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어제 꾼 꿈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제꿈의 시작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어떤 남자가 겪은일에 대한 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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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부두 근처에선 아직도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요. 정확히 뭘 태우는 건진 모르겠는데, 그 냄새를 맡으면 자꾸 그날이 떠올라요. 지금 이 이야기를 들으시는 분도, 아마 그 냄새를 맡으셨겠죠.

제가 도착했던 그 부두는 이상한 곳이었어요. 건물은 분명히 현대적인 구조였고, 철골 프레임이 격자처럼 드러난 외형이었어요. 하지만 그런 외관에도 불구하고 뭔가 오래된 느낌이 났어요. 창문은 크고 유리는 번들거렸지만, 그 빛깔은 어딘가 바랜 듯했고요. 부두가에 흔히 있을 법한 관리동 같기도 했는데, 그 정적과 청결함은 비현실적으로 정돈되어 있어서 이상했어요. 실제로 누군가 이곳에서 살았거나 일했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누군가가 ‘사람이 사는 건물’을 흉내 내어 만든 것 같은 그런 인상이었어요.

주변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어요. 말없이요. 하지만 그 조용함엔 이상한 긴장감이 있었어요. 누구도 고개를 들지 않았고, 발소리 외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어요. 마치 어딘가로 옮겨지는 짐처럼, 모두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듯했어요. 어떤 분은 손에 서류 같은 걸 쥐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누군가와 작은 쪽지를 주고받기도 했어요. 분위기는 마치 인력시장 같았고, 어디론가 팔려가는 사람들처럼 보였어요.

저도 그 줄에 섰습니다. 딱히 이유는 없었어요. 하지만 그때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다들 그러니까, 저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입구를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먼지로 가득한 바닥과 희뿌연 공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빛은 없었지만 어딘가 흐릿하게 스며드는 조명이 있었고, 그 아래엔 정지된 듯한 공기와 눌린 적막이 가라앉아 있었어요. 벽은 말라 있었고, 바닥에는 발자국 하나 없이 균일한 먼지가 얇게 쌓여 있었어요.

그 안에는 남자가 한 명 서 있었어요. 손에는 흰 장갑이 끼워져 있었고, 얼굴은 도자기처럼 번들거릴 정도로 매끈했어요. 전혀 인간적인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 그 얼굴은, 미세하게 떨림조차 없이 고정돼 있었고요. 눈동자는 어떤 지점을 바라보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아무 데도 닿지 않았습니다.

그가 입을 열었어요. 말의 속도는 일정했고, 발음은 기계처럼 정돈되어 있었어요.

"어서 오십시오. 선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이 들리는 순간, 주변이 살짝 낯설게 일그러졌던 것 같아요. 전 선택한 기억이 없었는데… 그냥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제 옆사람도, 그 옆사람도, 다들 고개를 같은 각도로 내렸어요. 마치 처음부터 정해진 각본을 되짚는 사람들처럼요.

건물 안쪽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깊었고,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먼지의 냄새가 먼저 코끝을 찔렀어요. 천장에서는 오래된 형광등이 깜빡거렸고, 벽지는 갈라져 있었고요. 복도는 길고 좁았으며, 바닥엔 희뿌연 먼지가 가득했고, 눌린 발자국조차 남지 않을 만큼 건조했어요. 공기는 무거웠고, 숨을 들이쉬면 마치 오래된 기계실 안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복도를 통과해 후미로 나서자 갑작스레 시야가 트였어요. 부두였습니다. 그런데 그 풍경은… 무언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했어요.

그곳에— 배가 있었거든요. 거대한 덩어리. 배라기보단 도시 같았고, 몸체는 유조선처럼 생겼지만 어딘가 구조적으로 이상했고요. 굴뚝은 절단된 척추처럼 솟아 있었고, 선체는 곳곳이 녹슬고 일그러져 있었어요. 그걸 보는 순간, 그 배를 보는 순간, 아무 말도 못 하고 숨을 한 번 삼켰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발이 그냥 굳어버리는 느낌이었어요.

사람들이 아무 말 없이 그 배를 향해 움직였고, 저도 따라갔지만… 그 순간 발밑이 푹 꺼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타는 순간, 모든 걸 잊게 될 것 같은 두려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예감. 이유를 설명할 순 없었지만, 그 배는 절망을 태우는 구조물처럼 느껴졌어요.

파도는 없었고, 바다는 기름처럼 눌려 있었어요. 그 위에 그 배는 말없이 앉아 있었고요. 마치 영원히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요.

