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라면볶이였어.

어렸을때 할아버지 심부름으로 철물점을 갔었는데

아주머니께서 컵라면으로 간단한 식사를 하시고 계셨지

근데 냄새가 너무 맛있는 냄새가 나는거야

심부름받은 물건을 계산해주러 들어가신 아주머니를 따라가니

거기에는 오뚜기 라면볶이가 있었어.
그때부터 라면볶이를 좋아했지

.
비빔면보다 더 매우면서도 그 감칠맛과 사르르 올라오는 달콤함은 어디에도 비할수없었지.

성인이 되고 나서도 라면 살 일 있으면 매번 라면볶이를 샀었어
계란 하나를 올리든, 치즈 한 장을 올리든 너무 훌륭한 한끼가 되어주었거든

그런데 어느날, 라면볶이의 제조사인 오뚜기는 전자렌지에 돌려먹는 컵라면에 집중하기 시작했어

라면? 전자렌지에 돌려먹는거 맛있지 근데 라면볶이는 950원에 먹던걸 1700원까지 올리고 말았어!
고작 용기를 전자렌지로 바꿨다는 이유만으로!
난 너무나 큰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지.
마치
한끼를 위로해주던 일반김밥이 3천원이 되고
700원에 사먹던 매점빵이 편의점에서 2천원에 팔리는걸 본 느낌이었어

라면볶이는 가격을 70퍼나 쳐 올려제꼈음에도 오히려 줄어든것만 같은 양과 개쓰잘데기없는 전자렌지 조리법으로 실망감을 안겨줬지 QR코드도 붙여놨더라 진짜 뺨마려웠어.

전자렌지 조리법 그냥 그거 사기그릇 있으면 수백번 해먹을 수 있는건데!

사실 오늘 동네편의점주님이 컵라면을 선물로 주셨어
거기에 라면볶이가 있었지.
내 최애가 몰락하는 모습이라고 생각되니 이게 애정인가 싶더라

너넨 컵라면 뭘 제일 좋아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