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자브 지방 출신의 가난한 농부 출신인 시크족 움라오 싱（Umrao Singh）은 2차대전이 시작된 1939년에 인도 왕립 포병대（RIA）에 입대하였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아 군대 체질이었던 그는 몇 년만에 중사로 승진하여 제30 산악연대 소속 산악포 부대의 포반장을 맡아 일본군과 격전중이었던 버마 전선에 투입됐다.

그의 부대는 북부의 칼라단 계곡（Kaladan Valley）에 배치 됐다. 이 지역은 산세가 험한 정글지대라서 대구경 야포의 기동이 어려웠고 인력으로도 운반 가능한 작은 구경의 산악포가 활약했다. 

1944년 12월 15일, 그의 포대가 위치한 지역에 일본군 제 28군의 대대적인 공세가 이어졌다. 일본군은 75mm 곡사포와 박격포등으로 1시간 반의 사전포격을 가한 뒤 병력을 투입했다. 전방의 보병들이 순식간에 밀렸고, 최소 2개 중대 규모의 일본군 보병들이 싱의 포대가 있는 곳으로 쇄도 해왔다. 싱과 부하들은 영거리 사격과 개인화기로 일본군을 막아냈다. 두번째 돌격에서는 싱이 직접 브렌 경기관총을 들고서 제압사격을 가하여 반자이 어택을 가해오는 일본군들을 쓰러뜨렸다.

하지만 싱 자신도 수류탄 파편에 부상을 당했고 부하들도 대부분 죽거나 다쳐서 단 2명만 남았다. 이윽고 일본군의 세번째 돌격이 시작됐을 때는 더 이상 쏠 총알도 없었다. 포를 끌고 갈 노새마저 죽은 상태였다. 그러자 싱은 땅에 박힌 철주（포가 반동으로 밀리지 않도록 고정 시키는 거대한 쇠막대기.） 한개를 뽑아내서 제일 앞에 오던 일본군의 머리를 후려갈겨 쓰러뜨렸다. 일본군들은 포대를 점령하기 위해 더 몰려왔는데, 부하들은 싱이 포대 위에 서서 쇠막대기를 휘두르며 최소 3명의 일본군을 죽였다고 증언했다.   

6시간 후, 인도군은 증원 병력을 투입하여 포대를 다시 탈환하였을 때, 싱은 몸에 7개의 자상을 입고 머리를 크게 다친 채로 발견 됐다. 그는 너무 지쳐서 포에 기대어 있었는데, 그의 주변에는 머리가 박살난 10명의 일본군이 쓰러져 있었다.（7명은 사망, 3명은 숨만 붙어있었음.） 싱은 동료들 덕분에 야전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는 실려가는 도중에도 오른손에 든 철주를 끝까지 놓질 않았다고 전해진다. 싱의 활약으로 산악포는 일본군에게 노획 당하지 않고 다음 전투에 다시 사용됐다.

싱의 활약은 인도전역은 물론 영국까지 알려졌다. 그리고 2차대전이 종전된 1945년 10월 16일, 싱과 다른 인도군 병사 2명 （1명은 구르카병, 또 한 명은 싱과 같은 시크족으로 성이 똑같은 싱임.）과 함께 런던 버킹엄 궁전으로 초대되어 조지 6세에게 빅토리아 십자무공 훈장（Victoria Cross）을 수여받는 영광을 누렸다. （사진에서 세번째 인물. 참고로 가운데 인물도 싱과 같은 시크족임.）

싱은 영국군 대위까지 승진했고 훗날 인도가 독립한 이후로도 군 경력을 이어가 1970년 소령으로 전역했다. 퇴직금으로 땅을 산 싱은 가족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았고, 천수를 누리다 2005년 사망했다. （빅토리아 무공훈장 수여자에게 매년 지급되는 연금 덕분에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었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