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자보다가 죽어본 사람만 반박하라길래 보탬

평소 알러지 없이 잘만 살던 1인이였는데
18살때, 분당 서현역에 놀러갔음
거기 무슨 쇼핑몰같은데 지나서
백정장 할아버지가 지팡이들고 닭튀기는 집에 갔음

친구가 알바비 받았다고 내가 좋아하는 치킨을 쏘겠다고

그래서 신나게 주문하고 2층 올라가서
시시덕 거리면서 자리에 앉았지
근데 ��힌. 후라이드의 꽃은 뭐야? 뿌스레기 아냐!
그래서 닭을 뜯기 전에 바스켓에 있던
빠삭해 보이는 뿌스레기 하나를 먹어찌

그러고선 삼삼오오 수다를 떨고 있는데
갑자기 기침이 났어

"엣취!"

그러고선 잠시 후 한번 더

"엣취!"

했는데 순간 '탁'하고 목에서 뭔가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어

뭔진 모르겠는데 그냥 친구랑 수다를 떨려다가
얼굴이 갑자기 점점 뜨거워 지는 느낌이 들었어
그래서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 자리로 돌아왔는데
온몸이 불타는 느낌이 들었어

말 그대로 몸이 타는거야. 피부가.
뭔가에 닿고 있는 부분들이 특히 심하게 불타올라!!!
테이블 위에 닿고있는 팔이나 손바닥,
의자에 닿고있는 엉덩이같은 부위는
내 피부에 있는 땀구멍 하나하나를 동시에 바늘로 찌르는 느낌

극심한 작열감에 더이상 앉아 있을 수 없었어

그래서 더는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지

친구는 그제서야 이상함을 느끼고 119를 불렀어
사실 119 실려가는동안 눈은 뜨지 못하고 말도 못해도
정신은 온전했기에 몸은 계속 타들어가고
친구 우는소리, 구급대원의 말소리, 침대 굴러가는 소리
다 듣고 있었어..

그러다 응급실에 와서 나한테 옷을 벗길 수 없으니 자른다고
그렇게 상의랑 브라 가위로 자르고
양쪽 쇄골 밑이랑 양쪽 골반에 고주파치료기 같은거 붙이고
손가락에 심박수 띠 띠 하는 그거 하고
팔이 아니라 몸통 어딘가에 주사도 두대 정도 맞은 듯

근데 더 이상은 정신을 집중하기 힘들었고
눈에 뭐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안들리게 됐어

죽었다. 그렇게 죽었어.

그냥 새하얀 빛. 말고 아무것도. 주마등도. 뭣도 없더라.
그렇게 빛만 있는 곳에 있으면서 드는 생각이
'억울하다' 였어.

'이렇게 죽는건가.. 아직 18살인데..? 20살도 못해보고?'
'와.. 진짜 개죽음이 이런건가.. 어이없네.. 개웃기네..'

우리 엄마랑 아빠는 내가 3살때 이혼하셨어
그리고 난 외갓집에서 컷는데 7살부터
엄마한테 기절할때까지 맞으면서 컸어18살까지
경찰에 신고해도 엄마가 "죄송합니다" 하면 경찰은 그냥 갔지

3번정도 신고한 이후부터는
엄마는 나를 때릴때마다 내 입에 양말을 쳐박아 놓고
밖에 들으라는 듯 "살려주세요!!!" 소리치며 내 목을 졸랐지
경찰이 왔을 때 내가 자기를 때려서 때린거라고 하고싶어서..

그렇게 맞고만 살다가 치킨 뿌스레기에 죽었다니 어이가..
그 순간 오만가지 욕이 머릿속에 떠올랐지..

'억울하다.. 개같다.. 이렇게 거지같은 인생이 또 있을까..'
'죽기 전에 아빠 얼굴 한번 보고 싶었는데..'
'아빠를 만나서.. 꼭 한번 만나서..'
'날 지옥에 살게 한 그 얼굴에 침 한번 뱉어주고 싶었는데'
'아.. 억울하다.. 억울하다.. 진짜 억울하다.. 억울해!!!!!!'

그렇게 눈이 번쩍 뜨였고, 난 살았다.

엄청 오랜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죽었던 시간은 3초.

의사가 억지로 눈꺼풀을 들어 올렸을 때,
겨우 띄운 눈동자는 흰자가 샛노래졌고 동공반응 없음.
입술은 퉁퉁 부워 오르고 뭐가 혀인지 입술인지 모를정도..
손 발은 이미 죽어서 검정색으로 변해있었다고 해

그 할아버지네 ��힌네를 고소할까 했지만
내가 뭐땜에 죽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포기
사인은 "급성알러지" 였어.

그렇게 지금 2회차 인생을 이어가는 중.
당연히 종교도. 귀신도. 사후세계도 믿지않아.
한가지 믿는건 '억울하게 죽으면 눈을 못감는다' 라던 옛말.
조상님들은 참 현명하신 것 같다.

내가 죽었다 살아나는 걸 봤던 친구는
내가 깨어나자 이런 말을 했지.

"니네 엄마가 니가 죽는걸 봤어야 다신 널 못 때릴텐데.."

서울에서 분당까지 날 데리러 와서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엄마는 그랬지.

"미X년 죽으려면 집에서 죽지
분당까지 쳐와서 X랄이야 택시비 아깝게"

친엄마 맞음. 계모아님. 학대사유: 친아빠를 너무 닮아서

뭐 이제 30대 후반으로 가는 길에
이렇게 돌이켜보니.. 그때 뭐가 그렇게 억울했을까..
그냥 그때 조용히 갈껄 그랬나 싶기도 함.

쌉소리 미안 ㅋ 요즘 정인이 글도 너무 나 같아 슬프고
이유없이 오늘 좀 센티해서 길게 주절거렸네
남은 삶도 화이팅 ㅎ

혹시 알아?
그 하얀 빛에서 눈 안뜨고 계속 있었으면
진짜 사후세계 있었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