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말 너무 당황스러워.

이걸 뭐 어떻게 인증을 할 수도 없는 거고, 내가 하는 말이 진짜라고 누가 믿어주지도 않을 거 같아서 정말 너무 화가 나고 분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비록 입증은 못 하지만, 최소한 웃대인들은 믿어 줘.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진짜 거짓말 하나도 없이 현재 진행형이고 사실이야.

난 바로 조금 전까지 유튜브를 보다가 얼큰한 국물이 너무너무 땅겨서 내가 사는 오피스텔 1층에 있는 마트로 내려갔어.

그 마트는 고맙게도 신, 진, 짜, 안, 너 같은 메이저 라면들을 낱개로 팔아서, 라면을 자주 먹지 않는 나 같은 사람들이 굳이 한 번 끓여 먹자고 묶음을 통째로 사지 않아도 되는 곳이야.

그리고 난 시원 칼칼한 해산물 맛 국물이 먹고 싶었기 때문에 너구리 한 개를 골랐지.

방으로 올라와 싱글벙글 콧노래 부르면서 물을 끓이고, 너구리 봉지를 뜯어서 스프랑 후레이크를 먼저 까 넣은 다음,

다시 봉지를 뒤적거렸는데.

다시마가 없어.

진짜야. 지금 너네 아무도 안 믿겠지. 구라 치네 주작이네 싶겠지. 근데 진짜야, 진짜로 다시마가 없어. 아무리 봉투를 뒤집고 헤집고, 아예 찢어발겨 봐도 없어. 혹시 내가 뜯다가 떨어뜨렸나? 냄비에 이미 같이 넣었나? 싶어서 주방 다이며 바닥을 샅샅이 훑어 보고 ,냄비를 미친듯이 저어 봐도, 지랄 염병하면서 아무리 찾아도 빌어먹을 다시마가 없단 말이야.

30년 가까이 살면서, 너구리에 다시마가 없는 경험은 처음이야.

난 얼큰 시원한 국물이 너무너무 먹고 싶어서 너구리를 사 온 거야. 안 그랬으면 냉장고에 어제 새로 사온 계란도 한 판 있고, 파도 한 줄기 남았는데 더 싸고 맛도 무난히 안정적인 진매 하나 사다가 파송송 계란탁 조합으로 행복이 보장된 라면 타임을 즐겼겠지. 하지만 내가 원했던 건 다시마가 들어간 시원한 국물이었다구. 그래서 너구리를 사 온 건데, 너구리에 다시마가 없으면 감칠맛도 딸리고, 쓸데없이 가격만 300원 더 비싼데다 계란을 풀어 먹을 수조차 없는데, 내가 도대체 왜 굳이 이걸 샀겠느냔 말야. 내 분노에는 정당성이 있다고.

화가 나서 당장 환불을 하든지 농심에 항의 글이라도 남겨야지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차라리 다시마가 두 개 든 거면 몰라, 안 들어 있었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지?라는 생각에 소스라친 거야.

"이봐, 당신이 다시마 어디 갖다 버린 다음 공짜 보상을 노리는 거 아니야?"

"고작 라면 하나 가지고 클레임까지? 사람이 참 작군!"

"네 다음 라면 하나 아까워서 징징거리는 흙수저~"

"주작."

이런 반응들이 눈에 선하니까 갑자기 머릿속이 어지럽고 소름이 끼치더라. 난 분명 내가 정당히 대가를 지불하고 얻으려 했던 만족의 기회를 날렸음에도 내가 손해를 당했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구나. 그리고 그런 시도를 한다 할지라도 성공한다는 보장은커녕 오히려 역풍을 맞을 위험까지 걱정해야 하는구나.

속이 메스꺼웠고, 실제로 뭘 어찌 해보겠다는 의지가 꺾였어.

하지만 분해. 분하다고. 화가 나고 서운해. 친구들 톡방에 얘기했더니 ㅋㅋ병신ㅎ 라는 답톡 밖에 안 돌아와서 더 분해.

부디 웃대인들은 날 믿어줘.. 설령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 진심 어린 분노만큼은 전달됐기를 바래.

그리고 농심. 니네 사람 잘못 건드린 거야.

난 앞으로 너구리 안 먹고 오동통면 먹을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