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가위 썰 주변 지인들한테 하도 말하고 다녀서, 아마 웃대에 내 지인이 있다면 내가 누군지 알 수도 있겠다.

그래도 내가 웃대를 처음 알게 된 계기가 공게 덕분인 만큼, 공게친구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글을 씀.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가위 자체는 많이 눌려봤어.

그런데 뇌만 깨고 몸은 안 움직이는 그런 평범한 가위였지, 무언가를 보고 느낀 적은 평생 두 번밖에 없어.

그런데 그 두 번의 경험이 정말 너무 무서웠다.

-1 ST-

지금부터 약 10년 전, 내가 옆으로 누워서 벽 쪽을 바라보고 잠들었던 날이야.

새벽에 깨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몸이 안 움직여.

앞서 말했듯이 가위 자체는 익숙하니까, ‘그래 느낌 오더라’ 생각하면서 버둥거렸지.

근데 그 익숙한 가위눌림 와중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뭔가가 발생했어.

내 등 뒤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한번 울린 거야.

처음 소리를 들은 순간 말 그대로 얼음이 됐는데, 가만히 기다려보니까 잠잠해.

잘 못 들었나 생각하고 다시 버둥거리기 시작하니까, 그 소리가 연달아서 들려.

근데 이게 연달아 계속 들리니까 무슨 소린지 알겠더라고.

너네 웃음 참는 소리 알지? 터져 나오는 웃음 꾹 참으려고 하는 와중에 끅끅대면서 새어 나오는 소리.

그래, 내 등 뒤에서 누군가 날 바라보며 웃음을 참고 있는 거야.

그거 인지하는 순간 미친 듯이 무서워져서 ㅅㅂㅅㅂ  하면서 발버둥 쳤지.

그러니까 이년이 이제 아예 박장대소를 하네? 내 등 뒤에서 껑충껑충 뛰면서 진짜 미친 듯이 웃고 있는 게 느껴지고 들리는 거야.

아주 쌩난리를 치던 와중에 ‘어? 이거 언제 여기까지 왔어?’ 생각이 들면서 진짜 바로 뒤에 붙어있다는 게 딱 느껴짐.

그 순간 우와와아악~!!! 하면서 일어났다. 이게 내 첫 번째 무서운 가위 경험.

-2ND-

저 경험 이후에 내가 방을 바꿨어. 방을 바꾸고 한 4년 정도 후에 경험한 일이야.

이날도 새벽에 눈이 떠졌는데, 몸이 안 움직이는 거야.

첫 번째 무서운 경험 이후에도 일반적인 가위를 몇 번 경험했기에, 딱히 막 무섭다는 느낌은 없었어.

단지 조금 긴장한 채로 주변 느껴보는데, 아주 고요해.

‘역시 그렇지 뭐’ 안도하면서 긴장을 푸는 바로 그때!!! 방 밖에서 소리가 들려.

처음 소리 듣고 아.ㅅㅂ..하면서 긴장 빡 했는데 가만 들어보니까 다행히 웃음소리는 아니야. 

확실히 웃음은 아닌데, 너무 작아서 잘 안 들려.

저게 뭐지 도대체 뭔 소리지 집중을 하니까 이제 좀 잘 들리더라고?

아, 잘 들리기 시작한 게 아니라 소리가 점점 커지는구나, 아 소리가 커지는 게 아니라 가까워지네, 아 저거 발소리구나!!

ㅇㅇ내가 옛날 쓰던 방 안에서 뭔가가 서성거리다가, 지금 내가 쓰는 방으로 다가오는 거야. 

그것도 아주 경쾌한, 누가 봐도 신나있는 발소리를 내면서.

와 진짜 이거 깨닫는 순간 가슴이 철렁한다는 게 뭔지 아주 제대로 느껴지더라.

얼른 일어나려고 진짜 미친 듯이 난리 치다가 방 문고리 돌아가는 걸 느끼는 순간, 가위 풀리고 일어났어.

가위 썰 보면 ‘가위 풀리고 일어나서 봤더니 실제로 방문이 열려 있었다, 창문이 열려있었다’ 뭐 이런 얘기들 있던데, 당연히（?） 그런 건 없고 멀쩡히 잘 닫혀 있더라.

이게 내 두 번째 썰.

지금은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는데, 평범한 가위는 아직도 종종 눌려.

근데 가위눌릴 때마다 진짜 무서운 생각이 드는 게, 이렇게 한 번씩 눌릴 때마다 이게 나를 찾아서 점점 다가오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