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가 좀 길어질 것 같긴 한데...

요즘 아빠가 어ㅓㅓㅓㅓㅓㅓㅓㅁ청 가족 분위기 곱창내고 있음.

일단 나부터 말하면 한 일주일전에 아빠가 집에 온 큰 박스 택배를 회사로 가져가야해서 나한테 같이 문 밖으로 옮겨달라고 부탁함.

근데 아빠는 혼자 머릿속에서 어떻게 해서 꺼내면 되겠다. 뭐 이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내 입장에선 난 아직 자세가 안잡혔고 박스를 들고 있는 상체도 위태위태 한 상태에서 아빠는 그냥 무작정 꺼내려고만 하니까
결국 박스 놓치지 않게 잡고 있던 손이 문에 찧였음.

아파서 "아아..." 했는데 본인은 박스만 홀랑 들고서 "니가 제대로 안드니까 그렇지" 라고 홀랑 가는거임.
난 너무 어이없고 황당해서 딸이 본인 일 도와주다가 다쳤는데 어떻게 저렇게 말하지? 라는 생각에
"사람이 다쳤는데 왜 그렇게 말해?" 라고 하니까 박스를 트렁크에 넣는 내내 내 잘못이라면서 획 가버림.

그리고 이번주에 엄마랑 뭐 트러블이 있었는지 저녁 다 먹고 혼자 또 라면을 끓여서 안방으로 가져가버림. （아빠도 저녁 먹음）
그리고 눈 마주친 엄마를 뚱하게 쳐다보고는 안방에 들어감.

근데 그날 새벽에 내가 출근하려고 （새벽 5시 출근이라 4시에 일어남） 거실로 나오니까 소파에서 자고 있더라...
아빠 엄마랑 싸우면 맨날 소파에서 자는데 내가 다 불편하더라고...

아빠랑 엄마랑 싸웠다는 사실보다 아빠까 거실에서 자고 있는게 더 불편했어. （아빠까 불쌍하다는 의미로 불편한거 아님）

근데 또 다음날 저녁 먹고 혼자 또 라면을 끓여서 안방에 가져가는데 이번엔 엄마랑 눈 마주치더니
이번엔 입 꾹 다물고 입꼬리 올린채 눈 땡그랗게 뜨는 표정? 그렇게 하고 감.

엄마는 너무 황당한거지 혼자 삐지고 혼자 해결하고 그 사이에 다른 가족들은 다 기분 상해있고....



그러다가 오늘 결국 일이 터짐. 나는 근무중이어서 몰랐는데 동생이 말해줌.

아침에 아빠가 밥을 먹으려는데 밥이 쉬어있음.
아빠는 왜 밥을 냉장고에 안 넣어 놓냐며 엄마한테 막 화를 냈고 엄마는 걍 미안하다고 하고 말려고 했는데
아빠의 이런 짜증들을 20년 넘게 계속 시달려 왔던 동생이 아빠를 나무랐던거임.

동생이 "우리는 아빠 말 하는거 너무 무섭다. 맨날 우리 눈치보게 만든다. 집에서 다 같이 사는데 서로 불편하게 있을 수도 있지 않냐. 내가 살면서 아빠가 밥 먹고 치우는 모습을 못 본다. 맨날 야식이나 맥주캔도 안치우고..." 이렇게 말했는데 아빠는 본인이 다 치우고 산다고 생각하고 있던거임.

당장 나만해도 아빠 밥 먹은 그릇 거진 내가 싱크대에 갖다놓고 야식으로 먹은 접시랑 맥주캔은 항상 엄마가 아침에 치우시고
우편물도 아일랜드 식탁에 그냥 던져놓고 나중에 와서 우편물 어디다가 뒀냐고 물어보고 엄청 많단 말이지?

근데 그렇게 말하니까 오히려 동생이랑 엄마한테 역정을 내면서
나나 동생이나 엄마가 다 아빠탓을 하고 자기를 못된놈으로 만든다 이러는거임.

그리곤 엄마랑 동생한테 앞으로 자기가 안치우는거 자기가 봐야겠으니까 본인 어지렵혀도 하나도 치우지 말라는거임.



근데 이 이야기는 나는 동생을 통해서 들었고 나는 그자리에 없었음. 즉 아빠는 내가 이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걸 모르는 상태임.


마침 오늘 동생은 외부 미팅이 있어서 오늘 늦게 들어오고 엄마는 예전에 미리 등록했던 배드민턴 수업 때문에 일찍 나가셨음.

즉 저녁밥을 나랑 아빠랑 막내동생이랑 셋이서 먹어야하는 상황임.

나도 솔직히 아빠 되게 불편한데 그래도 기분은 풀어줘야 하니까 모르는척 아빠 올때 오셨어요 하면서 반겨주고
저녁 어떻게 먹지 하면서 넌지시 밥 얘기도 꺼내보고 막 저녁 준비를 하는데

아무 말 없이 냉장고에서 계란 후라이 하나 꺼내더니 그것만 우적우적 먹는거임.
내가 아빠한테 왜 차갑게 먹어 내가 데워줄게 하니까.

"나 이제 너네랑 밥 안먹어. 내가 살다살다..."

이러는거임... 와... 본인 기분이 안좋다고 다른 가족에게 까지 이렇게 대하는건 무슨 심보임?
애야? 나 삐졌어를 날카롭게 표현하지 않으면 죽어?

여튼 계란 후라이 담겨있던 접시만 거칠게 설거지하고 그대로 차끌고 나가버림...

내가 사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았으니 망정이지 몰랐다면 난 아무 이유도 모른채 그냥 아빠 감정쓰레기통 역할 한거잖음...
심지어 막내동생은 아직 중학생이라 아무도 말 안해줘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임.
그런애 앞에서 나이 50넘게 먹은 사람이 뭐하는건지...

결국 아빠 나가고 막내동생이랑 내 설거지 하면서 아빠가 씻은 접시보는데 설거지 상태가 엉망임.
심지어 계란 먹던 포크는 씻지도 않음.


지금 온가족이 본인을 왕따시킨다고 생각하는데 본인이 가족들 기분을 나쁘게 만들면서 밀어내고 있따는 생각은 안드나봄.

솔직히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나가고 싶은데 그럼 남겨질 엄마가 너무 불쌍함...

아빠가 엄청 기분파이긴 했어도 이렇게까지 곱창을 낼 줄은 몰랐음.

엄마는 아빠한테 불만이 있어서 다 큰 딸들한테 하소연을 하셔도 결국 마지막엔
"그래도 아빠 덕분에 이만큼 산다. 감사해하자" 하면서 좋은 말로 끝내셨는데

아빠는 맨날 엄마에 대한 불만을 딸들한테 토로할때
"너네 엄마 도대체 왜 이러니? 왜 이렇게 사람이 게을러?"
하면서 흉만 보고 끝남...

（그렇다고 아빠 본인도 딱히 깨끗히 사는 사람이 아님.
아빠가 깨끗히 하는건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과 물품들. 공동으로 쓰는건 절대 안치움）




이런 스트레스가 요즘 엄청 쌓이는데 문득 아빠가 갱년기인가? 싶은 생각이 듦.

그래서 질문은 이거임. 요즘 아빠가 보였던 행동들이 남성갱년기와 관련이 있나?

참고로 아빠 69년생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