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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mm견인포병으로 입대를 했던 나는 허리를 다쳐서 PX병으로 전직하게 돼.
px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타부대 아저씨들, 타부대 간부, 타 포대 아저씨들 등등 우리 포대와는
전혀 관련도 없는 사람들과 나는 일면식을 쌓고 알고 지내게 되었어.
일단 나는 px병으로 올라간게 일말쯤이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px병의 횡포를 알고 있었지. 군필자라면 다들 알 거라고 생각함
이상하게 의무병이나 px병같이 특수보직들은 날이 갈수록 태도가 달라지더라. 이등병때는 순둥이였던놈이 한달 지나 가보니까
완전히 사람이 변했나 싶을 정도로 싸가지 없게 대하는 그 태도.
그래서 나는 내가 px병 보직변경 건의가 완료되기 이전에부터 만약 내가 px병이 된다면, 편의점 알바하는것만큼은 아니더라도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줘야겠다. 짜증내지말고 웃으면서 일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보직변경이 완료된 후 px병이 되었을 때 나는 초심을 잃지말자고 생각해서 사소한 것들이지만 물건 휙휙 던지지 말고,
우리 포대 선후임들만 챙기지말고, 봉투에 직접 담아주기도 하고 때로는 간부들의 과한 요구가 ㅈ같을 때도 있었지만
허리때문에 눈총을 받아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포수보직에서 이렇게 px보직으로 바뀐것만 하더라도 매우 행복한 일이라고
자위하며 참고 사람들을 대하였지.
따지고 보면 그렇게 친절할 것도 아니었지만 워낙 내 사수를 비롯해서 전전사수, 그 위로 거슬러 올라가 유래를 알 수 없는
px병들의 싸가지병때문에 나의 이러한 행동들은 그 반대효과 때문에 이펙트가 컸던 것 같아.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임....
이렇다보니 나는 우리 포대 사람들뿐만 아니라 브라보 포대, HQ, 속해있는 간부들, 방공포대 사람들과 두루두루 친해지게 되었음
친해진건 좋다 이거야. 근데 사람들이 고생한다면서 뭘 하나씩 사주고 가기 시작함. 처음엔 물론 고마웠찌
근데 이게 한두번도 아니고 계속 반복되니까 도무지 내가 감당못할정도로 카운터에 쌓이는거야. 자기들딴에는 짤짤이 생긴거 쓰느
냐고 음료수 주고가는 사람도 있었고 내 포대 후임들은 내가 선임이니까 잘보이려고 냉동도 사주는 후임이 있었어 근데 여러개 물
건이 쌓이다 보니 도무지 내가 먹는걸로는 처리못할 양이 되어버린거야.
이걸 어떻게할까..그냥 버리기에는 아깝고 말이지. 생각하다가 나는 다시 그것들을 자리로 되돌려놨지. 이렇게 자리들을
되돌려놓은 물건들은 이미 팔린물건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면 POS상 남아있는 물건으로는 +1개가 남게 돼. 그럼 모든 물건들을
다 팔고 이 1개가 남았을 시점 바코드에 찍히지 않으면 나는 이런 제품들을 원값 현금으로 돌려팔았어.
하루에 이렇게 하니까 재미가 꽤 쏠쏠하더라고. 거기다 + PX제품들은 10원단위로 떨어지는 제품들이 많기 때문에
예）830원, 4230원.. 총 계산가격이 8260원으로 나왔다 치고 만원으로 어떤 사람이 현금결제를 하려고 한다면
10000-8260=1740원을 줘야하는게 맞지만（원칙적으로는）우리는 50원단위를 기준으로 50원 이하가 나오면 반내림으로 1700원을
주고 1760원이나오면 1750원을 주고 1780원이 나오면 1800원을 줬어. 말이 너무 장황해서 이해가 안될지도 모르겠는데..ㅋㅋ
이렇게 십원 단위로 물건을 계산하다보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진 몰라도 하루에 PX에서 판매되는 판매액이 정말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이런식으로 십원단위 이윤을 내다보면 정말 어마어마한 돈이 쌓이게 됨.
내 사수야 항상 뒤처리를 나에게 맡기고 개인정비를 하러 먼저 포대로 올라가버렸기 떄문에 이 남는 돈은 온전히 내거라고
볼 수 있었지. （많을땐 하루에 5000원 남을때도 있었음）
그런데 나도 사람인지라 2000원 3000원 꽁돈이 내 손에 들어오면 별 거아니라고 생각하고 기분 좋게 썼었는데 점점 남는 돈이
단위가 커지고 한달이 지나 십만원 단위가 지나가니까 무서워지더라고...그제서야 내가 잘못 행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거야
그래서 그냥 사실대로 PX관리관한테 사실은 이러저러해서 이렇게 돈을 모았다 개중에는 내가 얼마 쓴것도 있었다 죄송하다
라고 말씀을 드렸지. 관리관은 아무래도 민감한 돈 문제이다보니 심각하게 받아들이는듯 했지만 내가 솔직하게 말한것에
조금 감명받은 듯 했어. 그래도 보고는 해야하니까 대대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더라고. 대대장도 이 보고를 받고 하루종일
돈을 만지고 사는데 큰 돈을 횡령한것도 아니고 1000원 2000원은 눈 감아줄 수 있다고 본다 대신 앞으로 PX에서 남는돈은 부대
운영비로 쓰겠다라고 말하고 나에겐 아무런 징계가 떨어지지 않았찌...
징계는 고사하고 영창이라도 안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나에게 이 때의 경험은 역시 사람은 죄를 짓고 살면 안되는구나
돈 가지고 장난치면 안되겠다라고 느낀점이었지. 그래도 솔직히 보고한 나에게 대대장도 좋은 인상을 받았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말년에 휴가나갈때 포상휴가 붙여서 나가라며 휴가증 하나 주시더라구.
어쨋든...
죄송합니다.
p.s 혹여나 글을 읽고 불쾌함을 느끼시거나 문제가 있을시에는 자삭하겠습니다. 저 말고 이외의 px병들은 이렇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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