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 2점

연기 : 4.5점

연출 : 4점

스토리 : 3.5점

총평 : 판 벌렸으면 수습을 좀


대망의 오징어게임 3부가 나왔음

아마 시청자 대부분이 전 시즌을 보고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를 품는 부분이 몇 개 있었을 거임

알량한 정의감과 윤리 의식이 친구의 피로 점칠된 성기훈

우리는 말이 아니라는 말로 도발당한, 경주마로 살아온 오영일

세미의 죽음으로 타락의 조건을 갖춘 박민수

순수악이자 타노스의 광기를 건네받은 김남규

시청자가 가장 추학한 죽음을 바랄 것이 분명한 임정대와 용궁선녀

제일 좋은 능력치와 사람냄새를 가진 조현주

아무리 봐도 신파장치로 밖에는 안보이는 용식과 금자

비극이 분명할 텐데 희극으로 바뀔 수 있나 작은 기대감을 품게 하는 준희와 명기


애석하게도 이 기대감들은 반 정도 이루어짐. 드래곤볼 덜 모은 것 같음


시작할 당시엔 모두가 예상했듯이 성기훈은 폐인이 되어있음. 시즌 1에서의 성기훈은 찐따 찌질이. 게임 내내 초조함과 두려움을 지녔고 사람을 쉬이 믿는 바보이자 은근히 약은 면도 있는 소시민이었음.


그게 시즌 2가 되고, 오징어 게임에서 잃은 인연들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과 분노가 운영진을 향하게 됨. 그래서 시즌 2부터의 성기훈은 항상 빡쳐있고, 알량한 정의감을 내세움. 그런 시즌 2의 마지막, 프론트맨이 한 마디 건냄


알량한 영웅놀이의 결과를 보라고. 그 결과는 친구의 죽음이자 뜻을 함께 해준 동료들의 죽음이자 성기훈이 시즌2 내내 내세웠던 알량한 정의감의 죽음임.


그래서 시즌 3에서 성기훈은 대사가 참 적음. 폐인이었다가 되살아나야 했기에.


그렇게 스토리의 뒷편으로 밀려난 성기훈이 바짝 마른 입술로 분노를 향할 대상을 고르는 중에 다른 조연들이 움직임. 어떻게 맛깔나게 죽어야하나 하고.


시즌 3의 첫게임은 숨바꼭질임. 오징어 게임은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한국 옛놀이로 게임을 진행하는 것에 의의가 깊고 또 반응이 좋음. 그런데 첫게임이 자칫 잘못하면 그냥 살육전이 되어버리는 숨바꼭질이 되어 시작이 루즈해져버림.


짧지만 강렬한 죽음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오징어게임 답게 조연들은 휙휙 죽어나감. 아쉬운 점이라면 시즌을 두 개로 나눴을 정도로 분량과 볼륨이 커졌는데 죽음 자체는 가볍게 이루어지는 느낌임. 물론 죽음이란 것이 현실적으로는 되게 허무하고, 한순간에 끝나는 일이며 이 사람들이 있는 곳이 서바이벌 게임의 한복판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게 맞는 거겠지만 타노스 죽을 때만큼 허무하게 목숨들이 사그라들어감.


폐인이 된 성기훈을 각성시킨 게 세 사람 있는데, 해병대 구라친 대호와 아들 잃은 어미인 금자, 준희의 아기인 222번 mk.2임.


탄창 안챙겨와서 친구의 죽음에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줘버린 대호는 성기훈의 화풀이 대상이 되어버림. 성기훈은 속으로 이미 알고 있었을 거. 시청자들이 욕했던 것처럼 그 트롤링의 근본적인 원인은 자신이라고. 때문에 대호의 죽음만큼은 다른 조연들에 비해서 조금 성급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생각함.


성기훈이 생에 처음으로 자의를 갖고 분노를 갖고 직접 목숨을 빼앗은 게 화풀이라니. 주인공으로서의 체면이 살짝 깎이는 느낌임. 그렇다고 이후에 성기훈이란 캐릭터가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 안가리는 캐릭터가 되었냐하면 그것도 아님. 대호의 죽음은 잠시의 일탈처럼. 친구의 죽음을 그냥 허허실실 넘기기엔 너무하니까 소모된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어버림.


아기 구하자고 도와달라 빌다가 새벽에 목을 멘 금자에 의해서 폐인이 되고, 선을 넘었던 성기훈은 다시 돌아오게 됨. 그리고 죽음 밖에 없던 게임의 한복판에 버려진 새 생명에 집중함.


