시간입니다. 이걸 셋으로 쪼개면 24/3 = 8.

8시간이죠? 그런데 계산은 7시간으로 해야 합니다. 사람은 이동 시간, 준비 시간이라는게 필요하니까요.



7시간씩 3개로 묶입니다.

7시간의 수면, 7시간의 바깥일, 7시간의 집안일로요.

이건 제가 실제로 겪었던거라 777로 시간을 묶는겁니다.



집안일을 무슨 7시간이나 하냐! 할 수도 있는데.

장 봐오고 요리 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쓰레기 버리고...이 것들만 해도 많은 시간들을 잡아먹습니다.

게다가 동생이 초등학생이죠. 간간히 뜯어먹고 오는 옷을 고치거나, 예상치 못 한 일들이 있을 수도 있고, 솔직히 쉬는 시간도 필요해서. 7시간 충분히 먹습니다.



저 패턴 중학생한테 매일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나요?

고등학생들은 커녕, 대학생들도 저 패턴으로 2인분 몫 하면서 지내면 죽을 맛일겁니다.







근데 사실 거기까지는 뭐, 주말마다 어떻게 그냥 죽은듯이 잠만 자면서 버텨낸다고 쳐요.

7시간씩 주 5일 일해봐야 생활 유지 안 됩니다. 100% 적자 터집니다.



대한민국 2019 최저시급 기준으로 8,350원 x 7시간 x 22.5일 （주5일） = 131만 5천 125원 나옵니다.

성인들한테도 안 주는데, 학교 안 나가고 일 하는 급식한테 주휴까지 챙겨주며 일 시키는 사람은 없으니 주휴 계산은 안 할게요.



한국 고시원이 지역마다 다른데, 보통 25~35 정도 합니다. 싼데는 15만원 하기도 하고, 비싼 곳은 50만원까지도 봤지만 평균가는 25~35예요.

원룸은 고시원과 마찬가지로 지역마다 다르지만, 보통 고시원보다는 조금 비싸서 평균가가 40~60정도 합니다.



히나네 집이 가격이 싼 철로 옆 일본식 아파트 맨션이고 크기는 그럭저럭 두 사람이 살기엔 큰 편이니까.

고시원과 원룸 가격을 절충해서 월세를 45 정도로 가정을 하겠습니다.

대신 낡은 목조건물이니까 관리비가 좀 나올테고...



음, 아니다.

그냥 따지기 귀찮으니까 관리비 제외하고 월세 50으로 계산 편하게 하죠.







보통 사람 한 명당 늘어나는 최소 생활비용을 30만원으로 봅니다.

가정에서 사람 한명 늘어날 때마다 늘어나는 최소 생활비용이 32만원 정도예요. 15년 기준이긴 한데.



그런데 히나와 나기 모두 나이가 어리니까, 25만원 정도로 계산을 해서. 50만원으로 치죠.

월세랑 생활비만 합쳐도 100만원이네요.



여기에는 생활용품비, 의생활비, 보건의료비, 미용위생비, 교통비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남은 돈이 31만원 뿐인데 생활용품, 의생활, 보건의료, 미용위생, 교통비가 제외돼요.



어떻게 나갈 지는 신체 건강 상태에 달려있는 보건의료 제외하고 매 달 15만원+ 정도 나오겠네요.







매달 10만원 정도는 예상치 못 한 상황을 위한 비상금으로 모아두어야 하는걸 감안할 때.

이미 아슬아슬하게 적자가 겨우 나지않는 상황입니다 . 5만원 겨우 남았으니까요.







뭐 여가생활이나 군것질이나 통신비나 이런거 다 안 쓴 상태입니다.

오히려 써야했을 기본 생활비에서조차 뺄 수 있는 만큼 뺀게 125만원의 생활비입니다.

월급은 131만원인데.







그래도 뭐, 여기까지라면 몸이 계속 건강하다는 전제 하에（저런 생활을 유지하면서 건강할 수 없다는건 일단 무시하고）

당장의 생활은 유지가 되는 듯 보입니다.







에이, 그럴 리가 있나요?







작년까지 히나 어머님은 입원해 계셨고 지금은 돌아가신 상태예요.

입원비용, 치료비용, 장례비용. 다 돈 들어가는거죠.



집안 상태를 보면 어머니 살아계셨을 적에도 히나의 가정은 부유한 집이 아니었습니다.

그야 뭐, 어머니가 아무리 바깥 일을 하며 아버지 노릇을 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체력적, 근력적 측면에서 감당할 수 있는 업무 강도, 맡을 수 있는 업무의 선택지가 차이가 날 테니까 당연하죠.



여자 혼자서 아이 못 키운다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닙니다.

히나네 집은 원래 어머니가 살아계셨어도 경제적으로도 힘들었을 집안이예요.



그게 어머니가 입원 치료도 받고, 그러다 돌아가시기까지 하면서 답이 없어진거지.







아무튼, 쓸데없는 얘기들은 이쯤 하고 앞서 있었던 어머니 입원 치료를 생각해보면

부유한 집도 아니었던 히나네 집안은 빚 졌을 가능성이 너무 높네요.



그거 갚기라도 해야했다면 적자났을테고요.







뭐, 사실 이런 빚 없어도 돈을 말도 안 되게 아끼지 않고, 그냥 몸 정상적으로 돌아갈 구조로 생활비를 썼다고만 가정해도



너무 자연스럽게 적자가 날 것 같기는 한데. 그냥 아껴도 경제적으로 답이 없어요. 해결 방안이 없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히나는 맥도날드 아르바이트를 짤린 직후 곧바로 "어찌 되었든 돈이 필요했다" 라고 말하는 상황에 몰리는 겁니다.



당장 버는 족족 빠져나갔을텐데, 하루라도 못 벌면 생활 전체가 펑, 터져버리거든요.







이걸 호다카가 개입해서 물장사에서 구해주고, 100% 맑음 소녀로 구해주고, 지금까지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너무 당연했던 소녀에게



너를 우선시하라고 말하며 구원해주는거구요.







뭐 그렇습니다.







히나가 휴대폰이 왜 없냐면요.



구매비용은 둘째치고, 누가 사줘도 통신비, 그 얼마 되지않는 통신비도 유지할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없습니다.











흔히 사람들이 답 없는 엠생, 흙수저 하는데 실제로 엠생들은 사회 밑바닥이 아닙니다.

진짜 엠생, 진짜 흙수저들은 사회에 없어요.



히나는 딱 호다카가 구해주는 장면 직전까지 그 사회에서 사라지는 과정을 너무 착실하게 밟고있었구요.







그대로 갔으면 자퇴하고 물장사 끌려갔다가 그대로 사라졌어요.

히나는 용신이 없었어도 사회에서 없어졌을 애입니다.







저는 그게 이 작품, 날씨의 아이의 진정한 주제라고 생각하고요.



히나가 사회에서 없어지든 말든, 그거 아무도 모르잖아요?



없어진 아이는 있는데, 그걸 인식하는 사회는 없어요.







그냥 히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불쌍한 아이라는 걸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 볼 때마다 옛날 생각나서 웁니다.



호다카, 그 정신연령 어린 호다카, 자기보다 어린 애한테 어리광부리고 자빠진 그 호다카가 아니었으면

히나란 캐릭터는 그대로 아무도 모르게 세상에서 없어졌을 캐릭터거든요.



죽어서 사라진게 아니라, 살아있어도 세상에 없는 캐릭터였을 거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