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빛의 성녀（8）


한스는 농노의 자식이었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평생 고향을 떠나지 않고 땅을 파며 살았다.

젊고 야심만만한 한스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집을 나왔다.


이곳 저곳을 전전하다가,

펠센스타우트가에서 좋은 조건에 용병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눈이 번쩍 띄였다. 싸움이라면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마을에서 가장 힘이 센 청년이기도 했다.


용병을 선발하는 외눈의 장교는 깐깐하게 이것 저것을 물어보았다.

다행히 마을 대장장이는 한 때 용병이었던 이었기 때문에..

그에게 들은 이야기를 짜집기해서 경력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급료는 좋았다, 아니 좋은 정도가 아니라 벽촌인 고향에서는 구경도 해 본적 없는 액수였다.

그는 기분 좋게 가지고 싶었던 물건도 사고 좋아하는 비싼 술도 마음껏 마셨다.

그리고 고향 집에 돈도 보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고용주는 원정을 나선다고 선언했다.

그는 쾌재를 불렀다. 먹고 노는 것도 좋지만 몸이 근질근질 하던 차였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닥칠거라고는 듣지도 못하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가 지키고 서 있는 성벽 위로 반쯤 썩은 여자의 얼굴이 쑤욱 하고 올라왔다.

살아있을 때 만났다면 수작이나 걸어 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있는 힘껏 창을 내질렀다.


"우욱.."


썩어가는 시체라 그런지 창이 꽂히는 감이 다르다.

한스는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 창을 꽂아본 적이 없으므로,

그 차이를 알리 없었지만...


여자는 얼굴에 창을 꽂은 채로 계속 성벽위를 어슬렁 어슬렁 기어 오른다.

한스는 어찌해야 할 줄 몰라서 창을 힘껏 밀어내었다.

아무튼 다가오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그 여자 좀비의 뒤로, 다른 놈들이 머리를 내밀었다.

한스는 기절할 지경이었다.


때 마침, 멀리서 날카로운 포효가 들려온다.

데스나이트들이 내지르는 소리였다.

그는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은 공포를 느끼고, 창자루를 놓아버렸다.

이제는 줄행랑 뿐이다. 도망 갈 곳도 없지만..


좀비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느린 걸음이었지만 발이 굳은 한스보다는 훨씬 빨랐다.


"정신 못차리나!"


그 때, 누군가가 나타나서 한스가 놓친 창 자루를 잡더니,

반대쪽 손에 든 칼로 재빠르게 좀비의 목을 베어냈다.

그는 연이어 칼을 휘둘러 뒤따라 성벽을 기어오르는 녀석들을 베어 넘어뜨리고는,

여자의 목에 꽂힌 창을 한스에게 던져 준다.


"한스, 자네 유명한 용병단 출신이라더니 경력을 속였군."


한스가 정신을 차리고 올려다 보니,

그는 젊은 고용주, 펠센스타우트 백작이었다.

상비군도 아니고 기간제로 고용된 용병일 뿐이다.

그런데.. 이름 뿐 아니라 경력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뭘 멍하니 서 있나, 창에 그 목을 단 채로 싸울 건가?"


"아..아닙니다."


한스는 눈을 질끈 감고 여자의 목을 밟은 뒤 창을 뽑아 내었다.


"창은 찔러넣고 바로 빼도록."


그는 시범을 보이듯이 올라오는 좀비의 심장을 꿰뚫은 뒤,

발로 차서 녀석을 성 밖으로 떨어뜨렸다.


"아.. 알겠습니다."


다행히 한스는 정신을 차렸지만, 농성은 절망적인 상태였다.

어차피 돈으로 고용된 용병이었다.

모두들 한스같이 경력을 속인 것은 아니지만,

여기 저기의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도 한스보다 별로 나을 것은 없었다.

그들은 눈 앞에 밀려드는 좀비들과,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데스나이트들의 괴성에 이미 싸울 의지를 잃었다.

이것이 언데드의 무서움이었다. 전투력은 둘째 치고, 적의 싸울 의지를 잃어버리게 한다는 것.


"살아만 있으면 포상으로 급료의 세 배를 주겠다!"


프로페셔널 정신으로 유명한 [세이지 어셈블] 같은 용병단은

상대가 언데드가 아니라 신이라해도 고용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운다고 한다.

하지만 펠센스타우트 영지의 수입으로 그 몸 값을 치루기에는 턱도 없었다.

결국 아무나 긁어 모아 올 수 밖에 없었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다.


