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22년 여름이었다.

퇴근 전에 친한 동료와 함께 앙버터빵을 사 먹었다.
그때, 앙버터가 우유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 빵의 고혹적인 모습이 나를 전쟁의 참상으로 이끌 줄은 알지 못했다.

앙버터빵을 먹고 숙소로 향하는 길, 내 몸은 서서히 경고를 보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한 복부 팽만감이었고, 그 순간까지는 웃을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건 장에서 일어난 내전（內戰）이었다.

숙소까지 10분.

설사는 흡사 황건적과 같았다. 거칠고 무질서했으며, 말이 통하지 않는 무리.
그들은 위장 깊숙한 곳에서 봉기를 일으켰고, 나의 내장은 속수무책이었다.

나는 내 안의 최후의 보루, 장문혈 장군을 호출했다.
그는 양 팔 새끼손가락쪽 손목에서 손가락 3마디 정도 떨어진 곳.
그 자리에 진을 치고, 성문을 굳게 닫고 수성을 준비했다.
나는 장 장군을 믿었다. 아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황건적은 물러서지 않았다. 끈질겼고, 집요했다.
그들은 파도를 타듯 몰려왔고, 장 장군의 방어선은 점점 밀려났다.

나는 속으로 울고 있었다.
신호등 하나하나가 전장의 불씨 같았다.
숙소에 가까워질수록 싸움은 격해졌고
숙소 도어락을 누를 때 장 장군은 거의 탈진해 있었다.

그리고 결국 숙소로 들어가, 변기 앞에 도착한 그 순간.
장 장군은 마지막 성문을 놓았고, 황건적은 나의 바지를 점령했다.

패배였다.

그리스 신화 속 인물 나르키소스는 자기 얼굴이 물에 비친 걸 보고 사랑에 빠져
계속 바라보다가 결국 그 자리에 죽고 꽃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변기물 속 비친 나는, 나르키소스와는 달랐다.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라, 진실과 마주하는 중이었다.
부끄러움과 후회, 그리고 살짝 묻은 처참함.

나르키소스는 결국 수선화가 되었지만,
나는 변기물에 비친 내 얼굴을 본 채 물을 내렸다.
그 순간, 내 모습도 모든 흔적과 함께 휩쓸려 내려갔다.

지금도 나는 앙버터를 보면
그 안에 숨어 있던 황건적을 떠올린다.
마트 진열대 위에서, 따뜻한 조명을 받으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앙버터는 미소 짓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미소 뒤에는 반란이 숨어 있고,
그 부드러움 끝에는 변기물 안에 나 자신이 있었다는 걸.

그리고 장문혈 장군은 끝까지 싸웠다. 나는 그의 헌신을 기억할 것이다.


여러분들도 누군가 이유 없이 잘해준다면 끝까지 의심을 놓지 않기를 바랍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