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낯설면서도 특이한 곳에 떨어진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다른세계에 떨어졌어도 내 할일은 다르지 않다.
그저 일을하고, 잠을자고 다시 일을하는 일상의 반복.
그리고 지금처럼 일하며 동료와 나누는 잡담정도가 그나마의 낙이리라.

"옆 마을의 소식은 들었어?"

"그럴리가, 내 사정은 알잖아?"

"하긴, 넌 외지에서 왔다고했지? 하지만 신들도 없는 땅이라니 얼마나 먼곳에서 온거야?"

외지,아니 훨씬 더 먼곳에서 온 만큼 아는 사람도 없고 소식이 빠를리가 없다.
당연하게도 내가 살던곳에는 저런 형태의 '신들'이라는건 존재하지도 않았고...

"옆쪽의 마을이 통째로 수장되었다고 하더라, 신의 노여움을 산 모양이야. 예의 '작은 신'이야."

작은신이란것은 변덕스러운 존재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들에게 무관심한 신들과는 달리 우리에게 식량을 제공해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밟아죽이거나, 잔인하게 찢어죽이거나 한다고 한다. 행동의 기준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그들을 피한다. 알 수 없는것이야 말로 가장 두려운것이기에

"우연아니야? 홍수같은건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일이고"

"정확히 그 마을의 위에만 폭포수처럼 쏟아내렸어. 마을 전체가 잠길때까지."

"......"

"분명 신의 노여움을 산거지. "

"고작 조금 화가났다고 마을을 통째로 수장시키는게 뭐가 신이야."

"쉿!! 무슨 불경스런 소리를! 그러다가 언젠가 심판을 받아 3조각으로 찢겨나가도 난 모른다? 분명 옆 마을 녀석들도 뭔가 엄청나게 불경한 짓을 한게 틀림없어. 신들께선 관대하시니까, 그분들의 위엄을 심각하게 손상하는 짓을 저질렀으니 심판을 받은걸거야. 믿음에는 그에 따른 보상을, 불경에는 그에따른 댓가를 주는게 신이시니까."


아차, 이 친구 지독한 광신도였지.
이런면만 아니면 참 좋은 친구일텐데

"내가 말했던가? 꽤 예전에 신을 영접했던 이야기! 감히 그 눈부심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조아리고 있었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산더미같은 식량이....."


수십번은 들은 이야기이다.

"늙은이들은 신을 보면 피해다니라는 소리를 하는데 그게 얼마나 큰 불경인지 알아야해! 그러다가는 옆마을처럼....이봐 친구 뒤뒤뒤뒤, 뒤!"

"응, 그래, 어, 응, 어, 왜??"

친구의 검은 다리가 가르키는 것을 따라
뒤돌아 본 곳에있는것은 내가 이곳에 와서 이야기는 계속 들었지만, 한번도 보지 못했던 것.
신이 있었다.

보이는 것은 그저 거대한 발,
얼굴은 까마득히 높은곳에 있는건지 보이지도 않는다. 저것은 과연 나를 바라보고 있는걸까? 내가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다는것을 저것은 알고 있을까?

"오오 신이시여, 제 삶은 오로지 당신앞에 예속되어있나이다. 제 생과사를 주관하시고...."

뒤를 돌아보니 이 친구는 머리를 땅에 쳐박고는 주절주절 기도중이다.

과연 이 친구가 이렇게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저 신을 알고 있을까?하고 생각한 순간,
커다란 그늘이 진다.
친구는 다리하나가 잡힌채로 하늘로 올라간다.

"!（#£☆₩●€※#~（@）@~"

너무 높이올라가 제대로 들리지는 않지만 뭔가 감격하고 있는듯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온다.

"제가 아닙니다! 제가 아닙니다 신이시여!"

무엇이 아니라는걸까. 그리고 친구의 다리가 하늘로 부터 떨어진다.

하나씩,

하나씩,

5개의 다리가 떨어지고, 뭉개진 몸이 떨어진다.
이미 절명했는지 작은 움직임도, 소리조차 내지않는다.

그리고 다시 지는 검은 그늘,
발이 내 몸 위로 떨어져내린다.
본능적으로 느낄수있다. 저것은 피할수 없다.
부디, 고통만은 없기를


콰직.






"야, 뭐하냐?"

"아니, 너 기다리는데 개미가 한자리에 가만있더라고 사람보고도 도망치지도않고. 그래서 다리 다 뽑아서 죽임 ㅋㅋ."

"어휴, 싸이코새끼 피씨방이나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