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 전쯤 어머니가 취미가 생기셨어.
캘리그라피라고..화선지에 삐뚤빼뚤 획 긋는거 보고는 여러가지 하시는 구나, 즐겁게 사시니 참 좋다 생각하고 있었어.

두 아들을 낳으시고 네살,두살때 금수같은 아버지를 피해 나와 홀로 여지껏 키우셨어.

어렸을땐 몰랐지.
초등학생되며 인지하게 된건 어머니 몸이 불편하셨던거야.
어릴때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가 자라지 않아 장애인 이셨던거지.
그런 어머니를 아비라는 자가 참 못되게 굴었고.
그 아비를 피해 도망도 댕겼어. 지금도 꿈에 나온다..
나 고등학교때 미싱공장서 일하시다 넘어지셨는데
하필 소아마비다리가 깔려 부러졌어. 2년을 병원에 계셨는데성장하지 않은 다리인데다 피도 잘 통하지 않아 철심박은 뼈가 붙질않았고 결국 절단까지 하셨지.

고2 예민한 아들 놈 케어하시느라 아픈내색도 안하시고 가끔 오늘 병원 올래? 라고 묻기만 하셨어.
지 생각만 하던 모자란 아들은 사고만 치고..그래도 자주 갔어. 무뚝뚝 했지만 아들래미오면 엄청 좋아하셨지.
여튼 직장서 열심히 일하신 것도 있고 사장님도 좋으신 분이여서 산재처리가 됐고 그후 도장파는거,퀼트 배우시고 가게까지 하시며 두 아들래미 대학까지 보내셨어.

그러다 5월 5일 어린이날 누군가 아침에 문을 두들기더라
휴일에 뭔 놈들이여 하면서 문 열어보니 경찰이더라.
아버지 돌아가셨데..제주도에서.
난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형이랑 엄니는 아니더라.
비행기표 끊고 다음날 날아가서 장례치뤘어.
기초생활수급자에 무연고자. 췌장, 위암으로 사망. 방에는 소주병이 가득하고 지갑엔 2천원 있었다고..

어머니는 멍~하신 상태로 염할때도 잘 못움직이셔서 걍 계시라고 하고 형하고 나하고 들어갔지.
형은 울더라.
난 초4학년 반년 같이 살았을때 아비가 술쳐먹고 때린 기억밖에 없어서 눈물도 안나고 별 느낌이 없었어.
그저 "사시느라 고생하셨어요.편히가세요"라고 마지막 인사만 했어.
아버지는 8남매 중 혼자만 서자라서 많이 힘들었다는 얘기만 들었어. 그냥. 나한텐 딱 그정도. 남이야

그러고 어머니는 가게를 정리 후 장애인 복지센터 쪽으로 퀼트 가르치면서 재능기부 겸 사람들 도우셨어. 지금도 장애인 네트워크에서 퀼트 강의하시고 계셔.
못난 둘째 아들은 어머니 반의 반도 못 따라가고 제자리 걸음 중이야..

근데 엄니가 엊그제 와이프에게 카톡으로 당신께서 그리고 적으신 켈리를 보내셨드라고.

와이프 말 듣고 그냥 슬쩍 보다가 울컥해서..나이 마흔이라 여성호르몬 뿜뿜이라 그런가..

낳아주시고 키워주시고 모든 어머니들이 당연히 해내신 일들이 사실은 내 새끼들을 위해 처절하게 살아남은 어머님의 고단한 길이였단거, 나이 마흔에 술한잔 먹고 찌끄려 보네..

다들 우리 엄니 작.품. 보고가. 웃자가면 엄니한테 자랑!
그건 아닌거 같고..너구리 짤들 넘쳐나는 커뮤 사랑하지만 부끄러워 말해줄 수 없을것 같네

여튼 사랑한다면 어머니께, 아버님께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