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쓰는 얘기는 100% 본인이 겪었던 군시절 실화임（참고로 본인은 주특기 1312 155mm 견인포 전역함）

원래 이등병이 자대를 가면 2주 정도 대기기간（?）이라고 하나（청소 구역,암구호 암기 밑 부대원 계급,이름 암기 등등..）

암튼 내무생활에 대해 배우는 기간이 있는데

전입 3일 만에 포대전술이 걸려 대기기간 그딴거 없이 모의탄 적재 밑 처음 해 보는 방열（kh179）로 하여금

심신이 정말 지쳐 있는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됨

더구나 한 내무실을 포반이 다같이 써서 못해도 60명이 되는 인원이 전부 선임이라

심적인 압박감이 상당했음

문제는 지금부터인데..군필들은 알겠지만 보편적으로 야간근무라고 하면 위병소,탄약고,불침번으로 크게 3가지로 나누는데

당시에 북측 도발이 있어서 포상（포방열을 해 놓는 곳）에 고폭탄이랑 장약을 몇개 꺼내놓고

1시간 간격으로 편,사각을 장입하는 "편사각 장입조"라는게 한시적으로 생겼음.

FDC에서 각 시간대별로 날씨를 고려해서 내려주는 편,사각을 2인1조로 같이 장입하는 근문데

초창기 이 근무가 생기고 나서 장입을 제대로 안 하는 인원이 발각 된 이후에

당직사관이 임의 시간대 올라 가서 편사각 확인까지 했었음

수포까지 정확히 맞추고 내려 왔어야 했지만 각 포상별로 편사각만 장입하면 30분 안에 끝나는 근무라서 나름 꿀이였음

그 때만 해도 부조리가 심해서 랜덤성은 분명 있었지만 불침번 같은건 윗고참（상병장급）들이 많이서고

그 다음으로 탄약고,위병소（그래도 사수는 일병 이상） 순이였는데 이 장입조가 불침번 다음으로 꿀이라

아버지군번 선임이 날 챙겨준담시고 대기기간 2주가 끝나고 부사수로 같이 투입 됨

야간근무라 더구나 포상을 새벽시간대에 가는 경우는 전혀 없어서

낮에 갔던 포상이랑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음.낮에 갔던 포상은 뭐랄까..텔레토비 동산 처럼 친근한 느낌이랄까 물론 그 동산 뒤에는 포가 있었지만..

원래는 둘이 같이 각 포상 별로 편사각을 장입해야 하는데

근무를 빨리 끝내고 싶었던 선임이

선임:준일아 내가 하나（1）,둘（2）,넷（4） 같테니까 니가 나머지 갔다와라

라는 말만 남긴채 쿨하게 하나포 포상을 혼자 가버렸음

알기 쉽게 얘기를 하자면 포상들 중간에 엄청 커다란 나무을 기준으로 좌측으로 하나（1）,둘（2）,넷（4）포가 있었고

우측으로 나머지 삼（3）,오（5）,여섯포（6）가 있었는데 문제는 삼（3）,오（5）포 포상은 내무실에서 그나마 가까운 위치에 있었는데

문제는 여섯포..

여섯포 포상이 방금 말한 커다란 나무에서 오르막으로 60~70미터는 올라가야 하는 곳인데

각종 훈련 때마다 여섯포 포반원들이 군장 메고 올라 갈때 마다 안쓰러울 만큼 가팔았음

그 때의 내 상태는 그 새벽 시간에 그 겨울에 그 길을 혼자서 비몽사몽한 상태로 편사각이 적힌 메모지를 들고

삼포를 거쳐서 다시 오포로 마지막으로 여섯포를 올라 가고 있을 때즘 뒤로 돌아보니 아까 말한 기준이 되는 큰 나무쪽에서

불빛이 살짝 보이길래 "아~ 선임이 3개 다 돌고 담배를 피는구나"하고 빨리 여섯포를 다녀와야 겠다는 생각에

가파른 길을 뛰어 올라감

헉헉 거리면서 도착 해서 편각을 장입하고 나머지 사각을 장입 하는데 유난히 사각이 삐걱 거리고 끼익끼익 거리면서 포신을 힘겹게 올리는데

그 새벽에 바람도 불고 그 끼익 거리는 소리가 너무 무서워서 수포를 확인하고 돌아 서려는 찰라에 포상별로 있던 창고 쪽에서 뭔가가 보였음

"이 시간에 사람이 있나,간첩인가,첫 근무라 선임들이 날 놀려 줄려고 장난을 치나"혼자서 온갖 생각을 다 했었음

지금 생각 해 보면 그냥 뒤로 돌아보지 말고 내려 왔었야 정상인데

뭐가 그리 궁금 했는지 창고쪽으로 빈탄창이 든 k2 소총을 지향사격 자세로 창고쪽으로 한발자국씩 걸어감

그 창고가 철문이 달려있고 내부를 볼 수 작은 창 2개가 뚫려 있었는데 차마 창고 문을 열 자신은 없고

분명 방금 본게 사람이면 그 작은 창으로도 창고 내부가 보이겠다 싶어 가신（포의 다리）으로 올라가 유심히 창고 내부를 보려는데

순간

하얀 눈알 2개랑 눈이 마주침.

온갖 쌍욕을 하면서 올라왔던 길을 넘어지고 일어서고를 반복해 가면서 내려 가는데

아까 보였던 나무쪽에서 보였던 선임의 담뱃불이라고 착각했던 불빛이 보여서 안심 하면서 내려 갔음

이 때 소름이 다시 한번 끼쳐던건 큰 나무에 도착 했을 쯤에 그 작은 불빛은 안 보이고

이제 막 넷 포상에서 내려오는 선임이 뭔일인데 욕을 하면서 내려 오냐고 물어보길래

여섯포에 사람이 있는거 같다.같이 가보자.보고 해야 할 꺼 같다고 해서 당직부사관（그 당시 둘포반장）이랑 셋이 다같이

여섯포를 다시금 올라 갔는데 닫혀 있던 철문은 열려있고 겨울철에 수포가 동파 되지 말라고 쒸워 놓는 천 하나가 사라진 상태 였음.

이 후에 사라진 장비라던가 기타 문제 되는 게 없어서 유야무야하고 넘어갔지만

그게 사람이었는지 뭔지 모르겠지만 다시 갔을 때 철문이 열여 있었던 게 너무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

전역 한지 수년이 지났지만 가끔씩 생각나서 글로 남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