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있었던 일.

오전에 벌초를 마치고 당숙아저씨랑 부모님이랑 같이 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어요.
그때, 한 어려보이는 학생이 들어오는 걸 보았고, 별로 신경을 쓰지는 않았죠.

이야기를 하는데, 시선을 돌리다가 보니 그 학생이 갑자기 울먹거리면서 엎드려 울고 눈물 닦고를 반복을 하고 있었어요.
무슨 일이지? 뭐, 남자친구랑 헤어지기라도 했나..? 생각을 잠깐 하다가 가족들과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여전히 울고 있었어요.
마침 병원 피 검사 예약 시간도 남았고 학생한테 다가가서 물었어요.

'잠깐 앉아도 될까요?'

학생이 괜찮다고 해서 자리에 앉아 물어봤어요.

'저, 이상한 사람은 아니에요. 아까부터 봤는데 마음이 쓰여서 왔어요. 무슨 일이 있나요?'
하니 학생이 사연을 이야기 해주었어요.

내용인 즉, 대전에서 공기업 시험이 있는데, 학생은 수원에서 공부 중이고 아버님이 시험장까지 데려다 주기 위해 여수에서 올라왔는데,
시간이 늦어서 시험장에 입장하지 못했고, 아버님이 본인 때문에 학생이 시험 못 보게 된 거 같아 미안해 하신다고, 그리고 학생 자신도 너무 속상하고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너무나 안타까웠어요. 두 분 모두에게 안타까운 상황이 되어버린거죠.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살면서 고난은 언제든지 올 수 있는거에요, 지금 많이 힘들고 아쉽고 속상하고 미안한 마음이겠네요. 저 또한 비슷한 경험이 있기에 학생마음이 공감이 되요. 현재 상황에 느껴지는 감정들 충분히 느끼는 대신 너무 그 감정에 빠져있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기회는 분명 다시 올거에요. 그때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 지금 경험을 기반으로 삼으면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 믿어요. 아버님도 미안해 하시겠지만, 학생이 내년에 다시 해볼게! 하며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드린다면 부모님도 대견해 하실거에요.'

연신 울먹거리는 학생에게 제가 해줄 수 있는건 위로의 이야기 뿐.
저는 병원 예약 시간이 가까워져서 가볍게 먹을 수 있도록 허니브레드 하나 선물하고 인사하고 헤어졌네요.

저는 이 학생이 충분히 속상해 하고 아쉬워 한 후에 내년에는 원하는 회사에 취업하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언젠가 우연히라도 만나서 저를 알아본다면, 본인 이름이 들어간 멋진 명함을 제게 주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