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0대 남성이다.
약 20년 전, 한 이름 모를 섬에서 끔찍한 경험을 했고
언젠가 ' 마귀 굴 ' 혹은 ' 마구 굴 ' 이라 불리는 존재에 대해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한 달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계기로 더는 지체 되어서는 영영 쓰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이 글을 쓴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쯤 이었다.
그 당시 예민한 10대였던 나는, 방학을 맞아 바다를 보러 가자는 아버지의 말에 들떠있었다.
아버지는 세 살 어린 삼촌과 함께 셋 이서 2박 3일간 섬으로 남자들만의 여행을 가자며, 아는 선장님이 있다고 했다.
여행 당일, 우리 세 명은 전라남도 고흥군의 한 항구에 도착 한 후
아버지의 지인이라는 선장님의 배를 빌려 타고 잘 알려지지 않아 사람의 왕래가 적다는 한 섬으로 들어갔다.
최소 한 시간 이상을 배로 이동했으며 , 당시 기억으로 심각한 뱃 멀미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이름 모를 섬의 첫 인상은 뭔가 이질적이었다.
제대로 된 부두조차 없었고, 섬의 지형 상 부두와 비슷하게 만들어진 지형에 배를 잠깐 정박 시킨 후, 간신히 내릴 수 있었다.
선장님 말로는 , 이 섬에는 현재 자신의 가족들과 친척들만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고,
많은 사람이 도시로 떠나 남은 사람이 채 50명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배를 정박 시켰던 곳에서 조금 걸어가자 이상하게 높은 돌 담들이 보였다.
제주도에 있는 어깨 높이만 한 돌 담보다 더 높은, 그러니까 건장한 성인 남성을 가릴 만 한 높이였다.
돌 담이 쌓여 있던 길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자, 평범한 시골의 집들이 보이고 이내 이질적인 기분 또한 없어졌다.
그동안 선장님은 , 해가 저물고는 절대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했고
이상한 소리가 나더라도 바람이 돌 담을 지나는 소리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호기심이 많던 나는 의아했지만 그 후에 선장님의 집에 다다르기까지, 짐을 풀고 돌 담 바깥쪽의 모래사장에 셋 이서 갔던 것 까지는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모래사장에는 나와 아버지, 삼촌 셋 이외에도 다른 집 친척이라며 휴가를 온 남자 둘이 있었다.
금세 친해진 우리는 넓은 모래사장을 전세 낸 것 처럼 헤엄치고, 준비해 온 음식을 꺼내 먹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행을 즐겼다.
그렇게 날이 저물어가자 술을 먹지 않았던 아버지는 이제 각자 숙소로 돌아가자, 밤이 되면 춥다는 식으로 말했고,
바다는 거센 바람과 동시에 우리가 처음 자리 잡았던 위치까지 파도가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상한 쇳소리가 그때부터 들려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빨리 어두워지자 부랴부랴 짐을 챙기던 나는, 원래 일행이 아니었던 두 명의 남자들이
본인들은 조금 더 있다가 가겠다며 아버지와 실랑이 하는 것을 보았다.
끝내 둘 의 고집을 꺾지 못했던 것인지 아버지와 나 , 삼촌만 다시 돌 담 쪽으로 향했다.
둘 담 길을 걷는 내내 저러다 큰 일 난다며 혀를 찼던 아버지와 정 그렇게 걱정이 된다면 자기가 가보겠다 던 삼촌,
노느라 피곤했던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별 일 있겠냐고 얘기했다.
하지만 비명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를 듣자마자 발 걸음을 멈춘 세 명은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이내 삼촌은 자기가 가보겠다며 아버지와 나는 마을로 계속 가라고 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도록 삼촌의 모습도 , 나머지 두 명의 모습도 소리도 듣지 못했다.
걱정이됬던 나는 아버지에게 삼촌을 찾으러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재촉했지만, 아버지는 답이 없었고
선장님의 아내와 잠시 할 말이 있다며 나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
호기심과 약간의 분노, 객기가 어우러져 있던 당시의 나는 몰래 방에서 나와 아버지와 선장님의 아내가 하는 말을 엿들었고,
거기에서 처음으로 ' 마귀 굴 ' 이란 존재에 대해 듣게 됬다.
어릴적이라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 마귀 굴에 홀린 것이다. 내일 날이 밝고서 찾으러 가자, 지금은 마귀 굴이 돌아다녀서 안된다 '
대충 이런 식의 대화였던 것 같다.
아버지도 마귀 굴이라는 존재에 대해 이미 선장님에게 들었던 것인지 어느 정도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두 사람이 삼촌을 찾으러 갈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자 화가 난 나머지, 몰래 집 대문 밖으로 나왔고
불 빛이 없어 완전히 어두웠던 돌 담 길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때, 그곳으로 향했던 것을 아직도 후회하고 있다.
돌 담 길에 접어들고 나서야 나는 객기를 넘어선 두려움에 온갖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고
그전까지도 들렸지만 눈치채지 못했던 소리, 뱀이 내는 소리와 천식 환자의 쇳소리가 섞인 듯 한 소리가
돌 담 너머로 들려온다는 것을 알았다.
바람소리겠거니 했던 나는 계속해서 돌 담 길을 나아갔고, 어느 순간 깨달았다.
바람이 몰아치는 것과 상관없이, 파도가 철썩이는 것과 상관없이 들리는 별개의 소리라는 것을.
또한 거기에 돌 담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까지 더 해졌다는 것을 말이다.
