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아빠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셨어
뇌 사진을 찍어보니 의사도 혀를 찰만큼 상태가 나빴데
좌뇌가 언어, 인지를 담당하는 곳인데, 거기가 많이 상했다는거야.
다시는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을거라고. 가족도 못알아볼거라고. 요양원에서 평생 누워야 할지도 모른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일이 일어난지 이제 6일째야. 내일이면 일주일째.
중환자실에서 나온지 이제 4일째.
엄마는 아빠가 일반병동 나오자마자 보호자 간병으로 들어갔고
나는 매일 엄마가 가져달라는 것, 엄마 점심, 저녁 도시락 싸서 병원과 집을 오가.

아빠는 하루가 다르게 나아지고 있어.
처음에는 엄청 부정적으로 말하던 의사도,
오늘은 '이럴 줄 몰랐는데, 보호자의 헌신적인 간호가 기적을 만드는 것 같다.'라고 말했어.

문득,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뇌는 원래 쓰던 부위가 다치면 '다른 부위를 사용해서' 다친 부분의 기능을 대신한데.
그걸 뇌의 '가소성'이라고 불러.
그런데 그게 뇌의 문제만 그런게 아닌거같아.

우리 가족은 아버지의 절망적인 사고 이후로 정말 한시도 쉴새 없이 서로 연락하고
위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또 도우려고 노력하고,
엄마는 아빠를 더없이 위대한 사랑으로 헌신적으로 간호하고
자식들은 안일했던 평소의 마음가짐을 고쳐먹고
어제보다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걸 나는 '가족 가소성'이라고 농담하면서 웃었어.

유전자적 한계가 있을 수는 있지만
결국 '행복하고자'한다면, 목표가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어떻게든 노력하고 최대한 하고자 하면
그러면 혹시나 결말이 꼭 처음에 목표하던, 이루려던 그 모습은 아니더라도
그 근처에 갈 수 있는게 아닐까. 혹은 그에 준하는 어떤 모습이 만들어지는게 아닐까.

하루하루가 절망이고 기적이고
하루하루가 고통이고 행복인 나날 속에
또 하루를 마치고, 크나큰 기적 속에 작은 소망을 담아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