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사망신고를 하고 왔다. 이제 우리 어머니는 정말 공식적으로 돌아가신 셈이다. 말소니 삭제니 이런 단어들이 이렇게 아픈 말인가 싶었다.

정작 진짜 슬픈 건 따로 있다. 어머니와 나는 남남이다. 무슨 말이냐고? 어머니는 나를 낳아주셨다. 그니까 내 친모가 맞다는 말이다. 생물학적으로는 확실히 내 어머니이다. 그걸 우리 가족도 동네 사람들도 모두 알고 인정하니 사회적（?）으로도 어머니는 내 어머니가 맞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남남이다. 어머니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내가 나오지 않고 내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우리 친아버지의 첫번째 부인이 내 어머니로 등재되어 있다.

어머니의 선택이었다. 그야말로 옛날 사람이었던 우리 어머니는 요즘말로 사실혼 관계에서 생긴 자식새끼를 서자로 키울 수 없다고 홍길동이 과거 못 보는 것처럼이라도 될까봐 나를 당신과 아무 관계없는 어버지 본부인의 자식으로 만들어 당당한 '적자'로 바꿔 놓으셨다.

그래서 오늘 어머니 사망신고서를 쓰기 위해 간 주민센터에서 난 어머니의 아들일 수 없었다. 어머니 또한 내 어머니일 수 없었다. 세대주와의 관계 'ㅇㅇㅇ의 모'라고 쓴 위에 화이트가 발라지고 '동거인' 이라는 삭막한 글자를 덮어쓰면서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원망했다. 어머니가 한 선택으로 나와 어머니가 어떤 이득을 얻었는지 어떤 손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만큼은 왜 그러셨냐고 따지고 싶은 기분이 잠깐 들다 말았다. 당신인들 그러고 싶어 그러셨을 리가 없으니까...

그저 적지않은 시간이 있었음에도 그걸 바로잡고 되돌려놓지 못한 세상에서 제일 못난 아들이라는 새끼 바로 나 자신이 한심할 뿐이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힘내라는 소리 참 많이 들었고 억지로라도 그러려고 애썼는데 오늘은 그러기 싫다. 그냥 무기력하고 한심한 나 그대로이고 싶다.

어머니를 어머니라고 쓰지도 못하는데 다른 게 다 무슨 소용이냐...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어서 걍 주절거려봤다. 이해해 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