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사람을 망치는 게 맞다
단순히 정신적으로뿐만이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식이장애로 인해 몇년간 반복적으로 구토를 하면서,
위산이 치아의 법랑질을 조금씩 녹였고,
결국은 오늘 치아가 부서졌다

불안해서 손가락 굳은살을 물다가
파사삭

평소에도 치아 빠지는 꿈을 자주 꿔서,
혹여나 꿈인가 싶어 볼을 꼬집어봐도 치아가 깨진게 맞네..

불안하다..
1차적으로는 이거 또 고치려면 몇십만원일텐데.. 그 돈이 무섭다
2차적으로는 다른 곳도 또 깨질까봐 무섭고
마지막으로는 깨지고도 구토를 못 고칠까봐 무섭다

스스로가 뚱뚱한 줄 알고서 사랑받지 못할까봐
하루에 한끼씩만 먹되,
그것도 일반인들의 1/5 가량 먹고서도
또 다시 그것마저도 불안해서 토하기를 몇년

170cm의 남자가
52키로까지 토하고
48키로까지 토하고

그러고도 뚱뚱한 줄 알고서
42키로까지 빼려다가
우연히 지인이 찍어준 영상 속의 나는 괴상할 정도로 말라있더라

그래서 다시 힘들게 찌웠는데
62키로가 되니 또 불안해져서는
전혀 뚱뚱하지 않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도
결국은 다시 구토를 시작한지 수개월째
오늘에서야 치아가 깨지고
또 다시 이제 더는 토하면 안되겠다 다짐한다

그럼에도 난 정말 구토를 멈출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없다

확실히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들은 자신을 화려하게 치장한다는 말이 맞을지도
몸이 망가진대도 사랑 받는게 먼저다
그래야 못생겨져서 사랑받지 못할 것이 걱정되어 멈출테니

늦게 든 춤바람이 무섭다 했던가
어릴 적 필요한 제 시기에 부족했던 것은 평생에 걸쳐 사람을 좀 먹고 망가트린다
키덜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이 과거를 갖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가지각색이지만, 듣다 보면 공통된 길로 향한다.
어릴 때 갖지 못한 몇만원어치의 장난감이,
성인이 되어 수백 수천만원의 장난감이 되는 것이다

사랑도 제 시기에 받았어야 한다
모아도 모아도 만족할 수 없는 키덜트들의 장난감처럼,
경계선 성격 장애는 사랑을 받아도 받아도 불안하다
그리고 나 역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떤 사람이 내 옆에 머물러야 나을 수 있을까

또 누군가는 이런 나의 정신력을 탓하겠지
이런건 분명 정신력과 관계 없는데..

조금 괜찮아지나 싶었는데, 나는 여전히 나약한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