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역에 내리자마자 8번출구로 나가면 현충원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띄더라고.

처음 온 사람도 찾아가기 편하겠더라.

이날 날씨가 정말 좋았어.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더라고.

정문을 지나, 오르막을 올라가면 충혼당이 나와.

올라가는 길 양옆에는 국군이 참전했던 전투에서 순국하신 분들의 묘가 있지.

묘석 앞에는 성함과 계급이 나오는데, 대부분 병사 분들이셔.

작년에는 못 느꼈을 것 같은데, 같은 병사 신분으로 있는 지금은

뭔가... 뭔가 마음이 답답하더라고...

가는길에 현충문과 현충탑도 한번 들려주고

한없이 올라가면 드디어 충혼당이야.

많이 올라온 만큼 현충원 전경과, 그 너머에는 서울 시내가 보여.

날씨까지 좋으니 정말 명당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유호철 대위님께서는 충혼당 115105에 계셔.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반갑게 맞이해 주시더라.

나오는 길에 경례를 드렸는데, 만족하셨는지는 잘 모르겠다.

상급자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방법이 경례라고 배워서 일단 하긴 했는데...

이 상황에서 해도 되는지, 각은 괜찮았는지 괜시리 신경쓰게 되네

사실 이번 휴가는 휴양을 위해 나왔어.

일에 치여 살다보니까 번아웃 오면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소명의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군인이 되어 있더라고?

출근해서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죽고싶다’, ‘탈영하고싶다’였으니 말 다했지 뭐.

근데, 여기 와보니까, 내가 가볍게 입에 담을 수 있는 무게가 아닌 말이었어.

죽고싶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도 계신데, 일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병사가 할 수 있는 말인가?

그리고, 진짜 죽는다면. 진지하게 고민해보지도 않고 대충 내뱉은거였지.

앞으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남은 군 생활을 보내보려고 해.

적어도 ‘죽고싶다’라는 말은 입에 담지 않기로 했어.

한없이 작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서 지금까지의 발언이 부끄러워졌고,

진짜 죽었을 때, 작전주식의 신 아저씨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할 것 같았거든.

제게 군생활을 성찰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군생활, 더 떳떳한 모습으로 보내보도록 할게요.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다음 기일에는 예비역 병장인 모습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필!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