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가 제대 하고 십 년이 지나서 꺼내는 이야기다.
나는 원래 귀신 같은 걸 믿지 않는 사람이라 정확히 귀신이라고 얘기하기가 애매해서
어떤 미확인 생명체가 아닐까 생각하는 일이 하나 있었다.
군 복무 시절, 나는 최전방에서 복무했었다.
15 사단 승X부대, GOP 였는데 좌측에는 천국의 계단이라고 불리는 옆 사단이 있고
우측 끝에는 우리 관할 구역 마지막 고지인 150 초소가 있는 곳이다.
문제는 가 초소인 203 초소 였는데, 그곳은 모든 면에서 X같음을 뭉쳐 놓은 듯한 느낌의 장소였다.
주변이 음지였고 전방 시야 확보도 어렵고, 이 초소만 니은 자 길목 부근 가장 구석탱이 안쪽에 자리 잡고 있었던 데다가
그 초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서 2명이 목을 매달아 죽어서 그 나무로는 갈 수 없게 철조망을 두르고
나무의 가지를 모두 잘라 놓은 X살 나무라고 불리는 엄청 큰 나무도 하나 있었다.
심지어는 그 나무가 너무 커서 빛이 들어오는 것까지 차단하는 이중 음지 효과로 늘 땅도 습하고 진흙이라 누가 봐도
자리가 좋지 않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그런 곳이다. 여름에도 항상 한기가 느껴지던 그런 초소였다.
가 초소에 맞게 그 초소는 근무를 하지 않았고, 근무자가 있는 것처럼 야간에 허수아비를 세워 두는 곳이었고
늘 야간에만 허수아비를 세우고 날이 밝기 전에 다시 눕혀 놓기에 , 사실상 나는 낮에 그곳에 들어 갈 일이 거의 없었다.
그 때 당시 중대장은 특전사 공수 부대 지정 사수 저격수 출신인 사람이었고, 그런 중대장은 야간 가장 졸릴 시간에
항상 말도 없이 초소 뒷 문으로 야투경을 낀 채로 잠입 하는 것을 즐겼고, 소대장도 따라한답시고 그러한 행동을 했었기에
초소에서 근무를 서는 근무자들은 앞 , 뒤로 경계를 해야 하는 거지 같은 상황에 처했다.
부 소대장은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 것 같은 중사였고, 악마 같은 인간이라 모든 병사가 싫어함과 동시에 두려워 하던 사람이었다.
후임 하사도 병사들 앞에서 쌍욕 하면서 갈구는 망나니 같은 놈.
즉, 가라 치는 건 꿈도 못 꾸는 이등병이나 말년 병장이나 똑같은 취급을 당하는 개 같이 꼬인 군번으로 빡세게 생활 했다.
그 날은, 야간 조로 근무를 해야 했는데 달도 밝고 구름 한점 없는 시야가 깨끗하게 보이는 그런 날이었다.
그런 날에 150 초소가 있는 꼭대기로 욕을 하며 올라가고 있었다.
상병 짬 밥에 K3 와 전용 고배율 야간 조준경 , 탄 200발 30개들이, 예비 탄창 2개 , 수류탄에 전투 배낭 메고 철책 점검 하는
경계로 올라 가다 보면 빡치지 않을 사람 없다고 자부한다.
그렇게 힘들게 올라와서 고지 점령하고, 숨 돌리면서 주변을 둘러 보고 있는데 위에 얘기했던 203 초소에 보여야 할
허수아비의 머리가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에 나는 전 근무조가 세워야 했는데 세우지 않고 갔나 싶어서
폐급 새끼들 도움이 안 된다며 욕을 하며 야간에는 주변이 아예 보이지 않는 203 초소에 가서 허수아비를 세워 놓을 생각에
기분이 상당히 나빠졌고, 계속해서 203 초소 쪽을 보게 됬다.
20분 정도 지났을 때, 지통실에서 전화가 와서 점검 상태를 얘기하고 주변을 다시 둘러 봤는데
203 초소에 없었던 허수아비의 대가리가 보였다.
그 때는 중대장이나 소대장이 세워 놓고 이 쪽으로 오는가 보다, 진짜 큰일 났다 싶었다.
함께 왔던 부사수에게 203 초소 쪽을 잘 보고 있으라고 말했고, 나도 그 초소 쪽을 주시 하고 있었는데
몇 분이 지나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잘못 봤나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허수 아비 대가리 옆? 뒤 쪽으로 대가리 하나가 천천히 분열하듯 하나 더 늘어나서
형체가 두 개로 보였다. 아 간부가 초소 안에 있는 것이 확실하구나 생각하고 오늘은 누가 올라온 것인지 확인을 해보고자
야간 투시경을 키고 초소 쪽으로 배율을 높혀서 봤는데 허수아비를 세우고 초소 안을 점검하는 간부가 아니라
사람인지 무엇인지 모를 검은 형태가 대가리를 엄청 빠르게 양 옆으로 미친 듯이 흔들고 있었다. 그래서 대가리가 두 개로 보였던 것이다.
평생을 살면서 그 때가 가장 크게 놀래서 기절 할 뻔 했던 것 같다.
내 몸에 있는 털이란 털은 다 곤두섰고 머리카락이 방탄 헬멧을 들어 올리겠다 싶었다.
그 당시에 느꼈던 공포감이란 말로 표현 할 수가 없다.
너무 무서우면 비명도 못 지르고 몸이 얼어 붙는다던데 딱 그 상황이 그 상황이었다.