두려움에 얼어붙은 나는 그 순간, 오싹한 느낌과 함께 돌 담길 저편에서 검은 형체를 보았다.
그리고.. 그리고..
소리를 지르며 헐레벌떡 선장님의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 이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날 밤, 나는 그 마귀 굴이 내는 소리를 밤새 들으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뜬 눈으로 덜덜 떨었다.
다음 날 아침, 날이 밝아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바람은 약해졌고 파도도 부드러워졌으며 기괴한 소리도 더는 나지 않았다.
아버지와 나, 그리고 선장님의 아내 셋 이서 모래사장에 도착 했을 땐,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삼촌이나 나머지 두 명의 발자국조차도 없었다.
선장님의 아내는 한 숨을 쉬며, 마귀 굴이 잡아갔다는 말을 했다.
선장님의 아내의 말에 의하면, 이 섬에는 옛날부터 마귀 굴 혹은 마구 굴 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고 했다.
그것들은 사람을 해치는 존재로, 사람과 비슷한 모습으로, 어두운 바다에서 올라오며 돌 담 너머를 배회한다는 것,
그리고 돌 담이 비정상적으로 높고 마을 전체에 있는 것도 다 마귀 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모래사장을 뒤져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나와 아버지는 선장님의 집으로 돌아갔고,
선장님이 오기 전까지 남은 날들을 집에서만 보냈다.
선장님이 다시 섬에 오고 삼촌과 그 둘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 일단은 고흥군으로 다시 돌아가 실종 신고를 하자고 했다.
실종 신고 이후, 경찰과 같이 그 선장님을 다시 찾아갔을 땐, 배 타는 일을 그만 두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섬으로 함께 가자는 부탁도 거절했다.
그렇게 그 섬의 위치도, 이름도 모르던 우리는 영영 그 섬을 찾지 못하게 되었다.
주변에 알려진 섬들을 몇 군데 방문해보았으나, 높은 돌 담이 보이는 곳은 한 곳도 없었고
더 알아낸 것이 있다면 연락을 주겠다는 경찰의 말을 끝으로 나와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결국 삼촌은 실종 신고 이후 사망 처리되었다.
여기까지가 나의 끔찍한 경험의 전부다.
20년이 지난 지금, 아버지의 유품에서 삼촌과 찍은 사진을 못 찾았다면 이 글을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나름의 조사를 해왔으나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가끔 그 기괴한 소리와 돌 담 길을 헤매는 악몽을 꾸기도 한다.
나는 그 날, 무엇을 보고 느꼈던 것일까.
내가 10대였을 당시에 이미 나이가 많았던 노인들이 살 던 그 섬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제는 마귀 굴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나밖에 없을 것 같아 더 무섭다.
마지막으로 그 경험을 한 다음 날 주웠던 것들의 사진을 첨부한다.
ㅁ 사진의 경우 꽃게의 집게 부분과 같은 것, 동그란 돌, 그리고 사람의 손,발톱으로 보이는 물체 등이 있다.
전부 삼촌이 사라진 다음 날, 돌 담길 주변에서 주운 것 들이다.
손톱은 악취가 너무 심해 씻어서 보관하고 있다.
더 길었던 손톱도 있었지만, 이사를 하면서 다른 상자 하나를 분실하는 바람에 남은 것은 이것뿐이다.
아직도 저 많은 손,발톱들이 왜 돌 담 길에 떨어져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후는 사람들의 댓글
A
마구한테 홀렸는데 살아 돌아왔네, 다른 사람 하고 같이 간 건 탁월한 선택이네
어릴적에 남해에서 놀 때, 외종조부가 도선장이나 바닷가에 못 보던 낡은 배가 있으면 그 근처는 절대 가지말고,
보이면 말하라고 했었다. 며칠 뒤면 감쪽같이 사라지는데, 외지인이나 동네 사람들이 모르고 다가가면
그 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서 영영 다시 못 돌아온다고 , 마귀한테 홀렸다고 외종조부가 무서운 얘기하는 줄 알았는데
A-1
와 미친 신기하다 어디 지역임?
A-2
남해-하동 쪽 일 것이다. 어릴때라 기억이 무섭거나 즐거웠던 기억 밖에 없다.
B
유튜브 보다가 우연히 보게 됬는데 나 어릴적 할머니 한테 들었던 얘기랑 비슷해서 소름돋는다
할머니 댁이 고흥 남양면인데 지금은 돌아가신 작은 할머니가 이런 저런 얘기를 다 해줬다.
나 어릴때 밤에 바닷가 가지말라고 , 가더라도 쉭쉭 대는 소리가 들리면 도망가라고 그랬는데
이 글에 묘사된 거랑 똑같아서 소름 돋는다.
찾아보니까 원글은 디씨 미갤에 15년도에 올라온것 같던데 들어 봤어?
C
이거 엄청 유명한 거네
D
마귀 굴 오랜만이네
E
저거 섬도 어딘지 알려지지 않았던가?
F
누가 추측으로 섬에 놀러온 외지인들 납치해서 팔아먹고 마귀굴이라고 둘러댄거 아니냐는 말도 있던데
G
전남 고흥의 애도라고 하는 설이 있었음
지금은 관광지지만 돌담+해변+서낭당 때문에
H
헛배나 터럭손도 비슷한 계열인듯
45
0
1
77,854
추천
반대
신고
답글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네티켓의 기본입니다.게시물에 상관없는 답글이나 추천유도성 답글을 달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