그 배를 탔습니다. 누구도 목적지를 말하지 않았고, 그걸 묻는 사람도 없었어요. 배는 무언가에 밀려서 조용히 출발했는데요… 이상하게도, 그다음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것도 기억이 없어요. 깨어보니 그냥— 도착해 있었습니다. 공장이 있었고, 저는 그 앞에 서 있었어요.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공백이 더 무서운 것 같아요. 시간을 잃어버린 느낌. 어쩌면, 일부러 잊게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공장은 말이죠… 들판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었어요. 주변은 공장 벽에 기판이 붙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마치 거대한 전자 쓰레기장 같았어요. 수천, 수만 장의 폐기된 회로 기판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고, 그 위로 먼지와 납 찌꺼기가 쌓여 땅인지 쓰레기 더미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금이 간 플라스틱과 깨어진 케이스들, 녹슨 코일들과 뒤엉킨 선들이 지평선까지 이어졌어요.

그 한가운데, 마치 다른 시대에서 전이된 것처럼 석조 건물이 서 있었어요.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기둥들과, 이상하리만치 깨끗한 입구와 계단. 그 모습은 마치 이질적인 의식을 위한 장소처럼 느껴졌고, 그 광경 전체가 마치 '무언가 놓여서는 안 될 장소에 놓여 있는 구조물' 같았어요. 전자 쓰레기들 사이에 떠 있는 고대 신전—이해할 수 없는 질서가 깔려 있었어요. 조화도 아니고, 불협도 아니고… 마치 전혀 어울릴 수 없는 것들이 억지로 맞붙은 채, 무표정하게 가만히 있는 듯한. 그런 기괴함이 *공간 전체에 퍼져 있었어요.*

*안으로 들어*가니 조명이 있었지만 너무 어두웠고, 빛이 난다기보다는 어둠 속에 떠 있는 느낌이었어요. 공기는 눅눅했고, 납 타는 냄새가 났습니다.

그 안에선 모두가 구조 신호 발신기를 조립하고 있었어요. 저도 자리에 앉았고, 기판을 받아서 납땜을 시작했습니다. 버튼을 누르면 기계가 소리를 냈어요.

삐삐삐… 삐이이… 삐삐삐…

모스 부호였어요. 'SOS'. ··· ––– ···
글자로 뜨는 것도 아니고, 의미 있는 음성도 아니고, 단지, 짧고 긴 삐 소리의 반복이었어요. 누가 들어줄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하루에 수십 개씩 만들고 있었어요.

감독관들은 가끔 다가와 지시했어요. "다시 조립해. 이건 불량이야." "이건 신호가 안 나가. 회로 다시 봐." 어떤 날은 벽에 있는 낡은 표지판을 가리키며 말했어요. '전파를 보내라, 구조는 도착한다.'

하지만 아무도 '구조'라는 걸 본 적이 없었어요. 그 말은 마치 구호처럼 반복됐고, 감독관들의 입에서는 습관처럼 흘러나왔어요. '신호가 나가야 한다'는 말이 목적도 방향도 잃은 채, 매일같이 흘러나오는 명령이 되어 있었죠.

제 옆자리에 여자가 앉아 있었어요. 처음엔 몰랐는데, 납땜하는 걸 보니까 이상하더라고요. 부품을 막 찍어 붙이고, 회로를 타버릴 정도로 과열시키고, 손놀림은 능숙해 보였지만… 방향도, 순서도 다 엉망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그렇게 하면 회로가 끊겨요."

그 여자가 고개를 천천히 돌렸습니다. 정말 천천히요. 눈동자가 늦게 따라오고, 입술은 살짝 벌어졌는데… 웃고 있더라고요. 근데, 그 웃음이 이상했어요. 입꼬리는 올라가 있는데, 표정이란 게… 다른 근육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했어요.

"회로가… 뭐예요?"

그 말투는 너무 정확해서 더 무서웠어요. 마치 누가 외워서 읽어주는 것 같았고, 그녀의 입 안은 까맸고, 혀가 움직이지도 않았어요. 그때부터 전, 뭔가 진짜 잘못됐다는 걸 느꼈습니다.

식사는 회색죽 같은 거였어요. 차갑고, 걸쭉하고, 맛도 없었지만… 다들 먹었어요. 물은 쇠 냄새가 났고, 물색 또한 탁했어요.

감독관들도 있었어요. 여럿이 돌아다니면서 작업을 지켜봤는데, 그중 한 사람은 유독 기분이 나빴어요.

항상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사람들한테 반말을 했고, 기판을 집어 던지고, 납땜기를 발로 차고…
"앉아."
"그렇게 하지 말랬지."
"입 닥치고 해."
그런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어요.

어느 날이었어요. 저는 더는 못 하겠다고 생각하고, 납땜기를 내려놨습니다.

“이거, 왜 계속 만들어야 하죠?”
“누가 듣는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왜 이걸 반복해야 하죠?”

주변은 조용했어요. 기계 소리도, 신호음도… 잠깐 멈춘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감독관이 다가왔습니다.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그딴 소리 하지 마. 계속 해.” 하고 말했어요.

