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꽤 짧아지기 시작한 초겨울

본인은 헌병으로 근무를 했던지라 남들 불침번 설때 야간 영창이라는 근무를 했다.

우리 영창은 긴 복도 형식에 1수용실 2수용실 3수용실 5수용실이 있었다.

아마 4수용실이 없었던건 병원과 같은 이유이었을 거다.

하여튼 이 야간 영창이라는게 어두컴컴한 영창내 복도를 2인 1조로 2시간가량 왔다갔다 하면서 수용자들을 감시 하는 일이었다.

물론 12시에 일어나 환복하고 남들 디비 누워 잘때 그 옆에서 2시간 동안 작은 행군을 하는게 쉽지만은 않았다.

정말 별의별 생각을 다 했는데 이 생각은 아마 나중에 책으로 내면 떼돈을 벌 수있으리라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 당시에 말년에 나는 2번초 근무로 12시에서 2시 사이로 근무를 서는 날이었다.

그날 그 빌어먹을 동기들과 억지로 컨저링을 본 게 이유인지 영창을 들어가는 순간 그 삭막한 어둠이 다른 때와는 달리 차가웠다.

날씨도 싸늘하니 뭔가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갑자기 누구를 깨워 나대신 근무를 서라라고 할 수는 없으니 침을 꼴깍 삼키며 들어갔다.

나는 평소 처럼 30분 야한 생각을 하고 나머지 잡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금세 아까 그 기분은 야한 생각과 함께 날아가 버렸고 이내 전역하면 뻥튀기나 팔아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근무 교대 30분정도 남았을 무렵

나는 1수용실쪽으로 가고 후임은 5수용실쪽으로 갔을 때였다.

잘만 걷던 후임이 갑자기 내 쪽으로 빠르게 걸어가며 내 전투복을 잡는 것이었다.

까마득한 후임이었지만 꽤나 재밌는 놈이었고 말년이라 다 친하게 지내던 시절이라 그 놈이 장난 치는 줄 알고 뒤를 돌아 봤다.

아마 그때 처음으로 실제로 사람이 공포에 질린 얼굴을 봤을 것이다.

후임은 자신이 전재산을 때려 박은 주식이 반토막 난 표정을 하고 있었고 뭐가 그리 급한지 숨을 헐떡거렸다.

나는 물론 이 새끼 뭐하는 거지? 하며 왜그래? 라며 물었는데

후임이 5수용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ㅇㅇ 병장님 저기 5수용실에 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라고 아주 소근거리며 내게 말 했다.

진짜 그 말을 듣자마자 왜인지 모르겠지만 온 몸에 소름이 쫙 돋기 시작했고 마치 냉장고에 들어온듯한 싸늘함이 재차 나를 덮쳤다.

그래도 그당시 난 지나가던 개도 무시한다던 선임의 위신 때문에 긴장빨고 5수용실로 천천히 다가갔다.

철창 너머에는 수용자들이 침낭을 끼고 자고 있었고 별다른 이상은 없어 가슴을 쓸어 내리며 후임에게 '시벌 아무것도 없는데?' 라며 괜히 신경질을 냈다.

그런데 옆에 후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하다며
분명히 누가 서 있었다며 갑자기 손가락으로 수용자를 일일이 세고 현황판을 보고 다시 수용자를 세고 현황판을 보는 것이었다.

약간 짜증이 났지만 참고 후임에게 물었다.

"뭐 문제있어?"

"ㅇㅇ병장님.. 현황판 하고 수용자 숫자하고 안맞습니다."

"뭐?"

평소에도 가끔 주간 근무자가 깜빡하고 현황판을 안 고친 적이 있어 그러려니 하고 가운데 있던 주간일지를 봤는데 분명히 5수용실에는 3명이 있어야 했다.

다시 5수용실로 와 세보니 세상에 시발 4명이 침낭을 덮고 자고 있었다.

나는 이게 뭔 일인가 싶어 후임이 했던대로 알고도 다시 수용자들을 세기 시작했지만 몇 번을 해도 결과는 같았다.

"시발..."

절로 입에서는 욕이 나왔지만 주간 근무자가 실수로 주간 일지에도 안썼을 가능성이 있었기에 지휘통제실에 통신을 해보려고 막 몸을 돌렸다.

그때 갑자기 후임이 아무말 없이 내 팔을 잡고는 가만히 5수용실을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나도 뭔가에 이끌리듯 수용실 안을 봤는데
분명 방금전까지 침낭 속에서 조용히 4명이 자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침낭 채로 일어나 서 있는 것이었다.

나와 후임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직도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강렬히 남아있는데

서있던 침낭이 갑자기 미친듯이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인간이 속도가 아닌 듯 정말로 미친듯미 계속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데 그당시에 미리 화장실을 다녀오지 않았다면 바지에 지렸을 것이다.

점점 속도는 빨라져갔고 어느 순간 사람이 아닌 것을 눈치챘다.
어떤 미친놈이 달밤에 저 지랄을 하겠는가.

후임과 나는 그 미친 짓을 꺽 소리도 못내며 지켜봤는데 침낭 귀신 또한 우리 반응이 재미 없었는지 갑자기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행위를 딱 멈춘 뒤 우리 쪽으로 마구잡이로 뛰어오다가 눈 앞 철창에서 사라졌다.

그날 나랑 후임은 서로 손 꼭 잡고 영창 입구에서 다음번 근무자가 빨리 오길 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