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들,
나 30대 중반 간호사인데, 어릴 때 사고로 좀 가벼운 장애가 있어.
여자친구는 20대 후반이고, 지금 한 2년 조금 넘게 만나고 있어.

근데 내가 엄마 일 때문에 진짜 큰 빚이 있어.
처음 여자친구 만날 때는 나도 그걸 잘 몰랐고,
알고 나서도 한 1년 정도는 말을 못 했어.
내가 알게 됐을 때 여자친구한테 솔직히 말했는데,
알고 보니까 걔도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더라.
우리 집 컴퓨터에 ‘개인회생’, ‘파산’ 이런 검색기록이 있었거든.
그래도 내가 직접 말할 때까지 기다려줬대.

그래서 결국 말했어.
“나 지금 빚이 있다. 그래서 당장 결혼 약속은 못 하겠고,
솔직히 너희 부모님이 나 같은 놈한테 딸 시집보내실 것 같진 않다.”

근데 여자친구가 “괜찮아”라고 하더라.
그때 진짜 눈물 날 뻔했어.
그 뒤로도 1년 정도 잘 만났고,
지금은 신용회복위원회 통해서 빚 정리 기다리는 중이야.
조금씩 돈도 모으고는 있는데, 결혼 자금 마련하기엔 아직 멀었지.

문제는 이제야 생겼어.
요즘 간호사 일 계속하기가 솔직히 너무 버겁고,
남자 간호사로 오래 가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보려고 해.

근데 여자친구가 그 얘기 듣더니 조심스럽게 그러더라.
“그럼 빚은 언제 다 갚고, 결혼은 언제 해?”
그 말 듣는데, 내가 아무 말도 못 하겠더라.
순간 ‘아, 나 진짜 나만 생각했구나’ 싶었어.

솔직히 지금 너무 헷갈려.
공무원 준비를 해야 할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여자친구랑의 미래도 놓치고 싶진 않거든.
근데 현실적으로 둘 다 잡기엔 상황이 너무 빡세고…
나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형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