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집은 늘 쿰쿰한 메주 냄세가 났다

방안이든 부엌이든 어디든 그 냄세가 나서 어린시절에는 좀 싫었던 때도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푸근했던 냄세였다

어느 초 가을즈음 오후에 할머니집에서 낮잠에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바깥의 소음이 가깝게 들려왔지만 이내 곧 멀리서 들리는듯한 소리로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곧 할머니방의 장농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는 아주 얇은 이불을 내 배에만 덮어주셨고 곧 할머니가 쓰시는 88올림픽 기념부채로

너무 세게 흔들지도 또 너무 약하게 흔들리지도 않는 좌우로 그냥 슬슬 흔드는 부채의 느낌이 난다

바깥의 소음은 더 멀어져서 아득하게 들릴때

내 뒷목 어딘가가 푸근해지고 목아래의 느낌이 점점 나른해지며 바닥이 몰캉해지는 기분이 몸을 감싼다

내 정신이 점점 희미해져가고 푸근한 느낌에 휘감겨져 잠으로 빠져들어갈때

할머니의 꺼끌꺼끌한 손이 내 이마를 어루만져주신다 노인특유의 꺼끌꺼끌한 손이지만 따듯하다

그리고 엄청나게 포근했다

희미하게 할머니가 중얼거리신다

"아휴 내 새끼..."

그 말을 끝으로 잠에 빠져들었다



-40대의 후반에 내 할머니를 추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