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오늘 그야말로 대단한 집회였습니다.

느낀 점 몇 가지를 써보겠습니다.
저는 자원봉사로 동아일보 옆에서 촛불을 무료로 나눠주는 일을
했습니다. 제가 나이가 31인데 저보다 10~20살은 많은 아저씨와
20대 초중반 분들하고 같이 몇 시간 동안 목이 터져라 무료 촛불을
나눠줬습니다.

1. 나쁜 사람들

촛불을 무료로 나눠주다보니 하나하나 다 컵에 껴서 못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아저씨가 무료로 나눠주는 초를 한아름 필요하다며
가져가길래, 여러 명이 단체로 오는 경우가 많다보니 그러려니 했는데
수십 개를 가져간 그 초를 멀리 가더니 개당 1000원에 팔고 있었습니다.
공짜로 줘도 모자를 판에 그걸 돈 받고 팔다니요. 아저씨 아주머니
돈이 아무리 중요해도 오늘 같은 날은 좀 참아주십시오. 덕분에
많은 참가자 분들이 와서 우리에게 "이거 얼마에요?" "저 이미 돈 주고
샀는데!!" 이러더란 말입니다

2. 초 박스를 좀 잘 배치해 줬으면 합니다. 다음 집회부터는.

초 박스가 없다보니 많은 참가자가 오는데, 초는 떨어지고 인력으로
초 박스를 나르다보니 지금 손발이 다 얼얼합니다. 처음 초 박스를
놓을 때 동화 면세점 앞에만 놓지 말고, 각 구역마다 여러 박스를
미리 놓아준다면 이런 힘든 일은 없을 겁니다.

3. 엽기적인 바가지

오뎅 한 줄에 3000~4000원... "얼마에요?" 라고 물어봐도 대답 안해
주고 무턱대고 먹으라고 주더니, "5000"원이요 라고 할 땐 대략 할
말을 잃었습니다.

4. 촛불 무료!

촛불은 무료입니다! 절대 사지 마십시오. "촛불 무료"라는 말을
하도 달고 살았는데, "탄핵 무효"란 말도 달고 살다보니 가끔
"촛불 무효"라고 소리치기도 했더라는....

5. 탄핵 반대는 20~30대?

아닙니다. 어른 분들, 50대 이상되는 분들 정말 많았습니다.
우리 괜한 편견으로 어른 세대를 보지 맙시다. 6월 항쟁을 몸으로
겪었던 분들입니다.

6. 깜짝 게스트들

초반엔 자원봉사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누가 나왔는지 모르겠고
정확히 조PD랑 권진원씨 나올 때부터 봤습니다. 그 이후 블랙홀
이 나왔는데, 열정적인 무대였지만 집회 성격과 좀 맞지 않다보니
사회자가 자르더군요. 좀 불쌍했습니다.

그다음 나온 안치환씨, 그야말로 좌중을 사로잡더군요.]
열정적인 그 음악,
그리고 그 뒤, 넥스트, 신해철
모든 사람들이 신해철씨의 외침을 따라 탄핵 반대를 부르짖는 그모습
그리고 그 뒤
정태춘 님, 박은옥 님의 등장은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7. 그리고

그 무대와 환호성 사이사이, 밤 늦게 12시까지 남은 그 수십 만의
인파들이 그 열광 속에서도 자리에 있던 쓰레기를 모아서 치우는 모습은
역시 한국의 선진 시위 문화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8. 개죽이는 여전히 멋지네요

깃발 최곱니다.

정말 오늘, 집회는 한국의 희망이자 미래였습니다.

오늘 집회 참석했다 -> 추천
민주주의여 영원하라 -> 추천
참석은 못했지만 마음은 거기에 있었다 ->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