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에 개인정보 있는 줄 몰랐다 호다닥 지움

어쨌든...

클래식 왜 들어?

하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중2병에 걸려 처음 오케스트라를 듣기 시작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갈 점은,

오케스트라와 클래식은 다르다는 거다）


어쨌든 나는 그때 Two steps from hell 같은 그룹의

에픽 장르를 주로 들었다.

TSFH의 곡을 들으면

길고양이가 호랑이로 느껴졌고,

평범한 길거리가 치열한 전장이나

판타지 속의 공간처럼 느껴졌다.

아무래도 그런 신묘한 감상들이

대중음악의 사랑이야기 일획으로 점쳐있던 내게

큰 신선함과 인상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본격적으로 클래식을 듣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하진 않으나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

알고리즘에 이끌려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을 들었다가

밤 길거리에서 엉엉 울었다.

그러고 난 뒤에 찾아오는 일종의 치유감과 해방감이

내게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돌아왔고,

그 밤을 계기로

러시아 낭만주의 음악을 하나둘씩 듣기 시작했다.

좀 익숙해지고 무뎌졌다 싶을 무렵

낭만주의 최종보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만나

또 그렇게 한참을 눈물 펌핑으로 써먹었다.

이후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더는 클래식 음악으로 눈물을 쏟지는 못하게 됐지만

여전히 그럼에도

클래식 음악은 내 일부로 기능하고 있다.

과거를 추억하거나, 의도적으로 서정적이고 싶을 때,

긴 호흡으로 음악의 감상에 빠져들고 싶을 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클래식의 문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