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북부에 위치한 한적한 해안 마을인 후다이 촌 

이곳에는 수십년 동안 역대급 세금 낭비라고 까이던 시설이 있다

그것은 바로 '후다이 수문（水門）'

높이 15.5 m, 너비 205 m의 이 수문은

쓰나미를 막기 위한 용도로 1984년 지어졌다

이 수문의 건설을 주도한 사람은

당시 후다이 촌의 촌장이었던 와무라 고토쿠였다

그는 1909년 후다이 촌에서 태어난 토박이였는데

그가 태어난 지 24년이 지난 1933년,

일본 동북 지방에서 큰 지진과 쓰나미가 일어나

후다이 촌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와무라 또한 그 재해의 피해자였다

사실 후다이 촌은 쓰나미 피해를 입은 게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와무라가 태어나기도 전인 1896년에도 한 차례 쓰나미 피해를 입은 적이 있었다

즉, 이미 두 차례나 쓰나미로 인해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그는 이러한 경험에서 '두 번은 겪어도 세 번은 안 된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와무라는 1947년 촌장에 처음 당선된 이후

약 40년 간 10선 연임을 했는데

임기 말기인 1980년대 초에 후다이 수문을 세울 계획을 짜고

1984년에 수문을 완공시켰다

원래 건설 계획 당시 수문의 높이는 10 m로 책정되었었지만

와무라는 완고하게 15.5 m의 높이를 고집하였고

결국 38억 6천만 엔（현재 가치로 한화 약 480억（!） 원）의 예산을 들여

15.5 m 높이의 수문을 완성시켰다

물론 이는 마을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고

마을 주민 중 누구 하나 와무라의 결정을 지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마을 주민 모두가 입을 모아 '세금 낭비'라며 온갖 욕과 비난을 퍼부었다

와무라는 수문 완공 후 3년 뒤인 1987년 퇴임했는데

퇴임식에서 이러한 말을 남겼다

'촌민들을 위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 일은 반대가 있어도 설득해서 이뤄 주십시오. 마지막에는 이해해 줄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남기고 가는 선물입니다.'

그러나 퇴임 후 10년 뒤인 1997년에 와무라가 사망할 때까지도

후다이 수문은 사용할 일이 없었고

역시나 그의 사후에까지도 와무라는 세금 낭비로 조롱과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그의 사망 후 14년이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 관측 사상 최악의 지진인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고

최대 높이 40 m의 쓰나미가 일본 태평양 연안을 무자비하게 덮쳤다

당연히 태평양 연안에 접해 있던 후다이 촌을 향해서도

약 17 m의 쓰나미가 들이닥쳐 오고 있었다

그러나 후다이 촌에는 다른 마을에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후다이 수문

마을에서는 곧바로 수문을 닫았고

（빨간색 선이 수문）

수문은 쓰나미를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물론 쓰나미가 수문보다 조금 더 높았기 때문에 완벽하게 막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쓰나미가 마을에까지 도달하는 것은 방지했기에

인명 피해는 어선 상태를 확인하러 수문 밖으로 나간 1명의 실종이 전부였고

재산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와무라의 선견지명이 수천 명의 목숨을 살린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것을 '후다이의 기적'이라고 불렀고

수문 옆에 와무라 촌장을 기리는 비석을 세웠다

1984년 수문 완공 이후 약 27년 만에 그의 공로가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2022년 6월

우리나라의 강원도 삼척시 삼척항에도 이러한 수문이 건설되었다

국비 499억 원을 들여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쓰나미 방지용 수문이다

혹자는 이것이 전형적인 세금 낭비라고 비난한다

우리나라에 쓰나미 따위가 오겠냐고

어차피 일본이 다 막아주지 않냐고

하지만 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만약 지진이 일본 서해안, 즉 동해에서 발생한다면?

어떠한 장애물도 없이 쓰나미는 고스란히 우리나라 동해안으로 직행한다

실제로 1983년과 1993년에 각각 4 m와 2.7 m 높이의 쓰나미가

우리나라 동해안을 강타하여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발생시킨 적이 있다

특히 이번에 수문이 세워진 삼척은 가장 피해를 극심하게 받은 지역이었다

지금 당장은 쓰나미 걱정이 기우로 느껴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연재해란 것은 절대로 예측할 수가 없다

삼척항에 세워진 수문도 후다이 수문처럼

수십 년이 지나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지켜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