부사수가 괜찮냐고 묻는 말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바로 지통실에 전화해서 203 초소에 현재 누가 들어가 있는지,
누가 올라온다고 말했던 것이 있는 지를 물었다.
지통실에서는 이제 막 간부가 갈 것이라고 근무를 잘 서라고 답변 했고, 그 초소에는 지금 아무도 없다고 하니 오줌을 쌀 것 같았다.
반대로 북한 놈들이 침입 한 것이라면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이라 내가 보고 느낀대로 지통실에 보고 했다.
현재 203 초소에 정확히 식별이 불가능한 거수자의 움직임이 있다. 1명 혹은 2명으로 보이는데, 밀어 내기 하러 오는 다음 근무조가 빨리 투입해서
함께 확인하러 가도 되는 지를 물었다. 내 말을 들은 지통실에서는 뒤에 있던 간부와 무엇인가를 얘기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에 부 소대장이 전화를 받더니 본인이 올라오면서 확인 할 테니 다른 쪽으로 움직이거든 바로 보고를 하라고 했다.
솔직하게 다시 그 초소 쪽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괜히 봤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나에게 달려 올 것 같았다.
하지만 반대로, 부사수와 나는 실탄으로 무장한 상태에서 설마 당하기만 하겠냐는 생각이 들어서
총을 그 쪽으로 정 조준 해둔 상태로 다시 초소 쪽을 바라보니 양 옆으로 대가리를 미친 듯이 흔들 던 물체는
가만히 멈춰서 철책 쪽을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철책 쪽을 보고 있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흰 색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회색 빛? 우유 색? 같은 안광을 빛내며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야투경은 다들 알겠지만 전체가 초록색으로 보이고 색상 자체는 구분을 하기가 어렵다. 보기에는 단순히 코난에 나오는
범인 같은 실루엣에 안광만 보이는 수준이다.
그렇게 15분 정도가 됐을 때, 부 소대장이 올라 오는 것이 보였다. 그러더니 그 203 초소 앞에 서서 나에게 무전으로
혹시 아직도 안에 있냐고 물었다.
지금은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는 것 같다. 2명은 아닌 것 같고 1명으로 보이는데,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다고 했는데
계속 조준 하고 있으라고 말한 후에, 부 소대장과 함께 올라 온 병사가 라이트를 켜고 문을 확 열어서 안 쪽을 확인 하려는데,
그 안광 같은 것이 빛나는 눈동자 같은 것이 검은 몸은 놔두고 문이 열린 쪽으로 스르륵 빠지면서 사라졌다.
당연한 결과로 상병 달면 군생활 끝나냐는 욕을 먹었다.
근무자들이 잠깐 쉬러 오는 중앙 휴게실에서 쉬러 온 모든 병사들에게 내가 졸다가 헛 것을 보고 헛 소리를 해서
부대를 개판 오분 전으로 만들어 놨다며 동이 틀 때까지 얼차려를 받았다.
부 소대장은 중대장에게 바람에 흔들리는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을 내가 잘못 봤다고 얘기했는데
중요한 건, 그 초소가 있는 장소는 주위에 벽이랑 비슷하게 굴곡진 언덕을 바람이 타고 흐르기 때문에 203 초소에는 바람이 전혀 불지 않았다.
그렇게 야간 근무가 끝나고 오침을 한 후에 지통실에서 부 소대장이 나를 찾는다며 방송을 했다.
철책 보수 작업을 한다고 인원들과 함께 작업을 하러 나갔는데 부 소대장이 203 초소 근처를 정리 한다고 그 쪽으로 오라고 했다.
날 보자 부 소대장은 나에게 정확히 어제 본 것이 뭐냐고 물었다.
그래서 어제 내가 봤던 모든 것을 얘기했다.
그렇게 한참을 듣던 부 소대장은 너 혹시 이거 알고 있었냐며 203 초소의 문을 열었는데 그 안쪽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욕이 나왔다.
다 썩어 가는 듯한 초록색 페인트가 여러 번 덧대어져서 칠해진 나무 문 안 쪽에 내 다리 길이 만한 노란 종이에 무슨 뜻인지 모를
빨간 한자가 써져 있는 부적이 X자로 한 개도 아니고 여러 개가 겹쳐진 채 붙어 있었다.
맨 처음 붙은 건 하얀 색에 검은 한자 였는데 점점 덧 붙여 지는 것은 노란색 질긴 한지에 빨간 색으로 한자를 적은 것이 붙어 있었고
초소 천장에는 내 팔뚝 만한 것 2장이 문 쪽으로 이어져 있었고 나머지 부적들은 초소 귀퉁이 라인 따라서 문 쪽으로 붙어 있었다.
평소에는 들어가더라도 해가 진 야간에 들어간 데다가 천장이나 문을 볼 이유도 없고 , 부사수가 문이 닫히지 말라고
등으로 문을 가리고 있었으니 그동안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부 소대장에게 이게 대체 뭐냐고 물으니 본인도 어제 문을 열고 처음 봤다고 얘기했다.
부대원 이나 간부들 모두가 대충 야간에 가서 허수아비만 세워 놓고 다시 나오는 일만 반복했었고
부피가 큰 허수아비였으니 대충만 팔을 움직여도 잡혔던 탓에 라이트를 켤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 초소였으니 모두가 안의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는 지에 대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심지어 이걸 누가 도대체 언제 붙였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문제였고
나중에는 부적이랑 문을 다 떼어내고 새로 단장을 했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초소는 사용하지 않았고 나중에는 허수아비도 세워두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미친 듯이 머리를 흔들던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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