요한은 성벽 여기 저기를 돌아 다니며 직접 좀비의 목을 치고 병사들을 독려했지만, 효과는 잠시 뿐이었다.

그가 다른 곳을 지휘하기 위해 자리를 옮기기만 하면, 용병들은 대열을 이탈해 뒷 꽁무니를 빼기에 바빴다.

이래서는 전술이고 뭐고 발휘해 볼 틈도 없었다.

이제 성 뒤를 돌아 나간 지옥개 기사단들이 데스나이트들을 막아 주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옥개들이 아무리 강하고 담대하다 해도, 죽음의 기사들을 맞아 제대로 싸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늘 기세등등한 요한이었지만, 이번 만큼은 이길 자신이 없었다.

전술이고 뭐고, 떠오를 겨를 따위가 없었다.

그도 한 명의 병사가 되어 아무 생각 없이 눈 앞의 적을 베어 나갈 뿐이었다.


그 때 절망에 빠진 병사들의 머리 위로,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Il dio è nella vostra mente!"


병사들은 일제히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와중에 좀비에게 당한 자들도 몇 있었지만,

그 광경을 본 병사들은 힘이 솟는 느낌이 들었다.


하늘에서는, 눈부신 빛을 뿌리며 날개달린 천사의 손에 들려서 내려오는 여신관이 있었다.

물론, 배달부는 천사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환한 빛 때문에 실루엣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천사라고 믿어 버렸다.

환한 빛을 뿌리며 천사와 함께 하늘로 부터 내려오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여신 강림이었다.



"빛의 성녀님이다. 빛의 성녀님이 천사와 함께 강림하셨다!"



요한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큰 소리로 말해 사기를 북돋웠다.

병사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눈 앞의 적을 무찔렀다.


기적적인 광경을 본 것만 해도 분위기가 반전 되었지만,

소울힐러의 주문으로 인해 이제 데스나이트들의 저주에 찬 음성이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것은 아군을 저주로 부터 보호하는 주문이었다.


"뭐야.. 이 여자 이미지 높이는데 들러리 선 꼴이잖아?"


소울힐러를 높은 망루 위에 올려놓은 뒤

에루루는 들릴듯 말듯 투덜거렸지만,

소울힐러는 주문에 집중하느라 듣지 못했다.


"Il dio è nella vostra mente!"!"


그녀가 다시 주문을 외우자 주위를 감싸고 있던 빛은 부드럽게 주위로 퍼져 나갔다.

병사들의 마음 속에서 조금이나마 공포의 그림자가 걷혔다.

그렇다고 갑자기 일당백의 용기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이제 병사들은 이성을 되찾고 자리를 고수하기 시작했다.


"전 그럼 이만 히틀러경께 가볼게요."


"네.. 에루루님 감사합니다. 꼭 다시 뵐게요. 히틀러경께 무리하지 마시라고 말씀해 주시길..."


'그럼, 물론이지 무리는 커녕 지금 당장 내 뺄건데?'

에루루는 그렇게 생각하며 날개를 퍼덕여 하늘 위로 날아가 버렸다.

정말 뛸 듯이 기뻤다. 이제 아무 걱정 하지 않고 현준의 곁에 있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성녀님, 정말 잘 와주셨습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망루 아래서 요한이 크게 소리를 쳤다.


"지금 인사를 나누고 있을 시간은 없을 것 같군요."


"동감입니다. 아무튼 정말이지 적절한 시기에 와 주셨군요"


물론 수적인 열세는 여전했으므로 대번에 역전 되지는 않았다.

이제 속수 무책으로 당하는 형국은 아니었다.

병사들은 제 자리를 지키며 적과 교착 상태를 이루어냈다.

요한은 다시 여기 저기를 뛰어다니며 병사들을 독려했다.

이제는 한 명의 병사로서 칼을 휘두르는 대신, 지휘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요한은 임기응변에 능한 전술가였다.

아무리 뛰어난 전술가도 병사들이 뜻 대로 움직여 준다는 전제 하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지휘관은 최전방에 모습을 드러내 병사들을 독려하는 때에도 전투 전체를 조망하고 지시를 내려야 한다.

직접 칼을 휘두르는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정신없이 여기저기를 뛰어다닐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갑자기 여기저기서 긁어 모은 용병들에게 명령 체계가 효용을 발휘 할 리 없다.

이번 전투를 겪으면서, 그는 기율이 잘 잡힌 상비군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전후열 교대! 심각한 부상자는 뒤로 돌려라. 그 자리를 후열이 들어가!"





