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니의 이야기는 기괴함과 잔혹함의 경계선에 머물렀다. 나는 항상 언니를 평범한 사람으로 생각했지만,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녀의 변화는 미묘하고 서서히 진행되었고, 우리 가족의 무관심 속에서 뭔가 불길한 것이 자라나고 있었다.

언니의 이상한 식욕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좀 더 많이 먹는 정도였다. 우리는 이를 별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 식욕은 끔찍하게, 이상할 정도로 증폭되기 시작했다. 언니는 매끼 두 사람 몫 이상을 먹고도 계속해서 음식을 탐냈다. 나도 어머니도 그저 "성장기라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언니의 몸은 살이 뒤엉키는 둥근 덩어리로 변해갔다. 그 살덩어리 안에 무언가가 기어 다니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점점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드물어졌고, 학교도 점차 뒷전으로 밀려났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뜸해지며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갔다. 그때의 나는 그저 언니가 지쳐 보인다고 생각했었다. 이젠 알겠다. 그건 지침이 아니었다. 그건 언니의 껍데기 안에서 무언가가 나오는 과정이었다. 그 뒤틀린 과정의 일부였다.

그 불가사의한 식욕이 정점을 찍은 날은 8월의 어느 밤이었다. 그날 나는 영 잠이 오지 않아 물을 마시려고 부엌으로 내려갔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소리. 잘그락거리는 소리와 혀가 휘젓는 듯한 끔찍한 소리. 그리고 나는 그 빛을 보았다. 부엌에서 새어나오는 희미한 빛과 그 속에서 꿈틀거리는 형체가 있었다.

불을 켜는 순간, 그 형체가 언니임을 알아챘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내 언니가 아니었다.

냉장고 앞에 쭈그리고 앉은 언니는, 그곳에 있던 날고기를 생으로 뜯어먹고 있었다. 마치 하이에나처럼, 바닥에 쏟아진 핏물 위에서 무언가를 갈가리 찢으며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있었다. 그녀는 고기뿐만이 아니었다. 부엌 곳곳엔 통조림, 소스, 조미료, 그리고 날달걀까지.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피범벅이었고, 두 눈은 광기에 찬 빛을 띠고 있었다. 마치 인간의 이성을 잃은 짐승이었다.

“언니!” 나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향해 웃었다. 그녀의 입가에 피와 기름이 번들거렸고, 눈은 비어 있었다. “괜찮아,” 그녀는 그 끔찍한 웃음을 유지한 채 말했다. “괜찮아. 아하하. 배가 좀 고팠을 뿐이야.”

나는 두려움에 휩싸여 그녀의 손을 잡고 그 날고기를 빼앗으려 했지만, 언니는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그 손아귀는 철과 같았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한 힘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더니, 한순간에 나를 밀쳐냈다. 나는 바닥에 나뒹굴었고, 그녀는 미친 듯이 음식을 더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 소란 속에서 부모님이 달려 나왔다. 어머니는 비명을 질렀고, 아버지는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언니는 마치 연극 무대 위의 광대처럼 어설픈 몸짓으로 그들을 향해 돌아섰다. 그녀는 바닥에 내뱉은 구토물을 가리키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의 웃음은 거칠고 공허했다. 그것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날 언니는 병원으로 실려 갔고, 장시간의 위세척을 받았다. 의사는 그녀의 몸이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위장에 염증이 생기고, 장기에 이상이 생긴 지 오래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살아남았다. 그리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몇 달 후, 그녀는 스스로 목을 매었다.
그녀의 죽음은 우리 가족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우리는 그날 밤,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밑에 더 깊고 끔찍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언니의 방을 정리하던 중, 나는 노트를 발견했다. 그 노트 속에는 언니의 일기와 함께 기괴한 그림들이 가득 차 있었다. 페이지마다 음식, 증오, 분노가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다. 마치 그녀의 내면에 숨어 있던 무언가가 서서히 드러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끔찍한 광경이 그려져 있었다. 한 여자가 목을 매단 채 웃고 있는 모습. 그것은 분명 언니였다.

그녀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단순한 병이 아니었다. 그것은 육체를 넘어서, 그녀의 영혼을 갉아먹던 어떤 힘이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그 힘이 우리 집에 남아 있다고 믿는다.

나는 언니처럼 살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 감염은 이미 나에게도 침투한 것 같다. 언젠가 나도 언니처럼, 어둠 속에서 고개를 든 그 무언가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때 나는 무엇을 먹고 있을까?