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추가합격해서 입학한 경우다 보니 오티나 새터를 못감.
수강신청은 학과사무실에서 남는 과목 배정해줌. 그러다 보니 분반마다 수업 듣는 사람들이 달랐음
다들 과잠입고 자기네들 끼리 모여 즐겁게 있었을때, 사복차림에 구석에 앉아 멍만 때렸음.
출석도 하필 맨처음으로 불렸는데 선배님이 왜 1학년 과목에? 라는 수근거림을 화장실에서 들음.

2.
조별과제가 있었음.
다들 자유롭게 조를 짰지만, 나는 못짜서 결국 단상에 불려나와 나를 데리고 갈 조는 손들어라 하는식으로 진행했음.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 순간 몇초간의 정적이 너무 부끄럽고 힘들었던 기억에 남음.

3.
밥 혼자 먹기 싫은 쓸데 없는 자존심으로
화장실에서 김밥 사와 먹음.
시금치와 단무지는 일일히 빼서 먹음.

4.
큰마음 먹고 중간고사 전에 실시한 엠티에 참석함.
밤에 장기자랑 타임이 있어서 한두명씩 올라와서 춤추고 노래했었는데,
이때다 싶어 그 저께 라디오에서 감명깊게 들은 인디밴드의 사회비판적 노래를 열창함.
걸그룹 안무로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았던 그 전 팀과는 달리 아주 조용한 박수로 마무리 되었음
심오한 가사를 음미하느라 반응이 미처 그랬다고 애써 달랬음.
술도 못마셔서 한잔마시고 조용히 잠만자고 집에 왔음

5.
이대로는 아니다 싶어 동아리 가입하려고 알아보다가 사이비 종교놈들에게 2번이나 잡혀
탈출하는데 애먹었음.

6.
조별과제 과목 학기가 끝나고 조원들끼리 롤링페이퍼를 만들어 돌리라는데,
여기저기서 적어준거 보고 깔깔거리고 웃고 즐기는데
내껀 '친해지지 못해 아쉽다', '다음학기에는 친하게 지내자' 라는 멘트만 적혀있었음.

7.
대학을 가본적 없으신 부모님께서 대학생활은 어떠냐 물어보셔서,
엠티때 노래 부른일이나, 술먹다가 잠든 （한잔먹고） 이야기를 무용담삼아 이야기 함.
대학생활을 잘 즐기고 있구나라고 말씀하신 부모님의 얼굴에는 안심이 내 얼굴에는 수심이

8.
조용히 짝사랑 했던 동기 여자애가 인싸 동기 남자놈이랑 손잡고 걸어 가는걸 마주침.
그것도 마음 아팠지만, 비밀로 해달라는 동기 여자애가 부른 내이름의 한글자가 틀렸던게 더 마음이 아팠음.

9.
집으로 돌아와 싸X월드 다이어리에 자체휴강이라는 중2병 스럽고 어그로성이 다분한 글을 남겼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나의 투데이가 1로 바뀌는 일은 없었음.

10.
그렇게 학교에 흥미도 잃어서 가는둥 마는둥 하다가
오승환 전성기급 학점으로 화려한 한학기 피날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