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바로 1997년 백 소령 사건

수도군단 예하의 화성시 해안초소에 군단에서 보냈다는 '백 소령'이 한밤중에 자가용으로 방문함.

그는 자신이 수도군단에서 온 소령이며 암구호를 까먹었다 말함. 초병들은 수하도 안 하고 오히려 암구호를 알려주며 그냥 설렁설렁 들여보냄. 백 소령은 소위 소초장과 얘기를 나누었음.

그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며, 단순히 군생활이 어떠냐 정도가 아니라 행보관의 실명을 얘기하며 안부를 묻거나 자세한 순찰 지명의 위치 등까지 언급하면서 신뢰도를 높였음.

소초장과 대화를 나누다가 지형 숙지 겸 야간 순찰을 하겠다며 소초의 K-2 소총을 빌려달라 하고, 소초장은 총기를 내주었음. 그는 그대로 K-2 소총과 실탄을 들고 순찰을 나감.

시간이 꽤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와중에 중대장이 소초 방문을 옴. 중대장이 얘기를 듣고 뭔가 수상쩍다 싶어 군단에 연락을 함.





알고보니 수도군단에는 백 소령이라는 사람이 아예 존재하지 않으며, 수도방위사령부（서울을 방어하는 부대, 수도군단과 완전히 다름）에는 백 소령이 있긴 하나 그 시간엔 자고 있었음.

즉 신원 불명의 누군가가 군인을 사칭하여 소총을 들고 도망간 상황.

당연히 온 국군이 발칵 뒤집혔고 백 소령을 찾으려 난리 난리가 났지만

결국 백 소령도, 사라진 K-2 소총도 발견되지 않은채 영영 사라지게 됨......

사건이 벌어진지 27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백 소령, 소총 모두 찾을 수 없음.

대한민국 국군 역사상, 조작이나 은폐 정황이 없이 진짜로 '미제 사건'이 되어버린 몇 안 되는 사건 중 하나임.




백 소령이 간첩이고 소총은 북한으로 가서 특수부대 등을 위한 역설계에 사용되었단 설이 유력하지만

어쨌거나 추정일 뿐 결국 아무 것도 밝혀진게 없는 미제 사건.

한편으로 당시 군 기강 및 체계의 해이를 엿볼 수 있는 사건이기도 한데, 21세기에 군대를 전역한 사람들이라면 상상조차 못 할 '외부인에게 수하를 알려준다', '총기를 내어준다' 같은 말도 안 되는 일이 버젓이 일어났기 때문임.

심지어 이 사건은 강릉에 무장공비 수십 명이 침투해 큰 피해를 낸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이 일어난 이듬해였음. 수 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외부인에게 암구호와 총기를 내어줄 정도로 여전히 국군의 체계에 구멍이 있었단 것을 방증함.

참고로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 당시 북한 무장공비들은 한국군 군복과 복제 M16 소총을 사용했는데, 국군에서 눈썰미가 좋은 한 부사관이 지나가던 국군이 M16을 든걸 보고 무장공비임을 간파해 교전한 사례가 있었음. 이미 전방은 K-2로 완전히 교체되었기 때문. 이에 남파공작원의 교란 작전을 위해 K-2가 필요하다고 느껴 백 소령 사건을 벌인게 아닐까 추측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