개인적으로 시즌 2의 쿠데타 자체가 에바라 생각하는 입장에서 시즌 3는 쿠데타 수습한다고 시간을 좀 아깝게 쓰는 느낌까지 듦. 하지만 스토리가 무너질 정도는 아님. 시즌 2에 워낙 캐릭터 많이 넣어놔서 성기훈이 으으 내 탓이야... 아니야 니 탓이야 하는 동안 다른 조연 죽이면 되니까.


어쨌든 그렇게 흘러가다 후반부가 되어서 극이 제법 볼만해짐. 마지막 게임에 참가하게 된 건 이전 게임의 1대 1 구도가 아니라 성기훈과 아기 vs 아저씨들임.


임정대와 친구들이 우리 돈 나눠먹자 하고 과반수를 차지해 성기훈의 위기가 되어버림. 근데 그러고 깔끔하게 끝나버리면 드라마가 안되잖아. 어거지로 성기훈은 끝까지 살아남아서 삼파전에 돌입함.


성기훈 vs 아기 vs 애아빠라는 구도로.


앞서 말했듯이 성기훈은 시즌 1에서의 입체적이고 현실적인 캐릭터에서 살짝 벗어나버려서 조금 평면적인 캐릭터가 됨. 캐릭성 자체가 그렇게 진행되니 이정재의 연기는 성기훈이구나~ 하는 자연스러움은 있지만 게임 내내 봤던 그 표정을 유지함.


그리고 명기（임시완）가 미쳐 날뜀.


이번 시즌 연기 고트는 명기와 금자를 줘야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함. 남규는 배우 자체가 그런 배역을 워낙 많이 해서인지 오버스러운 연기를 자연스럽게 뽑아낸다 정도라면 이 두 사람은 보다가 욕이 차오름


큰 감정과 오버액션이 그렇지 않은 연기보다 눈에 띄기 쉬운 건 당연하지만 표정에서 여실히 느껴짐. 이 인간 지금 연기 아니다 하고. 내가 이정재였으면 경력 무시하고 살짝 쫄았을 것도 같음.


해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시즌의 하이라이트는 5화와 6화임. 아저씨들이 탈락하기 전에 민주주의니 투표니 하며 억지로 젠틀한 모습을 연출하는데 그게 현실에서 자주 보던 모습이라 좀 역함. 아마 보는 내내 불편하라고 감독이 일부러 넣은 거 같음. 그 장면이 제법 인상 깊은 편이라 명기와 기훈의 일기토까지 가는 서사가 좀 어거지가 있음. 저 장면 넣고는 싶고 성기훈이 끝까지는 남아야 되니까.


그리고 왜 넣었는지 모를 캐릭터 투탑이 황준호와 용궁 선녀인데 황준호는 시즌 2 내내 그랬듯이 배타매일이고 용궁 선녀는 시즌 2,3 내내 짜증나는 비호감인데 그닥 시원하게 죽지도 않음. 미스트에서 교회 아줌마 같은 역할로 넣어준 거 같은데 그 정도 악역을 만들어 놨으면 카타르시스라도 주던가, 주인공과 엮이는 부분도 걍 응 너 병신이야 이게 전부임.


시즌 3는 내내 사람이 죽어나가서 음악도 딱히 기억에 남는 게 없음. 쓸모없는 조연들이 많음. 그런데 하이라이트는 썩 나쁘지 않고 성기훈의 서사는 나름대로 완성이 됨.


그리고 오영일의 서사도 잠깐의 회상으로 완성이 됨. 시즌 2에서 오영일의 과거를 사람들이 추측했는데 회상 잠깐 비춰주고 그 추측 맞음 ㅇㅇ 얘 그랬음 하고 알려줌. 회상이 심플한 건 다행스러울 정도임. 분량이 훨씬 적은데 오영일이라는 캐릭터는 성기훈과 비슷할 정도로 잘 다듬어지게 되었음.


요약하자면 오징어게임은 여전히 돈냄새 나서 볼만하고, 판 크게 벌린 것치곤 스토리가 별론데 힘 빡 준 부분은 확실히 있음. 애초에 지리는 스토리로 고트 받은 작품은 아닌지라 이 정도에서 완결이 난 게 나름 다행이라고는 생각함.


망하지는 않았다. 가 내 결론임.


참, 비하인드가 되게 길던데 오영일 프리퀄이나 시퀄이 한 편 나올 것도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