“저… 나갈 겁니다. 더는 못 하겠어요.”

그가 웃었어요.
“나가긴 어딜 나가. 여긴 그런 데가 아냐.”

그러더니 갑자기 제 어깨를 밀었습니다. 저도 반사적으로 밀었고요. 기판이 깨졌고, 납땜기가 넘어졌어요. 그가 주먹을 날렸고, 저는 피했고, 정신없이 얽히다가 제가 그를 밀어냈는데…

그 사람이 쓰러졌습니다.

근데 넘어진 게 아니었어요. 무너진 거였어요.

소리는 거의 나지 않았고, 대신 안쪽에서 얇은 층이 순서대로 조용히 부서지는 듯한 감각이 있었어요. 몸이 차분하게, 마치 조립식 구조물처럼 균열되기 시작했고, 어깨에서 골반까지 서서히 금이 가더니 아주 부드럽게 갈라졌습니다.

내부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피도 없고, 뼈도 없고, 검은 가루가 가볍게 흘러나왔고요. 눈은 감기지 않았고, 표정은 변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다음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날 이후였어요. 그 구조물이 조용히 무너진 이후로요. 감독관들은 하나둘 모습을 감췄고, 누가 어디로 갔는지도 알 수 없게 됐어요. 그리고 사람들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기판을 조립하던 사람들은 하나둘 자리를 떴고요. 대신 기이한 어수선함이 퍼졌어요. 누군가는 기판을 집어 들고 이리저리 옮기고, 누군가는 무언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면서 바닥을 기웃거렸고, 몇몇은 벽에 등을 붙인 채 조용히 중얼거렸어요. 납땜기는 멈췄지만, 사람들의 움직임은 더 바빠 보였어요. 마치 막 깨어난 꿈속에서 허둥대는 것처럼요.

몇몇 사람들과 저는 서로를 바라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이제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누군가 속삭였고, 그게 다들 하고 있던 생각 같았어요. 조심스럽게 배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때였어요.

중장년 중 한 분이 다가왔어요. 팔에는 기판이 몇 장 껴 있었고, 눈은 약간 충혈돼 있었어요. 그는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 나중에 필요할 겁니다. 누군가는… 이걸 봐야 해요. 우리가 여기서 뭘 했는지, 뭘 만들었는지."

그 말이 처음엔 이해됐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해졌습니다. 처음엔 한두 장 챙기던 사람들이, 수십 장씩. 더 나중엔 기판을 담는 박스를 나르기 시작했고요.

그리고 점점, 그걸 왜 모으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말하지 않았어요.

“이건… 좋은 거야.”
“이건 괜찮은 거야… 아주 좋아…”
“이게… 그냥… 있어야 해요. 이게, 있어야 하니까요…”

말은 같았지만, 손길은 점점 더 부드러워졌고, 눈빛은 더 멀어졌어요. 그 사람들은 증거를 모으고 있는 게 아니라, 그걸 모으는 행위 자체에 자신을 파묻고 있었어요. 그게 전부가 된 것처럼요.

그래서 전 결심했습니다. 이건 단순히 고장 난 기계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이 공장, 아니 이 공간 전체가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무언가 진짜와 비슷한데, 아주 조금씩 어긋난 채 고정되어 가는…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려진 장소 같았어요.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무서웠어요. 이곳에 더 있다가는, 저도 언젠가 저들처럼 될 것 같았어요. 제 얼굴도 저 눈빛도, 그렇게 변해버릴 것만 같아서요.

그래서 도망치듯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떠나야만 했어요. 그들이 나쁘다거나,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전… 저 자신부터 지켜야 했어요.

낡은 배에 올라탔습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남은 사람들과 다시는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았어요.

출항할 때, 그들이 보였어요. 기판을 껴안고 웃는 얼굴들, 신호음을 입으로 흉내내는 사람들, 무표정한 눈으로 말없이 바라보는 시선들.

배 위에서, 저는 마지막으로 버튼을 눌렀어요. 삐삐삐… 삐이이… 삐삐삐… 그 부호가 작게 울렸고, 이 안에서 들릴지, 바깥으로 나갈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이 배 안 어딘가에 앉아 있는 것 같아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고, 가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고요. 다만, 그 소리… 그 깜빡임이 언젠가 다시 저를 부를까 봐요.

그래서, 지금도 그곳에선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판을 안고 웃는 사람들, 말없이 신호음을 흉내내는 입술, 텅 빈 눈동자들… 그 일상이 아직도 멈추지 않고 어딘가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게—그게 조금 무섭습니다. ----------이렇게 꿈에서 깨어납니다.


너무 기괴한 꿈에서 깬 후에도 한참 동안 저는 소름이 돋은 팔을 쓸어내리며 잠을 이룰수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