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눈팅만 하는 아죠씨인데
웃자에 올라온 ‘질문을 싫어하는 한국인들’이라는 글의
속사정을 좀 적어볼까해

일단 난 저 질문 관련 다큐 촬영이 이루어졌던 해당 강의 수강생이었음 당연히 촬영 당시 현장에도 있었고.

저 다큐가 방송되고 내가 느꼈던 바를 한문장으로 표현하면 ‘완전히 답정너’였다는거야

일단 상황설명이 좀 필요한데

촬영이 이루어졌던 저 강의는 ‘바다의 이해’라는 교양과목이었고 특이하게도 토요일 오전 단 하루에 3시간을 듣는 3학점 강의였어（교수님이 학점 잘 주시기로 소문난 꿀강의였지）

졸업한지 하도 오래돼서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촬영 시점이 아마 기말고사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던 시기였을거야

거기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지정좌석제라 한학기 내내 같은 자리에만 앉아야하는 좀 독특한 상황이지

이제 본격적으로 좀 말할게

토요일 오전에 진행되는 강의, 거기다 전공도 아닌 교양 강의라 강의 시간엔 정말 쥐죽은듯이 조용했어

3시간 연강수업이다보니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잠깐 있는데 질문은 전부 이때 이루어졌지. 질문도 늘 하던 사람들만 했어（나도 쉬는 시간에 질문을 자주하던 사람중 하나라 질문하는 사람들 얼굴들을 다 알 정도였음）

내가 아까 우리 학교는 지정좌석제라고 했지? 그러다보니 학기말쯤 되면 이름은 몰라도 저기에는 어떻게 생긴 누가 앉더라 정도는 거의 기억이 나거든

그런데 저 다큐에서 강의 도중 질문을 계속하는 저 남자,
저자리에 앉던 저 사람은 내 기억에 정말 한학기 내내 질문을 한 기억이 전혀 없던 사람이었어

그러던 사람이 갑자기 방송국에서 촬영을 나왔다고 강의 도중에 계속해서 질문을 하니 좀 의아했었지.（촬영 전이나 당시에도 어떤 목적이나 어떤 내용을 위해 촬영하는지 안 알려줬었거든）

물론 단순히 질문을 많이해서만이 아니라

저 남자는 촬영 시점이 기말고사를 앞둔 시점이었음에도 학기 초에 이미 교수님이 다 설명해준 아주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내용을 질문한다던지（강의 흐름과 무관하게 말야）

또 교수님이 설명하고 있는 강의 내용과는 정~~말 무관한 질문들도 계속해서 했어 아직도 기억나는게 갑자기 대뜸 “교수님은 바다를 좋아하십니까?” 대충 이런 질문을 하더라고…（짤 보니까 바다에 자주 가시냐고 질문했네）

강의 흐름은 계속 끊겨… 근데 질문이라고 한다는 게 ‘나는 학기내내 강의를 전혀 안들었어요’라고하는 것밖에 안되는 수준이야… 거기다 지금 교수님이 지금 설명하고있는 강의 내용이랑 별 상관도 없어…

그러니 같이 강의를 듣는 다른 학생들 표정이 좋을리가 있나?

나도 화면에만 안 잡혔지 정말 강의 내내 짜증났었음

저렇게 촬영을 해놓고 저 다큐에서는 마치 한국학생들은 질문하는 걸 꺼려하고 그걸 넘어서 다른 사람이 질문하는 것조차 싫어하는 것처럼 방송을 하더라

기가차더만…

완전 답정너인거지 자기들이 원하는 답을 이끌어내려고 그냥 상황을 억지로 만들어낸거야

저 짤 속에서 언짢은 표정을 짓던 저 여학우, 저 캡쳐때문에 당시에 악플에 엄청 시달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진짜 내가 다 미안하더라

난 저 이후로 방송국에서 찍는 다큐 거의 안 믿게 됐어


3줄요약

1. 평소 질문 1도 안하던 사람이 촬영 왔다고 질문 엄청함
2. 질문 수준이 처참해서 다들 언짢아함
3. ???: 역시 한국 학생들은 질문을 싫어하네 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