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정신없이 생존해 나가는 사이에 말도 잘 못하던 딸이 벌써 이렇게 커버렸네..

아무일 없이 여느때와 같던 하루에 전남편이 폭탄을 던진 그날, 반쯤 미쳐 애 둘 함께 자던 친정 방에서 마치 둘째는 존재하지 않는 듯 첫째만 데리고 도망간 날, 한참 아빠 좋아하며 껌딱지 하던 어린 딸이 울며불며 아빠 찾는다 제발 딸하고 통화만 해달라 해도 1만 사라지고 핸드폰은 고요 해져버린 그날, 우리 딸은 고작 만2세였어 말도 아직 또박또박 못하던 아가.

키우는 내내 웃거나 화낸 적은 있어도 한번 서러운 울음 울어본적 없던 천방지축 말괄량이 내 아가가 3일만에 안아도 달래지지 않는 서러운 울음을 울며 또랑또랑한 문장으로 "아빠가 나 버리고 갔어" 하는데 아기가 그리 서럽게 울 수 있는거 처음 알았어...

이제는 3년이 훌쩍 넘게 지난데다가 그날부로 하루아침에 황망하게 집도 절도 없는 싱글맘 가장이 되어버린 관계로 생존하느라
나만 믿고 내손 잡고 따라오는 애들 얼굴 한번 돌아보지 못한 채 걷고 뛰고 달리며 살아오느라
그때 아이 얼굴이 기억이 잘 안나

울며불며 할 여력도 없던 나날들이야

며칠전에 꿈인줄도 모르고 꿈을 꾸었어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는데 갑자기 발이 차가워서 보니 화장실 바닥에 물이 차올랐어

당황해서 무슨일인지 알아보러 거실에 나가니 우리 딸이 거기 서있어

얼굴을 보는데 딱 그때, 만 2살때의 얼굴이더라
지금과 똑같지만 어리고 앳된 아가의 얼굴..

그제서야 꼭 안고 어루만져주었어


내 꿈에서 물은 눈물을 의미해
집에 어른은 이제 나 혼자가 되었는데 어린 애들 놀랄까 불안할까 싶어 일부러 더 웃고 아무일도 아닌듯 살았던 그때야

사실 눈물나게 안타깝고 미안했나봐
사진도 제대로 못찍어두고 마음에도 넣어두지 못한 나의 만 두살 딸의 얼굴..

그 아가 발이 이렇게 컸네 어느새...
엄마 잘못 만나 너무 고생시켜 많이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