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어제 처음 가입하긴 했지만 그 전에 웃대를 가끔씩 눈팅하긴 했음. 그래도 계정은 계속 안 만들고 버티고 있었던 게, 개인적으로 나는 레딧에서 오래 활동을 해온지라 국내 커뮤니티보다는 레딧의 분위기에 훨씬 익숙했고 그래서 여기서는 그렇게 잘 어울리지 못할 것 같았음. 그런데 어제 웃자에 내 만화가 올라온 걸 보고 충동적으로 '계정 파자! 내가 원작자라고 말하고 싶어!' 이렇게 나갔던 것 같음.

생각해 보면 충동이 앞서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던 것 같음. 나는 사람들이 내가 그리는 만화의 출처를 잘 명시해 주고, 원작자를 알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관종짓이고 부적절한 행동이었나 보다. '폴란드볼을 님이 처음 만든 것도 아니고 남의 콘텐츠 갔다가 쓰면서 뭘 그렇게 저작권을 챙기려고 함?'이라고 지적하는 댓글을 보고 아, 여기서는 이러면 안 되는구나, 저작권이니 뭐니 들이대면서 으스대지 말고 모두가 자료와 창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게 미덕이구나 하고 생각했음.

사실 굳이 정확히 따지고 들자면 폴란드볼은 '콘텐츠의 원작자'가 누군지도 확실치 않고 창작자가 한 명만 있는 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여러 나라 사람들이 일정 규칙을 지켜서 각자 맘대로 만드는 콘텐츠고, 유래와 창작 과정에 대해 설명하자면 꽤 길고 복잡함. 근데 이걸 설명한다 한들 크게 관심을 가질 것 같지도 않고, 굳이 그 정도 노력을 들여서까지 변명을 하고 싶지는 않음.

단 하루뿐인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가 올린 만화를 좋아해 줘서 고마웠어요. 그리고 관종짓하고 으스대면서 분위기를 흐려서 미안해요. 모두들 늘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