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복부에 염증이 생긴 환자가 왔다.

오래전 사고로 몸을 다쳤고, 몸이 마비됐는데 감각이 없는 부위에 농이 생겨서 발견이 늦었다.

농을 한가득 제거한 뒤 공간은 주먹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컸다.

수술이 필요했다. 입원을 권유했으나 환자는 그럴 수 없다고 한다.

기계적으로 환자에게 응대했다.

"입원을 하셔야 한다. 이대로 퇴원하시면 위험할 수 있다. 열이 나시거든 곧바로 응급실로 오셔라. 매일 소독 받으러 오셔야한다"

다음날 환자와 보호자가 왔다.

환부를 소독하며 상태를 말씀 드리려다가 고민했다.

'미약하지만 분비물 양이 줄었고 공간도 줄었다. 호전되는 양상을 말할까, 다시한번 입원을 종용해야할까.'

잠깐의 망설임 끝에 재차 입원 치료를 권했다. 그럴 수 없다는 답변만이 되돌아 왔다.

몇십분간의 소독이 끝나고 거즈를 두껍게 겹쳐 환부를 덮었다.

환자를 옮기고 난 자리에 하얀 각질이 떨어져있다.

보호자가 치우려하는걸 제지 하려다가, 그제서야 상황을 깨닫고는 환자분을 옮기는데 집중하는 척 모르는체 했다.

두사람을 배웅하는데 보호자가 카페에서 사온 커피를 건넨다.

감사히 마시겠다 인사하고 돌아와 환자를 처치했던 침대를 소독제로 닦았다.

왜 진즉 깨닫지 못했을까.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이 각질이 떨어지곤한다. 건강까지 좋지 않으니 체취도 짙은 법인데,

환자에게서 냄새가 나지 않았다. 보호자가 정성스럽게 관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위험하다. 사망할 수 있다. 치료가 어렵다.

내가 뱉어낸 말들이 소름끼치게 머릿속을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