-*-


교착 상태가 몇 십분 가량 흐른 뒤, 드디어 지옥개들이 뒷 길을 돌아 데스나이트 대열의 측면을 덮쳤다.

그들은 거친 욕을 하며 적진의 사이를 양분하며 말을 몰아들어갔다.

중앙 돌파 후 숫적 우세를 이용해, 양쪽에서 포위 할 심산이었다.


"싸그리 쓸어버려! 개 자식들!"


지옥개들은 대부분 산적이나 마적 출신 이었다.

보통은 이런 자들의 집단은 수백 수천을 모아 놓는다 해도,

한 단위의 통일된 부대라기 보다는 말 탄 싸움꾼들의 모임일 뿐인 경우가 많다.

정규군에 비해 호령에 맞추어 통일된 움직임을 하는 것 따위에는 익숙치 않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상식에 얽메이지 않는 싸움을 한다는 장점도 있다.


칼 하인츠는 이 망나니들을 엄격하게 조련했다.

옛날처럼 호령을 어기고 제 멋대로 말을 달려 앞으로 나가는 짓을 하면 엄하게 처벌 받는다.

감금이나 채찍질이라면 이 자유분방하고 거친 남자들이 반발을 가지지 않을 리 없지만,

그 처벌이라는 것은 대장과의 1 대 1 결투였다.

차라리 채찍질을 당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 될 정도로 심하게 다루었지만,

자기 힘이 부족해서 패배한 것이므로, 원한은 쌓이지 않는다.


하인츠가 부하들에게 힘자랑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도적떼에 불과할지라도, 그들 스스로는 '협객' 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강한자에게 복종하는 것은 '협객'의 룰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지옥개들에게 가장 알맞은 방식으로 통솔한 것이다

물론... 대원의 수가 몇 백 단위를 넘어간 뒤에는 고참들이 그 역할을 대신 했지만,


그러기를 수 년, 이제 지옥개들은 타고난 야성에, 강한 기율까지 갖춘 부대로 거듭났다.

돌파력 만큼은 성 에른하임 기사단이라 해도 한 수 접을 정도였다.


이 쪽도 만만치 않게 무모한 남자들이지만,

상대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데스 나이트다.

아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 자체가 넌센스다.

그들은 이미 죽었으니까.


"다시는 무덤에서 기어나올 생각이 안 들도록 만들어 줘라!"


지옥개들이 급시에 측면을 덮치자, 미처 전열을 정비하지 못한 데스나이트들은 당황했다.

초전에 기세를 올리는 것은 지옥개들의 특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대는 칼에 맞아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데다가

오른팔이 잘리면 왼손에 칼을 들고 싸우는 무리들이다.

확실한 치명타를 받을 수 있는 부위만 강화한 갑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몸도 가볍다.


지옥개들이 다른 기사들과의 싸움에서 힘을 발휘하는 것은 그들 특유의 경장갑 때문이기도 했다.

보통 기사들은 수 십 킬로그램이 나가는 고딕 갑옷으로 몸을 휘감고 전장에 나온다.


말에게 까지 중장갑을 입힌 기사는 그 모습만 해도 확실히 위압적이고,

날아오는 화살을 무시해가며 적진에 돌파 하는데 까지는 효과적이지만,

이 최초의 무시무시한 돌파만 피해낸다면, 날랜 경기병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어쩌다가 말에서라도 떨어진다면, 순식간에 굼뜬 바보가 되어 버린다.


대다수의 기사들이 그것을 깨닫지 못하거나,

어렴풋이 깨닫는다 하더라도 자부심과 전통 때문에 오랜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벨로드 제국에서 경기병의 효용성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요한이었다.


하지만 이번의 상대에게는 그런 것도 장점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옥개들 쪽이 중장갑을 하고 있는 꼴이다.

다른 기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몸이 가볍다고는 하지만,

그들 역시 심장이 관통당하거나 목이 잘리지 않더라도 큰 상처를 입으면 전투력을 상실하는 인간이다.

당연히 적에 비해서는 무거운 갑옷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두 배의 수로 기습을 했지만, 전열을 정비한 적이 반격에 나서자 바로 수세적인 입장이 되었다.

다만 그들이 저주의 마나를 담은 괴성을 지르는 것은 멈추게 할 수 있었다.


"대장이 누구야 대장이?"


칼 하인츠는 열의 선두에서 두명째의 적을 벤 후, 큰 소리로 외쳤다.

적진에서 그를 유심히 보고 있던 한 데스 나이트가 팬텀 스티드를 몰아 앞으로 나왔다.


"호문 루클루스다."


녀석은 살아있을때 기사도에 대한 교육만은 확실히 받은 듯,

검을 뽑아들고 결투의 시작을 알리는 자세를 취하며 자기 소개를 했다.

하지만 하인츠는 예의 따위를 모르는 남자였다.


그는 대답대신 하켄을 꼬나 들고 거칠게 말을 몰아 다가갔다.

말과 기수를 한꺼번에 베는 그의 거대한 낫은 단번에 팬텀 스티드의 목을 벨듯이 휘둘러 졌다.

하지만 자신을 호문 루클루스라고 소개한 데스 나이트는 그의 공격을 가볍게 받아 내었다.

루클루스의 칼에 맞은 하인츠의 큰 낫은 자루와 날이 분리 되었다.


"예의가 없군"


"없다."


"하긴 어차피 죽을 놈이니 이름을 알 필요도 없군."


"어차피 죽은 놈이 말이 많군"


그는 부러진 창 자루를 버리고 등 뒤에서 보통 보다 1.2배는 커 보이는 츠바이핸터를 뽑았다.

이것도 보통 힘으로는 마상에서 다루기 힘든 무기이다.


"칼을 뽑을 때까지 공격하지 않다니 허세가 너무 심하시군"


하인츠는 루클루스를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원한다면 칼날을 갈 때 까지도 기다려 줄 수 있다."


"그 딴 소리는 무덤지기한테나 해라!"


하인츠는 재빨리 말을 몰아 적의 왼쪽으로 돌아갔다.

오른눈이 애꾸인 만큼, 왼쪽 눈의 동체 시력은 더 뛰어났다.

루클루스도 칼을 뽑아들고 돌격해, 둘은 서로 검을 교환하며 스쳐지나갔다.

적의 검은 하인츠의 견갑 아래를 베고 지나갔다.

하인츠의 왼쪽 팔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제길.."


그는 과감히 칼을 버렸다.

한 쪽 팔로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허리춤에서 예리한 곡도를 뽑아 내었다.

요한이 동방의 상인들에게서 구입해서 하사한 시미터류의 칼이었다.

꽤 잘 만들어진 보검인 모양이었지만, 손에 익숙하지 않아서 잘 쓰지 않았다.


"무기가 많군."


하인츠는 대답없이 말을 몰아서 달려갔다.

적은 이번에는 목을 노릴 생각으로 칼을 휘둘러왔다.

둘은 세번째로 검을 나누며 교차했다.



"애송이 치고는 꽤 하는 군..."



이것은 루클루스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하인츠는 덜렁거리는 녀석의 목을 투구째로 잡아 뜯어 높이 치켜 들고 소리쳤다.


"적의 대장을 베었다!"


일순 지옥개들의 사기가 올랐다.

그들은 눈 앞의 적을 향해 더욱 맹렬히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가 적의 대장인 것은 아니었다.


"퀸투스 술라다."


또 다른 죽음의 기사가 하인츠의 앞으로 달려왔다.

하인츠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적을 노려 보았다.


"빌어먹을."


물론 적은 루클루스의 죽음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지옥개들은 점점 지쳐갔고 하나 둘씩 쓰러져 갔지만,

적은 초전과 거의 똑같은 힘을 유지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끝장이군."


물론 큰소리로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인츠의 눈에는 이제 지옥의 문턱이 보이기 시작했다.


-*-


하지만 지옥개들의 분전이 전혀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성에 있던 소울힐러는, 이제 더 이상 데스나이트들의 괴성이 들려 오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주문을 바꾸었다.


"il dio guar tutto!"


그녀의 주위를 감싸고 있던 빛이, 강렬한 황금 빛으로 바뀌었다.

이것은 아군 병사들에 용기와 힘을 북돋아 주고 상처 치유 효과를 주는 축복의 오라였다.

용병들은 부드러운 황급빛에 둘러 쌓이자, 피로가 가시고 전의가 솟아나는 느낌 이었다.


전세는 이제 농성하는 펠센스타우트 군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일단 공포심이란 것만 조절 할 수 있다면

일반인들이 죽어서 돌아다니는 것일 뿐인 좀비는 무장한 병사에게 버거운 상대는 아니었다.

용병들은 조금씩 적을 성 밖으로 몰아낼 수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